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에 중앙일간지인 D일보에서 ‘이적단체(利敵團體)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의 略稱) 남측본부 홈피(홈페이지) 무단 재개(再開)’라는 제하의 기사를 읽고 나서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우리 대법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 즉 이적단체’로 판결한 바 있는 바로 그 단체가 정권교체 초기에 나타나는 정부기능의 일시적인 불안정 상태의 빈틈을 기다렸다는 듯이 헤집고 들어가 벌인 그 행태와 주장이 너무나 황당(荒唐)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우리 국민들이 팍팍한 살림살이에 힘이 든다고 할지라도 이 내용만은 분명히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당시 D일보에 보도되었던 해당 이적단체의 주장을 옮겨 보고자 한다. 또한 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필요한 표현을 관련 내용에 괄호 형태로 보충하였다는 사실도 분명히 말씀드린다. 당시의 보도 내용은 아래와 같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홈피 무단)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시 글을 통해 “(범민련 홈피) 폐쇄 조치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일운동을 탄압하는 부당한 결정임을 다시금 확인하면서(범민련 남측본부의) 홈페이지를 복구,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측본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태도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통일운동을 탄압해 왔던 국정원, 검찰, 경찰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범민련활동을 이적시하여 감시와 억압의 칼날을 들이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경고 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사이트 폐쇄조치를 집행할 기관인 방통심의위의 위원들이 현재(D일보 보도 당시) 공백상태라 심의 요청을 해도 조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리고 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보도 내용을 접하고 나서 필자의 뇌리에 불현듯 북한의 수공(水攻)을 막아내기 위해서 건설한 ‘평화의 댐’에 대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왜 갑자기 ‘평화의 댐’이 필자의 뇌리에 떠 오른 것일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대한민국은 정권이 교체되면 국가안보와 관련된 시설과 활동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너무도 판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 생생한 사례(事例)가 평화의 댐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여겨져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강원도 화천에 위치하고 있는 이 댐은 1986년 당시 전두환 정부가 “북한이 건설에 착수한 임남댐(일명 금강산댐)은 남한을 공격(水攻)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이 이를 일시에 방류하면 12~16시간 안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수몰될 것”이라고 발표하고, 북한의 수공(水攻)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민의 성금과 국가예산을 들여 1988년 1단계 공사를 마무리했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갑자기 ‘평화의 댐’은 전두환 정부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의 수공 위협을 과장하여 실시한 터무니없는 공사이며 국가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도 되는 것처럼 연일 언론과 전문가 등에 의해 난타(亂打)를 당했고, 그 공사에 관계했던 정부기관들 또한 엄청난 음모의 공범이며 국가에 해악을 끼친 파렴치한 조직으로 매도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2002년 임남댐 상층부의 균열과 훼손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임남댐의 붕괴가 현실화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정부가 서둘러 평화의 댐을 증축하였음에도, 1993년 당시 ‘평화의 댐’ 건설과 그 일에 관계했던 정부기관들을 그리도 신랄하게 비판했던 언론 등이 정정보도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필자가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서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은 특정단체의 황당한 주장과 평화의 댐에 관한 기억을 이글을 통해 언급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실에 대해서만은 집권세력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여 전임 정권의 결정을 매도하고 일거에 뒤집는 행동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함이며, 동시에 자신의 영달을 위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벌인 국방 및 안보기관 등에 종사했던 극소수의 인사들과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방 및 안보기관 종사자들은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만약 그러한 배려도 없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그들 모두를 범죄자나 파렴치한 집단으로 취급하면서 그들과 그 가족들의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되풀이 된다면, 누가 스스로 나서서 그 외롭고 고달픈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최악의 경우 모두가 그 길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존은 과연 어느 누가 있어 보장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 온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최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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