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은 충북에서 시작해서 충북에서 끝났다

[청주=내외뉴스통신] 김종혁 기자 = 때 맞춰 이삼일 비가 내리고, 때 맞춰 꽃들이 피어난다. 남도의 꽃 소식은 매일 전파를 타고 오르내리는데 내륙의 중심에 앉아서 보고픈 마음을 달래기란 쉽지 않다. 기어이 차를 몰아 대청호 주변을 탐하기도 하지만 문득 마주치는 골목 어귀의 작은 담벼락에 붙어 피는 매화를 만날 때면 그동안의 안달함도 모두 잊히게 된다. 그렇게 때를 맞추어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순리를 갖춘 사람의 삶이라면 세상에 혁명은 없었을 것이다.

‘2갑의 동학, 오늘의 길을 묻다‘ 연작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마음에 둔 박사님이 계셨다. 충북학연구소의 김양식 박사님이시다. 충북에 살면서도 충북학, 그리고 충북학 연구소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몇 해 전 보은취회 기념 행사장에서 강연하시는 박사님을 처음 뵀었고, 2000년 초 박사님의 저서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통해서 명성은 익히 듣고 있던 차였다.

2갑을 맞은 동학혁명은 의외로 잠잠하다. 무수한 격변의 시기를 지내온 2갑의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쩌며 너무 먼 이야기로 묻힌 게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120년 전의 동학혁명은 모든 근대사의 출발점이며 민의로 이루어낸 값진 역사다. 마침 충북학연구소의 김양식박사께서 ‘충북 동학아카데미’를 연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한다.

- “바쁘신 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갑을 맞이한 동학혁명,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다 알다시피 올해 2014년은 동학농민혁명이 1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갑자 단위, 즉 환갑이 되는 60주년, 120주년, 180주년을 특별히 기념하고 뜻 깊은 행사를 가져왔습니다. 동학혁명은 한국근현대사의 이정표 역할을 하였고 수원지로서 우리 민족이 나갈 자주, 평등, 민주, 평화의 가치를 전해주었습니다.

혁명기간도 1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참여지역도 전국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참여인원도 수백만 명이었고 죽어간 사람도 최소 10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 만큼 동학혁명 120주년이 되는 올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뜻 깊은 기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됩니다. 특히 충북지역은 '동학혁명이 충북에서 시작해 충북에서 끝났다' 할 정도로 동학혁명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런 만큼 충북지역에서 더 많은 관심과 기념사업이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4월에 ‘충북 동학아카데미’가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네 4월 10일부터 보름 간격으로 강좌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장소는 충북발전연구원 대강당이구요. 먼저 4월 10일 저녁 7시에는 한양대 김용휘 교수님의 ‘동학사상과 현대적 의미’ 강좌가 있습니다. 그리고 4월 23일에는 충북대 신영우 교수님의 ‘한국 근대사와 동학혁명, 그 역사적 성찰’의 주제 강좌가 있고요, 다음달 8일에는 명지전문대 채길순 교수님의 ‘충북 동학혁명사 바로알기’가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5월 22일에 제가 ‘충북 동학혁명의 현장 이해’란 주제로 전체적인 강좌를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 “ 전반적인 동학혁명사에 더불어 충북의 동학혁명사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겠군요. 그러면 박사님께서 서두에서 동학혁명이 충북에서 시작하고 충북에서 끝났다고는 말씀하셨는데, 충북 특히 보은취회가 열렸던 보은동학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도한 동학은 1880년대에 들어와 단양을 중심으로 확대되었으며, 그 결과 1885년에는 동학교단을 보은 장내리로 옮기게 됩니다. 동학은 보은 장내리를 중심으로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로 급속히 전파되었고 1893년에는 보은 장내리에서 전국 동학도 2만여 명이 참여한 보은취회가 대대적으로 개최됩니다.

이것은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었으며, 동학혁명 와중에도 보은 장내리에는 해월 최시형 선생이 지휘하는 동학교단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최시형 선생은 1894년 9월 18일 동학혁명에 참여하기로 결정, 전국에 있는 동학도들로 하여금 봉기하여 보은 장내리로 집결하도록 한 뒤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과 함께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충북은 꺼져가던 동학의 불씨가 되살아난 지역일 뿐 아니라, 동학교단이 있었던 보은은 동학혁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네 그렇군요. 충북에 살면서도 동학혁명의 중심지인줄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동학혁명의 중심지인 보은에서의 120주년 행사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보은의 동학은 그나마 충북에서 그 뜻이 가장 잘 유지,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 됩니다. 보은취회지인 장내리가 있고, 마지막 전투지인 북실마을에 동학공원이 세워 졌습니다. 그렇다고 관계기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보은에서는 민간단체 주도로 매년 기념행사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저도 몇 해 전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강연을 하기도 했었구요. 대표적으로 ‘삶결두레 아사달’의 박달한 선생과 몇몇의 뜻있는 분들이 고군분투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중요성이 큰데 왜 관계기관에서 폭 넓게 운영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분들은 행사의 규모보다는 참뜻에 마음을 두고 매년 들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20년 전 민초들의 혁명 정신이 그대로 이어져 여전히 민초들이 그 뜻을 받들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그러면 동학의 사회적 역할이 오늘의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동학의 가장 큰 가치는 인내천, 즉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가치관과 세계관입니다.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소중한 역사적 가치이자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인권이 중요하고 모든 사람들이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서 주체적 자각과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내천사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하나 동학의 가치는 상생입니다. 당시 동학도들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서로 돕는 관계를 지향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인내천과 상생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반드시 되살리고 실천에 옮겨야 할 오래 된 미래가치일 뿐 아니라, 특히 위험한 사회에 처한 우리 사회에 더욱 요청되는 역사적 경험이자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 “네 그렇군요. 그런 의미에서 충북학연구소에서 추구하는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충북학연구소는 1999년에 설립되었는데, 충북의 정체성 확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100여 권에 이르는 충북 관련 책을 펴냈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북학연구소는 충북의 오래 된 미래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오늘날 되살리는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번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 ‘충북 동학아카데미’ 개최도 그런 일환입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네,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제대로 된 충북 동학사를 알았으면 좋겠군요. 끝으로 박사님의 주요 저서와 근황을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충북 동학아카데미’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도 한국학, 그중에도 충북의 역사 정립을 위해 연구할 것입니다.”

단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김양식 박사님은 충북학연구소외에 한국사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등에서 바른 역사 정립에 여념이 없으시다. 주요저서로는 ‘지리산에 가련다’ ‘근현대 충북의 역사와 기억’ ‘충북의 하늘위에 피어난 녹두꽃’ ‘새야 새야 파랑새야’외 다수의 저서를 출간 하셨다.

‘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은 매년 회자 된다. 왜 봄이 왔는데 봄이 아닌지 우리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몸으로 겪어온 터다. 특히 일제치하 36년은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이요, 치유되지 않은 오래된 상처다. 또한 여전히 고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고부에서 촉발된 동학혁명의 참여를 위해 해월 최시형 선생이 충북 보은 장내리에서 총 기포령을 내리기 까지 많은 고뇌와 결심의 시간이 필요하였으리라. 아직 때가 오지 않음을 제대로 알고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결정인가는 후인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언제고 때는 온다. 봄이 오면 봄꽃이 피듯이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을 참고 버터 내는 ‘때’의 중요성이 동학혁명 2갑의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자문해 볼 일이다.

충북학연구소에서 잊혀지고 감춰진 역사 정립을 위해 하는 큰 품들이 과거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를 이어주는 참된 오늘의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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