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일성시대부터 현재까지도 북한체제의 최대위협은 한반도 남쪽에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곧 북한체제의 존립을 위해서는 자유 대한민국은 반드시 소멸되어야 하고,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통해서만 북한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남정세관(對南情勢觀)을 북한 지도부가 가지고 있는 한 적화통일은 북한 지상 최고의 절대명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사용하는 대남전략 용어 중에 ‘주(主)된 고리’와 ‘종(從)된 고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주된 고리를 해결하면 종된 고리는 자연히 해결된다는 개념으로서, 주된 고리인 미국과의 관계만 풀려나가면 미군철수를 비롯한 국제관계까지 모두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이며 이렇게 되면 북한이 소망하는 무력 적화통일은 여반장(如反掌)보다 쉽다고 북한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서 ‘자위적인 조치’ 운운하고 있지만 이들의 본심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핵무력을 바탕으로 남한을 적화 통일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미국과 협상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 주도의 무력통일”이며, “북한이 수소탄과 ICBM을 보유하려는 의도 역시 미국과 전쟁을 하려는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 행태를 다년간 연구해온 필자로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북한은 핵개발을 ‘자위용(自衛用)’이라며 국제사회를 기만해 왔으나 최근 6차 핵실험 후 평양시 군중대회를 통해 박봉주 내각총리와 오금철 북한군 부총참모장 등은 “미국은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 떼라”, “서울을 비롯한 남반부 전역을 단숨에 깔고 앉을 수 있는 만단의 결전 준비태세를 갖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 반미 대결전의 최후 승리” 운운하며 무력 적화통일 야욕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미국의 개입을 두려워 할 필요 없이 대남 무력통일 전쟁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는데 있다는 것을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는 절대무기(Absolute Weapon)이다. 현실주의 이론가로 저명한 한스 모겐소 교수는 일찍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는 핵을 보유한 적국에 대들다 죽거나, 항복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이 수소탄까지 완성했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은 핵무장한 북한에게 대들다 죽던지 항복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른바 ‘북한판 평화통일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의 안보상황이 이 지경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한 집단이 있는가 하면, 현재 상태에서 핵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고(핵 동결이라는 의미는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에게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 밖에 안 된다), 미국의 전술핵에 의존하면 된다는 집단도 있다. 그나마 미국의 전술핵이라도 배치하자는 집단은 핵무기의 절대성을 인정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우리가 미국의 전술핵에 언제까지 의존해야만 하나?


평화는 힘의 균형에 의해서만 유지되어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냉전(Cold War) 시기 미·소의 핵 균형이 역설적으로 평화를 유지시켜 왔다.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자도 있으나 프랑스가 핵개발을 서두를 때 내세운 논리가 있다. ‘미국이 파리를 지키려고 뉴욕을 포기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미국이 서울을 지키려고 로스엔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를 포기할 것인가?’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한가지 밖에 없다. 여러 가지 난관이 많겠지만 대한민국의 독자 핵개발을 서둘러야 할 때다. 만약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남북이 상호 보유하고 있는 핵 폐기’가 협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역사는 말하고 있다. 힘없는 평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성백선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977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