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임정혁의 수요편지 ㊿] 우리 역사 속 '발해'와 우즈베키스탄 역사 속 '티무르 제국'
[에세이/임정혁의 수요편지 ㊿] 우리 역사 속 '발해'와 우즈베키스탄 역사 속 '티무르 제국'
  • 김준호 기자
  • 승인 2017.11.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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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역사 바로알기 연구원 아카데미 강좌에 지난주에 유명한 소설가이며 전직 국회의원이신 김홍신 작가님께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10여 년 전 집필하신 '대발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최근에 재집필한 바 있어 '발해 바로알기'라는 제목으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강의를 통해 발해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얻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발해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문득 몇 년 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했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필자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친구가 우즈베키스탄 대사로 재임하던 때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적이 있어 그 역사에 대하여도 더욱 깊이 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흔히 서역(西域)이라고 불리는 중앙아시아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있습니다. 그중 우즈베키스탄은 인구가 약 3000만 명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130개가 넘는 민족들이 살고 있는데 우즈베크인들이 80%로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련 스탈린 집권 시기에 중앙아시아 개간을 위해 연해주에 살던 우리 민족도 대거 강제 이주를 당하여 현재도 전체 국민의 0.6%가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이름은 우즈(Oz, 자신의) + 베크(Bek, 왕) + 스탄(Stan, 땅)이 합쳐진 말로 자신들의 왕을 가진 나라, 즉 다른 민족에게 지배받지 않는 독립된 나라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1507년 우즈베크 민족의 샤이반 칸이 티무르 제국을 멸망시켰지만, 그 이후로 여러 개의 국가로 나누어져 왕조가 계승되다가 19세기 제정 러시아에 병합되어 식민지 지배를 받다 소비에트 공화국에 편입되었으며, 1991년 소련이 붕괴되자 독립을 선언하여 비로소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이 탄생하게 됩니다. 우즈베키스탄에 구석기 시대부터 문명이 존재하였다고는 하나, 하나의 민족이나 공동체로서의 일관된 역사라고 할 만한 것이 딱히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반도에 한민족이라는 단일 공동체가 고조선에서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의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본강점기, 대한민국시대 등으로 면면히 이어오는 것에 비해, 우즈베키스탄은 BC 6세기에는 페르시아, BC 4세기에는 알렉산더의 헬레니즘 왕조, 그 후 인도계 제국과 돌궐, 중국 당나라 등의 지배를 거쳐, 751년 탈라스 전투를 통해 이슬람권에 편입되었다가 13세기에는 몽골의 지배를 받고 1369년에 이르러 아미르 티무르(Amir Timur)가 티무르 제국을 건설하게 됩니다. 티무르 제국은 1369년부터 1507년까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중앙아시아 최대의 상업도시인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삼아 그를 중심으로 번성합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우즈베키스탄은 독립국가가 되었고 국가 원수인 대통령은 당시 이 지역 공산당 서기장이던 카리모프가 됩니다. 새로이 국가를 맡게 된 카리모프는 신생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으나 이민족의 지배를 돌아가면서 받아온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하다가 1369년부터 1507년까지 이 지역에 번성했던 티무르 제국의 존재를 발견합니다.

그리하여 "우즈베키스탄은 티무르의 후예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티무르가 멸망한 1507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 누구도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고 티무르의 부흥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티무르제국의 후예다’, ‘티무르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기치 아래 그 이전에 있었던 마르크스와 레닌 동상들을 모두 잘라내고 그 자리에 티무르 제국의 창시자인 아미르 티무르를 비롯하여 역대 티무르의 황제들, 황제의 사부들의 동상을 세우고 마르크스와 레닌이 차지하고 있던 거리 이름이나 대학 이름도 티무르나 역대 티무르 황제들의 이름으로 바꿉니다.

화폐에도 티무르 황제의 초상화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실 티무르제국을 멸망시킨 민족이 우즈베크 민족이기 때문에 현재의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이 티무르제국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희미한 역사라도 붙잡아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적 자부심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역사 속의 발해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고구려가 멸망한지 30년이 지난 후 대조영을 왕으로 한 고구려인과 말갈인들이 698년에 건국하여 926년 15대왕(인선)에 이르기까지 228년간 존속한 나라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우리 역사상 왕조들의 존속 기간이 400년에서 1000년이 넘어서인지 발해의 존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지지만, 중국의 청나라(296년), 당나라(289년), 명나라(276년)에 비해서도 결코 짧게 존속한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소수의 몽고족이나 만주족이 지배층이고 대다수의 피지배층이 한족이던 원나라나 청나라도 중국 중원의 역사이듯이, 발해는 말갈족이 대다수이고 지배층이 고구려인이었다고 해도 발해인 스스로 고구려의 후손이라 여기고 있고, 중원 국가를 표방하지도 않았으며 한족이 주체가 아니었으므로 중국사가 아닌 한국사에 포함시킴이 당연할 것입니다.

한동안 우리 역사책에는 삼국시대 → 통일신라시대 → 고려 → 조선으로 구분하여 발해의 역사는 아예 우리의 역사가 아닌 것으로 평가받던 시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발해의 역사를 포함시켜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발해를 포함한 남북국시대의 영토는 고구려 문자왕 때 백제, 신라를 합한 삼국시대 전체 영토보다 넓어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시기였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역사 속의 티무르 제국과 우리 역사속의 발해를 비교해보면서 명확하지도 않으며 민족적 뿌리가 이어질 수 있는가의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왕조를 계승한다고 주장하는 나라에 비하여 비교적 명확하고 뿌리도 분명한 역사를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내외뉴스통신/내외경제TV 회장 임정혁

-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 변호사
- 법무연수원장

-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안부장

- 서울고등검찰청 고등검사장, 형사부장

- 중앙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수

- 제26회 사법시험(연수원 16기)합격,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 황조․홍조․근정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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