[내외뉴스통신 칼럼] 3000여억 원을 쏟아 부은 예정에 없던 선거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제19대 새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펼쳐질 이 나라의 미래에 비상한 기대를 걸어봅니다.


다만 이 시점에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선거 기간 내내 주창해온 ‘적폐 청산’입니다. 과거에도 끊임없이 적폐를 일소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우리는 수없이 들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독 이 말이 부각된 것은 우리 사회에 청산해야 할 적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말 사전은 적폐(積弊)를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弊端)’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영어 사전은 a deep-rooted evil an evil of long standing accumulated evils로 풀이합니다. 뿌리 깊은, 오래된, 누적된 악(惡)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사전상의 의미로 폐단은 괴롭고 번거로운 일, 귀찮고 해로운 일, 옳지 못한 일을 뜻합니다. 반면 영어의 evil은 악, 사악, 해악, 악질(惡疾) 등의 뜻으로 우리말보다 나쁨의 강도가 훨씬 더합니다. evil eye(증오와 적의에 찬 눈초리) evil-minded(뱃속이 검은) 같은 숙어가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적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정치가(statesman)가 아닌 다음 선거만 노리는 정상배(polititian)들의 거짓말과 대의정치 실종, 일관성 없고 시속에 아부하는 법비(法匪)들에 의한 법의 왜곡, 권력의 그늘 아래 전횡을 일삼는 권부의 부패 등입니다.

그것들뿐이겠습니까. 정부와 국회의 재벌 등치기, 대기업의 하청업체 목조르기, 만성 적자 공기업의 돈 잔치, 강성 노조의 세습 횡포, 공교육의 와해, 5·18유공자 특혜 등 잘못된 줄 알고도 고치지 못한 비정상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기간에 회자되어온 적폐의 진의는 과연 무엇일까요? 선거 초반 ‘정권교체’라는 정치 반전을 위한 구호도 있었지만, ‘시대교체’ ‘역사교체’ 같은 뜬구름 잡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에 반해 청산해야 할 적폐, 적폐세력은 그 대상이 뚜렷해지면서 더 울림이 강해졌습니다.

지난달 30일 공주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는 “또 색깔론, 종북 몰이가 시끄럽다.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라고 외쳤습니다. 이해찬 의원은 “우리가 집권하면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놈들, 궤멸시켜야 할 대상은 ‘보수 진영 후보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일 것(조선일보 5월 1일자 사설)입니다.


궤멸(潰滅)이란 무너져 없어짐, 무너져 못 쓰게 함을 일컫습니다. 진보와 보수로 양분한다면 국민의 절반은 맥도 못 추고 없어져야 할 쓸모없는 인간(useless human)인 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장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에 밀려 청년들이 사람 행세도 제대로 못하는 세태인데도 말입니다.


"백성을 모조리 바꿔치우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없다. 제도(帝道)를 행하면 제왕이 되고, 왕도(王道)를 행하면 왕이 된다. 그 시대의 백성을 어떻게 교화하느냐 하는 방법에 달렸을 뿐이다" 중국 당태종의 총신 위징(魏徵)의 말을 한 번 되새겨 볼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척결해야 할 적폐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국민들은 싸움만 일삼는 국회, 노는 국회, 식물 국회를 끊임없이 규탄해 왔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선거 기간 내내 혹시 국회의 적폐 자성과 개혁 슬로건을 앞세운 후보가 있는지 눈여겨보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큼직한 비리 사건엔 빠지지 않고, 쪽지 예산으로 국고를 주무르고, 특권과 세비 인상만 챙기는 국회의원.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을 나무라는 국개의원, 국해(國害)의원 소리엔 아랑곳하지 않고 남부터 먼저 청산하겠다면 개도 웃을 것입니다.


무엇부터 고칠까요? 첫째, 싸우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읍시다.
고성· 반말· 삿대질· 단상 점거는 다반사이고, 최루 분말· 전기톱· 망치까지 등장하는 싸움질에 국민은 질렸습니다. 그 질타에 못 이겨 만든 국회 선진화법은 소수 정당이 제동을 걸면 다수당이나 정부의 어떤 법안도 통과할 수 없는 식물 국회를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대의정치입니다. 여야의 정치적 정략적 타협으로 주고받기 식 법안만 생산하는 국회라면 한참 후퇴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일하는 국회가 됩시다.
수천억 원의 국고를 들여 국회의원을 뽑는 이유는 그들이 국민을 대신해 국익과 국력 신장을 위해 일하라는 명령입니다. 선거 때만 유권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등을 긁어 주는 척하다 선거가 끝나면 딴짓을 하는 지역구 의원, 전문성이나 직능단체와는 동떨어진 전(錢)국구 천(賤)국구 의원들이 말장난이나 거리정치 하라고 만든 국회가 아닙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수를 절반 또는 3분의 1로 확 줄여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국회 적폐 청산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지 숙고해 볼 일입니다.


셋째, 특권을 내려놓읍시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수없이 많지만 이 중 세 가지 정도만 내려놓아도 국민의 반감은 반감할 것입니다. 불체포 특권 포기품위 유지비 삭감 불량 의원 국민 소환제(현행법에는 없음) 등입니다.


범죄를 저질러도 회기 중 체포하지 못하는 법 때문에 그들이 제안 동의한 나쁜 법의 피해와 국고 손실은 누가 보전해 줍니까? 해마다 재산이 늘어나는데도 불입금 없는 품위 유지비를 주는 나라가 있습니까? 막말 개발이나 폭언 위압을 일삼는 의원을 솎아낼 방법은 없을까요?


청산(淸算)이란 채무· 채권 관계를 셈하여 깨끗이 정리한다는 상법상의 뜻도 있지만 정치적 청산은 훨씬 어렵습니다. 개혁처럼 과거의 관계나 주의(主義) 사상 과오 등을 깨끗이 씻어버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총명한 행위를 우행(愚行)처럼 빠르고 쉽게 확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치의 대개혁”이라고 한 처칠 경의 말처럼 국민을 마음 편하게, 지혜롭게, 속 시원하게 만드는 청산을 바랍니다. 그래야 만백성이 나라다운 나라의 청산(靑山)에서 살 꿈을 꾸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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