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이게 무슨 술이죠?”
“석탄주입니다.”
“석탄(石炭)으로 어떻게 술을 만들죠?”
“그런 석탄이 아니고 ‘애석할 석(惜)’, ‘삼킨 탄(呑)’을 써서, 너무 맛있어서 삼켜버리기 아쉬운 술이라는 뜻입니다.”
“아, 그런 뜻이었군요. 그런데 그 밑에 자성춘(子誠春)이라고 한 건 무슨 뜻인가요?”


술을 만들기 시작한 지 십 년이 다 돼가는데, 술을 만들기 시작해서 항상 술자리에 내가 만든 술을 갖고 가서 처음 마셔보는 사람들이 으레 하는 질문이다.


처음 술을 만들 때는 온갖 기교를 부리고 싶어 여러 가지 가향(加香)을 한 국화주(菊花酒), 연엽주(蓮葉酒), 송순주(松筍酒) 등을 주로 빗었다.

하지만 3~4년이 지나자 오로지 쌀과 물과 누룩만으로 만드는 술에서도 갖가지 자연향이 나기 때문에 전통적인 석탄주 레서피를 응용해서 나만의 독특한 석탄주를 만들어 자성춘(子誠春)이라 이름 지었다.


자성(子誠)이란 이름은 중용(中庸)을 강독하신 스승님이 나한테 지어준 호(號)이고, 춘(春)이란 글자는, 글자 속에 석삼(三)이 있어서 흔히 삼양주(三釀酒)를 일컫는다. 삼양주는 밑술, 덧술 두 번, 총 세 번 빚는 걸 의미하고 단양주(單釀酒)라고 하면 밑술 한 번으로 끝내는 술을 말하고, 이양주(二釀酒)는 밑술 그리고 덧술 한번만 한 술을 의미한다.


흔히 좋은 술에는 죽력고(竹瀝膏)나 이강고(梨薑膏), 호산춘(壺山春)처럼 고(膏)나 춘(春)을 붙이데, 내 술은 삼양주라서 춘(春)을 덧붙여 자성춘이라 이름 짓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고 마신다.


우리 학교에는 조리디자인과가 있는데, 술도 발효식품으로 일종의 요리이고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고 싶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조주(造酒) 학생동아리를 만들었다. 막걸리, 와인, 맥주 제조 등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뒤늦게 조주반 동아리 학생들의 요청에 받아들여 전통주에 대해서 수업하면서 석탄주를 직접 같이 만들어 집에 가져가도록 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을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설도 다가와 가는데 자기가 정성껏 빚은 술로 차례를 지내거나 가까운 친척 또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자기가 빚은 술로 술자리를 빛내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더 이상 밀주(密酒)도 아니고 국가에서도 쌀 소비를 장려하는 터라 각 지자체 구청 문화원이나 주민센터 문화원에서조차 전통주 제조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진정한 애주가라면 스스로 술을 만들어 마셔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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