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는 역사 유적지가 많지만 특히 미국과 프랑스 해군의 침략을 물리친 역사의 현장이 많습니다. 프랑스함대를 물리친 정족산성, 미국함대를 물리친 초지진, 덕진진 등이 그러합니다. 강화도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조선역사에 있었던 사건들을 회고해 보았습니다.

1860년대 국제 정세는 열강의 제국주의 확장정책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미국 등과의 통상조약체결을 시작으로 서구 열강과의 교역을 시작하였고, 중국도 서양과의 교역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조선에도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한반도로 몰려와 통상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집권한 고국의 아버지 이하응(흥선대원군)이 1866년 9월 쇄국양이(鎖國攘夷) 즉, 통상수교거부 정책의 하나로 천주교를 탄압하고 수천 명의 천주교도들을 처형하자 프랑스는 프랑스 신부 및 천주교도 탄압에 대한 보복과 조선과의 통상을 목적으로 조선을 침략했으나 실패하고 돌아가자(병인양요) 이를 계기로 쇄국정책을 강화합니다. 그리고 1866년 7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상품교역을 시도하다가 선체가 불타고 선원 24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제너럴셔먼호 사건), 1871년 미군 함대가 강화도를 침략하였으나 조선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회군하는 사건(신미양요)이후 대원군은 서양의 세력을 과소평가하고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전 국민에게 경고하기 위하여 1871년 서울 및 전국 요충지 200여 곳에 척화비를 세웠습니다.

척화비에는 주문(主文)으로 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그 다음 작은 글자로 비의 옆면에 戒我萬年子孫 丙寅作 辛未立(계아만년자손 병인작 신미립)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뜻은,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해를 하는 것이니, 화해를 주장하면 나라를 파는 것이 된다. 우리의 만대자손에게 경고하노라, 병인년에 짓고 신미년에 세우다”입니다.

척화비들이 전국적으로 세워진 후 11년이 지난 1882년 임오군란 때 대원군이 청나라에 납치되자 일본 공사의 요구로 대부분 철거되어 땅에 묻히게 되었고, 1915년 서울 보신각에 묻힌 척화비가 발견된 이후 최근까지 발견되어 진열되기도 하고, 지방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척화비만 해도 30개 정도입니다. 서울의 종로 보신각(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 보관), 운현궁, 부산의 가덕도, 기장, 부산진, 용두산 공원, 대구, 충청도의 아산, 연기, 홍성, 옥천, 인천의 강화, 경상도의 경주, 구미, 군위, 봉화, 성주, 영주, 영양, 예천, 포항, 남해, 밀양, 산청, 양산, 함양, 전라도의 고창, 익산, 함평 등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대원군이 척화비를 세우며 의기양양하게 추진한 통상수교거부정책 이후의 역사는 어떠했나요? 1873년 대원군이 일시 정계를 은퇴한 이후 1875년 일본은 운요호 군함으로 강화도 상륙작전을 벌여 방화, 약탈을 자행한 후 퇴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빌미로 1876년 조선과의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조선은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와의 통상조약을 맺게 되고 외부세력에 의한 개혁, 개방 정책을 강요당하고 1910년에는 급기야 나라를 잃는 설움을 당하게 됩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대화거부와 핵미사일의 개발, 중국의 사드를 빌미로 한 보복, 미국의 FTA 재협상거론, 일본의 종군피해여성(위안부) 협상 거부 등으로 고립에 처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치밀한 전략 없이 자주성만을 외치다가 자칫 통상을 요구하는 제국주의 세력을 양이(洋夷, 서양 오랑캐)라고 얕잡아보다가 당한 수난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상임고문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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