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1989년 6월 필자는 서독에 출장 가 있었습니다.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려는 외국어대 불어과 임수경 양이 독일을 거쳐서 방북한다는 정보 때문이었습니다.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베를린을 거쳐서 평양으로 갔다는 것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풋풋하고 발랄했던 임 양은 이제 나이 50이 되었고 19대 국회의원을 한 뒤 지금은 야인이 되었죠. 정부의 지시를 어기고 그를 평양으로 특파한 임종석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문재인 정권의 실세가 되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정권 초기 인사의 계절입니다. 이낙연 정치부 기자가 지금 총리 후보자가 되어 역취재를 당하면서 국회에서 호된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것을 보면서 1980년대 초에 어느 국무총리 지명자를 심야에 그와 함께 여러 기자들이 자택으로 취재 갔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는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을 합리적인 인물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인사는 만사라고 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선거운동 당시 내건 5대 비리 인사 고위 공직 임용 배제, 즉 병역 면탈,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이라는 잣대가 이제 부메랑이 되어 좌파에게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생활형 위장전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정권 출범 초기이니 ‘가벼운 흠’에는 도덕적 잣대보다 능력을 우선적으로 봐달라는 주장은 옛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에게서 듣던 말이죠. 민주당은 김용준, 김종훈, 이동흡, 안대희 등을 낙마시켰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장상, 장대환 등이 탈락했죠. 문 정부에서도 홍석현, 문정인 등이 인사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원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그러나 낙마한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인물은 있는 법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격과 수비는 교대되었지만 국회는 초지일관, 지금껏 해 온 검증의 잣대로 가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인사의 낙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 등장하는 핵심 인물들이 만들어갈 정책이 나라의 물길을 크게 바꾼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요즘 가뭄 속에서 맹활약하고 있을 4대 강 치수사업의 비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일본의 우익 지는 ‘북 편중 노무현의 악몽 재래’, ‘친북 시프트, 인사(人事)로 선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은 전임자가 고심 끝에 여론을 헤아려 좌편향 사관(史觀)의 주입을 시정하고 다양성을 위해 만든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단칼에 폐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좌경화한 전교조는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면서 법외 노조 합법화라는 전리품을 챙기려고 하고 있고 참여연대는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합니다. 헌법재판소에 영향력을 행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성공시킨 좌파 세력들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헌재 소장에는 통진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이 바로 그 이유로 추천되었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며칠 뒤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장거리 고체연료 미사일을 실천 배치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우리 증시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환영합니다. 기업의 경영지표가 호전된 이유도 있죠. 안보까지 든든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에 하나 북한이 남한으로 미사일이라도 때린다면 그 공포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물론 약 3만 명의 주한미군이 있으니 쉽게 우리를 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안보불감증에 걸려 평화를 외치는 입만으로 국가안보는 불가능합니다.


북한과의 대화의 단절도 안 되겠지만 해빙을 논하기에도 이른 시간입니다. 지금은 실종된 개념인 동북아 균형자의 전도사로 필자의 머리에 새겨진 문정인 교수가 외교안보특보가 되어 어지러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해마다 호전적인 북한 규탄결의안을 채택하는 마당에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비롯된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나 4차 핵실험으로 중단된 개성공단의 재개, 2008년 주부 관광객 박왕자 씨 총격 살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는 그의 주장은 북한 측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황당하게 들립니다. 국제정세와도 걸맞지 않거니와 그렇게 주장하려면 천안함 피격으로 사망·실종한 46위 순국 장병의 유족, 해군, 나아가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개성공단으로 2016년 2월까지 들어간 돈이 6160억 원이고 금강산으로도 천문학적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입니다.


새 정권의 출범으로 돈을 주고 얻는 평화가 진짜 안보냐, 돈줄을 끊는 제재가 진짜 안보냐 갈림길에 섰습니다. 대북 제재는 국제공조의 문제입니다.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기에 앞서 과거 김대중 정부의 현금 4억 5000만 달러를 포함한 5억 달러 대북지원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능력을 알 수 없는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제 목을 겨눌 비수를 만드는 일에 돈을 주어 도와준다면 자주국방은 결코 완성할 수 없습니다. 전시작전권 환수도, 사드 배치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으로 국가안보를 확보할 것인지, 미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라도 애걸할 것인지 대안을 내놔야 합니다.


청년 실업이 큰 문제이지만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기업에 고용을 할당하여 늘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업이 발전하도록 기업하고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긴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 목표는 우리를 위협하는 북 핵과 미사일 폐기 등 국가안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색분자의 암약을 막도록 국정원의 국내 수사 파트도 살려야 합니다. 나는 기대합니다. 유세 때마다 강조한 특전사 출신 대통령의 진짜 안보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60퍼센트에 가까운 국민들까지 섬기는 대통령이라면 후보 시절의 공약과 대통령으로서의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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