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원래 생산성이 낮은가?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대로 중소기업의 저생산성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1990년대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대기업보다 높았다. 1990년대 이후부터 바뀌어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기업의 구조조정 시기를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은 생산성 증가율이 대기업보다 낮았다. 1980년대 후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00인 이상 대기업이 연 평균 8.6%인데 20-99인 중소기업은 12.4%였다. 현재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1/2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그 격차는 2/3정도였다. 1980년대 경제성장률은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가 덕분에 9.9%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제성장에 대한 기술혁신의 기여도는 1970년대 0.9%에서 1980년대에는 3.5%로 획기적으로 올라갔다.

중소기업은 왜 저생산성의 덫에 빠져있을까?

저생산성은 대기업과 임금격차를 키워 중소기업을 만성적 구인난에 처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이 저조하고 저생산성이 지속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 원인은 중소기업이 세계화와 기술혁신을 활용하는데 실패한데 있다. 저생산성은 시간 또는 근로자 당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의 양이 작은데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고 같은 제품 및 서비스라도 가격이 낮아 부가가치가 작은데도 기인한다. 세계화가 되면서 중국 등에서 값싼 제품이 대량 수입되어 중소기업은 가격경쟁을 벌이는 반면, 수출은 부진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높이기 어려웠다. 반면, 대기업은 세계화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져 신기술을 장착한 기계나 설비 및 장비를 들여와 단위 생산성을 높이고 해외시장 확대와 부가가치 제고로 중소기업과 격차를 벌렸다.

한국은 정말 제조업 강국일까?

제조업의 생산성이 높은데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 게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제조업 내에서 중소기업의 저생산성을 보면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 전체의 생산성은 빠르게 올라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나오지만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간의 생산성 격차보다 제조업 내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더 크다. 서비스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2배에 미치지 못하지만 제조업에서는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제조업에 한정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 커진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제조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1990년대 초반 대기업의 50%정도로 비슷했는데 그 이후 일본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한국은 떨어져 2000년대 중반에 격차가 1/3로 더 벌어졌다.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은 생산성이 왜 추락했는가?

이 문제는 대기업의 노사관계 변화와 알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이 깊다. 노동운동이 제조업과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제조대기업은 노사관계 불안으로 고용을 줄이고 자본투입을 늘려 자동화와 로봇으로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였다. 또한 대기업은 직접 생산을 줄이고 외주와 하청 생산을 늘리되 1차 협력 중소기업의 숫자를 줄였고 외주나 하청을 받은 중소기업은 다시 외주나 하청을 줌으로써 중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소기업의 비중이 증가했다. 기업의 해외진출도 대기업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기업뿐 아니라 생산성이 비교적 높은 알짜 제조 중소기업도 2000년대 들어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대거 진출했다. 대기업의 1차 협력 중소기업들은 물론이고 주방용기업체 락앤락처럼 기술력이 있는 독립적인 중소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해 수출이나 외국인 투자 등을 활용해 글로블 기업으로 성공하게 되는데 이 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 격차 확대로 나타난다.

제조업에서의 자본 이탈은 서비스업의 자본 유입으로 이어졌을까?

제조업은 외주나 하청의 글로벌화와 다층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이 해외로 대거 이탈했지만 외국인투자 등으로 메우지 못했고 더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의 빈 공간을 서비스업이 채우지 못한 것이다. 서비스업에 대한 자본투입이 저조하다 보니 영세한 기업의 숫자만 증가해 중소기업의 90%가 서비스업에 속하게 되었고 서비스업은 고용비중만 올라가고 생산성 증가는 제자리걸음을 하였다.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는 되었는데 2010년대 들어오면서 50%이하로 격감했다. 생산성을 미국과 비교하면 제조업은 90% 가까운 수준으로 따라잡았는데 서비스업은 30%선에서 맴돌고 있다. 서비스업의 만성적 저생산성은 자본 투입의 부족에 그 이유가 있다.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제조업 기준의 규제정책이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았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아니다. 서비스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미국도 제조업 전성시대에는 서비스업은 병처럼 경제에 짐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서비스업의 성장이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경제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무색하게 되었다. 미국의 서비스업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난 이유는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와 함께 자본축적이 꾸준히 이루어져왔고 서비스업은 정보의 활용이 중요한데 IT가 이를 뒷받침한데 있다. 또한 제조업도 시장경쟁 격화로 생산의 부가가치는 감소하는 반면, 디자인 및 기능과 판매 및 사후관리 등 서비스가 부가가치를 좌우하고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연구개발서비스가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미국의 신경제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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