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은 2017년 초반부터 핵무기개발을 위한 고강도 군사도발에 진력해왔다.
금년 내내‘고슴도치’처럼 야행과 잠행을 특기로 삼아 온 몸으로‘수소폭탄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라는 도발 열기를 내 뿜어 한반도와 주변 상공을 ‘냉전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드디어 지난 11월 29일 ‘화성-15형’시험발사‘성공’을 자축하면서 낸‘정부성명’을 통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였다.
길지 않은 ‘정부성명’에는 우리가 흘려듣거나 묵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화성-15형’의 성공으로 “영토완정(領土完整)”을 수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엄포다. 중국은 합의와 양보가 불가능한 국가 '핵심이익(core interests)'에 ‘국가주권’및 ‘국가안보’와 함께 ‘영토완정’을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의 ‘핵심이익’중 하나인 ‘영토완정’의 대상은 대만과 티벳, 신장이며 최근에는 ‘남중국해’와 ‘황해’(우리 서해)가 추가되는 등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영토완정’ 개념을 북한 ‘정부성명’의 ‘영토완정’에 대입해 본다면 북한의 ‘영토완정’ 대상이 한국임은 자명하다. 북한의‘완성된 핵무력’의 실제 목적이 한국을 ‘완정’하는데 있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괌도포격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괌도거리(3,500Km)를 넘는‘화성-14형’발사시험을 도발(3,700Km)하자 한미동맹과 자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에 대한 ‘완전파괴’를 서슴없이 경고하였다. 미국은 ‘전쟁을 치르고서라도 지켜야 할 국가존망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이익’을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s)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침해에 어떤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다.
북한은 ‘공화국의 존망, 민족 자주권’과 관련된 이익을 ‘최고이익’으로 보고 핵무기개발을 이와 연결시키고 있다. 핵무기개발은 ‘최고이익’수호를 위한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며 중국의 ‘핵심이익’이나 미국의 ‘사활적 이익’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존망과 관련된 북한의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북한은 한 치의 양보 없는 국가이익 논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에 대한 대응은 보이질 않는다. 현 정부의 국정목표와 전략이 제시되어 있으나 국가 차원의 ‘이익’에 관한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국가이익’은 우리 민족의 이상과 이념, 헌법적 가치로부터 나온다.
한국은 ‘완성된 핵무기’를 자랑하는 북한으로부터 ‘국가존망’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전대미문의 안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영토완정’선포는 우리에게 전인미답의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배짱’을 키워주는 방식의 대응은 이제 접어야 할 때다.
북한은 지난 12월 22일자 한 언론매체를 통해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은 ‘아직 상표, 이름도 달지 못했다’고 비웃으며 한국 정부의‘제재압박과 대화병행’주장은 ‘잠꼬대’이자 ‘돌부처도 웃길 노릇’이라며 조롱했다. 실질적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국가이익’선포와 함께 북한을 매섭게 다룰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적극 대응해야 한다.
분단이후 남북대화에 나섰던 남측 인사들이 남북대화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 애송했다는 조선 후기 이양연(李亮淵)의 ‘야설’(野雪)이라는 시(詩)는 북한의 ‘핵무력’으로 전략균형이 깨진 현 안보상황을 직시하고 새로운 안보백년대계를 가다듬는 데도 필요할 듯해 다시 한 번 적어 본다.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엔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걸음걸이 어지럽게 걸어서는 아니 되리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오늘 걸어간 나의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잡이가 되리니
북한 핵의 근본 목적, 핵 보유 법, 전략군 편성운영, 핵 운영 전략, 핵무기 도발 가능성 등 북한 핵문제를 집중하여 다룰 각 분야 전문 지성들을 모아전담기구를 조직하고 북한 핵무력을 전제로 한 국가 안보 대전략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18년 새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대쪽 같은 안보 발자취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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