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하면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정사 삼국지는 삼국을 통일한 진(晋)에 의해 관찬(官撰)된 것으로, 진의 모태인 위를 정통으로 삼았다. 삼국지연의는 이보다 천백년 뒤인 14세기말에 나왔으며 촉을 정통으로 삼았다.

‘연의(演義)’란 사실(史實)을 부연하여 자세하고 재미있게 서술한 것을 말한다. 삼국지연의의 성립과정과 여러 판본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 아울러 반(反)삼국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삼국시대가 끝난 후, 수많은 왕조가 들어서고 사라지는 와중에서도 삼국지 영웅들의 무용담은 민중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확대재생산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비는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조조는 비정한 간웅으로, 관우는 충의의 무인으로, 또 제갈량은 신기(神技)의 군사(軍師)로 인물상이 정립되었다.


흔히 역사소설은 7푼(分)의 사실과 3푼의 허구로 구성된다고 한다. 저자 나관중은 정사 삼국지를 비롯한 여러 사서를 기본으로 삼아서, 당시 민간에 널리 전해져 내려오던 삼국지의 영웅담이나 설화, 희곡들을 채집, 적절히 가필하여 삼국지연의를 완성하였다.


삼국지연의에서 촉을 정통으로 세운 것이나 제갈량을 거의 신격화시킨 것은 저자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민중들의 영웅대망론에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로서는 민중에 의해 천자의 이상형으로 굳어진 유비를 정통성의 중심으로 세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상대역인 조조는 악인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관중의 창의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삼국지연의에서 조조가 구사하는 복잡다기한 개성표현의 리얼리티에 매료되고, 제갈량의 신기백출하는 지모 등에서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은 대부분 나관중의 천재적인 창의력 때문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삼국지연의가 중국 4대기서의 하나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리라.


삼국지가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역사를 통틀어 그때 뛰어난 영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점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 한 가지,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인 열국지는 그 전개양상이 너무 복잡하고,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인 초한지는 줄거리가 너무 단순한 것이 흠인데, 삼국지는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아서 민중들의 구미에 꼭 들어맞았던 점도 빼놓을 수 없으리라.


삼국지의 판본은 삼국지연의가 나온 뒤에 다시 약간씩 손질 내지는 수정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딴 ‘이탁오본(李卓吾本)’ ‘모종강본(毛宗崗本)’ ‘길천영치본(吉川英治本)’ 등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읽히고 있는 소설 삼국지의 대부분은 모종강본의 역본이고, 길천영치본의 역본도 간혹 있다.


양자는 큰 흐름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세부적인 스토리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다. 예컨대 도원결의를 보면, 모종강본은 장비 집에서 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길천영치본은 유비 집에서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게 하는 데 성공한 초선이, 길천영치본에서는 자결을 하고, 모종강본에서는 여포와 사는 것으로 나온다.


대체로 모종강본이 연의의 원전에 충실한 것이라면 길천영치본은 소설적 재미를 더욱 가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삼국지연의의 성립과정과 판본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반삼국지(反三國志)에 대해서 소개해본다.


중화민국 초기에 사법관을 역임한 주대황이라는 언론인이 1919년 북경의 한 고서점에서‘삼국구지(三國舊志)’라는 제목의 고서(古書) 한 다발을 발견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전반부는 유실되고 없었고 후반부만 남아있었다. 읽어보니 삼국지연의와는 내용이 많이 달랐다. 그는 이를 삼국지연의와 구별하기 위해 ‘반삼국지(反三國志)’라는 이름으로 발간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세 권짜리 번역본으로 나와 있다.


반삼국지는 60회까지로 되어있는 바, 각 회마다 기다란 제목이 붙어있다. 첫 회에서는 유비의 군사(軍師)로 초빙된 서서가 조조에게 잡혀있는 노모를 구하기 위해 허도로 떠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연의와는 달리 조조의 계략임을 간파한 제갈량이 조자룡을 허도에 밀파하여 서서의 노모를 구해옴으로써 서서가 끝까지 유비를 돕는 것으로 나온다.


또 후한 마지막 황제[獻帝]가 옥새를 몰래 촉의 유비에게 보내고, 조조가 끝내 제위를 찬탈하여 위 황제가 된다는 점,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죽임을 당하며, 제갈량이 유비보다 먼저 죽는다는 점 등에서 연의의 스토리와는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마지막 회에서는 마초가 서량으로 금의환향하고, 조조의 두 아들 조창과 조식이 북방 피난지에서 만나 지난 일을 회고하며 탄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이 삼국지연의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유비가 삼국통일을 완수하고, 그의 손자 유심이 촉한황제에 즉위하여 후한을 이어가며 승상 방통이 보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촉한정통론을 확실하게 가시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하건대, 반삼국지의 저자는 삼국지연의가 지닌 역사소설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비에 의한 삼국통일과 촉한부흥의 이상을 확실하게 실현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천하를 삼분(三分)한 유비 조조 손권을 각각 한고조 유방에 의해 피살된 한의 창업공신인 팽월 한신 영포의 환생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또 촉한정통론에 얽매인 나머지 유비진영을 너무 과대 포장한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 때문에 정통야사라는 저자 스스로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역사소설과는 달리 3푼의 사실과 7푼의 허구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것으로는 진의 삼국통일과 다시 5호16국시대로 이어지는 중국역사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한, 반삼국지의 역사소설로서의 가치와 신뢰성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할 것이다. 다만, 그 속에 인용되어 있는 시문 등의 자료들은 삼국지연의에 대한 보완적인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주에 계속>
최용현
밀양 출신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사단법인 전력전자학회 사무국장
저서
'강남역엔 부나비가 많다', '꿈꾸는 개똥벌레'

'삼국지 인물 108인전', '영화, 에세이를 만나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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