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

[정락인 사건전문기자]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 대전 국민은행 둔산지점 지하주차장에 현금 수송차량인 이스타나 승합차가 들어섰다.

이 차량은 대전 용전지점의 은행 영업자금을 지역본부로 옮기는 중이었다. 차량 트렁크 안에는 각각 1만원권 3만장씩 담긴 가방 2개가 실려 있었다. 이날 현금수송 담당은 출납과장 김아무개씨(43)가 맡았고, 청원경찰과 운전기사가 동승했다.

현금수송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선 후 김 과장 일행이 차에서 내렸다. 이들은 현금 가방을 손수레에 옮겨 싣기 위해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꺼냈다.


그때 주차장에 있던 검정색 그랜저XG 한 대가 급히 후진하더니 현금수송차량 뒤쪽을 가로막았다. 그랜저 차량에서 복면을 한 괴한 2명이 나왔고, 한 명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이들은 김 과장 일행을 향해 “꼼짝마! 손들어!”라고 소리치며, 천정을 향해 권총 한 발을 발사했다.

이에 놀란 청원경찰과 운전기사는 재빨리 승합차 앞쪽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김과장은 미처 피하지 못해 범인이 쏜 총탄에 허벅지와 팔이 관통됐다.

은행 직원 권총에 맞아 사망

김 과장은 그 자리에 쓰러졌고 얼마 뒤 사망했다. 괴한들은 손수레 위에 있던 돈 가방을 옮겨 실었다. 이때 승합차 운전기사가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후진시키면서 괴한들이 타고 온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3억원이 든 현금가방 1개를 그랜저에 옮겨 실었던 괴한들은 나머지 한 개를 싣지 못하고 급히 도주했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는 전날 경기도에서 도난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량은 사건 현장에서 130m 쯤 떨어진 빌딩 주차장에서 버려진 상태로 발견됐다.

범인들의 동선도 파악됐다. 운전자를 포함한 범인 3명은 국민은행 용전지점에서 출발한 현금수송차를 계속 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인이 권총을 사용한 것에 주목했다. 권총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 시급했다. 이를 위해 군인, 우범자, 경비업체 직원, 전직 경찰관 등을 대상으로 폐쇄회로(CC)TV 분석, 탐문 등 광범위한 수사를 했다.

범행에 쓰인 총알은 경찰용 38구경 리볼버의 총탄이었다. 이어 권총의 출처도 확인됐는데, 범행 두 달 전인 2001년 10월 대전 송촌동에서 순찰하던 노아무개 경사(33) 탈취당한 것이었다.

범인에 대한 목격자의 제보도 이어졌다. 한 목격자는 그랜저 차량을 몰고 다니는 20~30대 남성들이 중구 부사동에서 선팅지를 구입해 갔다고 제보했다. 실제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유리창에는 선팅지가 3중으로 덧붙여져 있었다.

유력 용의자 몽타주 작성해 배포

경찰은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두 명의 몽타주를 작성해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했다. 2002년 8월 용의자 3명이 검거됐지만 권총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범인들에 대한 제보도 시들해졌다. 수사도 제자리걸음을 맴돌았고, 결국 2003년 3월 수사본부가 해체됐다.


이 사건 뒤 전국에서는 현금수송차를 노린 범행이 잇따랐다. 2003년 1월 대전 은행동 사건(현금 4억 7000만원 도난), 같은 해 9월 태평동 사건(현금 8억 7000만원) 등은 국민은행 사건의 범인들이 개입한 연쇄 범행으로 추정되지만 모두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은행동·태평동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났다.

원래 이 사건은 2016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범인을 잡으면 처벌이 가능하다.

제보는 대전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042-609-2473)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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