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3대 세습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기본 틀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신격화와 이들 부자가 제시한 주요 정책을 교조적으로 맹신하면서, 이에 반발하거나 비판할 경우 무자비하게 숙청·처벌하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정은이 김일성 젊은 시절을 코스프레하고 있는 것도 조부의 카리스마를 이용한 체제 유지 전략인 것이다.

김정은이 사망한 김일성이 제시한 강령적 지침이라면서 추종하고 있는 전략 중에 이른바 ‘조국통일 3대 원칙’이라는 전략이 있다. 이 원칙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난 1972년 7월 4일 대한민국의 중앙정보부 부장 이후락과 북한의 김영주 노동당중앙위원회 조직부장이 서명한 ‘7·4 남북 공동성명’에서 발표된 내용이지만 북한에서는 1972년 5월 3일 김일성이 남북협상을 위해 방북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만났을 때 이를 제시했으며, ‘7·4 남북 공동성명’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은 이 원칙을 이후 추진되는 각종 남북회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안보정세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북한은 무엇 때문에 ‘조국통일 3대 원칙을 197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집요하게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지 그 저의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자주’라는 용어는 표면적으로 보면 남북한의 자주적 의사에 따른 통일문제 해결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미제(美帝)의 지배를 끝장내는 것’이며, 이는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주장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김정은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核 무장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주한미군을 몰아내려는 것으로서 대남적화통일의 핵심 고리인 이른바 ‘자주’를 실현하는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평화 통일’은 무력사용과 전쟁이 없는 평화적 방법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평화를 강조함으로써 한미 군사동맹의 불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구실에 불과하며, 최종 목표는 남한에 용공정권을 수립한 후에 이 용공정권과 합작하여 남한을 적화한다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민족대단결’이란 한국에 있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로서, 북한의 통일전설 전술에 방해가 되는 법적·제도적 정비, 즉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가정보원 해체가 목표인 것이다. 이 3대원칙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대남 적화통일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북한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어떤 존재인가? 북한체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소는 북한의 경제부진도 아니고 외부로부터의 침략 위협도 아니며, 오직 한반도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대한민국의 존재’ 그 자체라고 북한 지도부는 인식하고 있다. 북한과는 너무나도 다른 자유로운 체제가 한반도 남쪽에 존재하고 있는 한 북한은 언제나 체제붕괴의 불안에 직면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북한 체제의 존립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반드시 소멸되어야 한다고 북한 정권은 굳게 믿고 있다. ‘全 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라는 목표는 북한 체제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추구해야 할 절대 명제인 것이다. 북한 관료는 물론 일반주민들이 입만 열면 운율을 맞춰가며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도 이른바 ‘자주,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대남적화전략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최근 각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가 자칫 북한이 통일전선전술차원에서 집요하게 주장해 왔던 ‘민족 대단결’을 빙자한 국가정보원의 해체라는 제도적 정비 기도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일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리석은 조치가 될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삐뚤어진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또한 각국의 정보기관은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국내와 국외업무를 구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용이치 않음을 감안해 통합으로 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여 오히려 국가정보기관의 기능을 국내와 국외로 구분하여 접근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 역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을 호시탐탐 넘보는 현재의 북한 체제가 존속하는 한 성급한 무장해제는 자칫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임금의 어리석은 겸양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1월 29일, 북한은 화성-15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국가 核무력의 역사적 대업이 이루어 졌다’고 큰소리 치고 있으며, 美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한반도 안보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급박한 시기에 적폐청산을 내세워 우리나라 국가정보기관 흔들기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 속담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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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성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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