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삼산경찰서] 최근 동물 중 고라니만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있나 싶다. 연간 5만여 건에 달하는 로드킬 사고 중 고라니의 이름이 유독 부각된 것은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간지역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갑자기 튀어나와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 때문에 고라니라는 이름 뒤에는 어느새 ‘불쑥 튀어나오다’라는 의미도 포함 되었지만 좋은 의미 쓰이진 않는다. 도로 위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자전거 운전자를 ‘자라니(자전거+고라니)’라고 하는 걸 보면 차량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한 감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사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고라니를 무작정 탓할 수는 없다. 고라니는 신호체계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더러 고라니의 길을 헤집고 도로를 만든 것은 애초에 사람이었다. 더욱이 억울한 것이 사고가 난 후 남겨지는 차량에 묻은 혈흔, 그것에 대한 찝찝함과 미안함, 구겨진 앞 범퍼는 잊혀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까?

교통안전공단 기준 무단횡단에 의한 교통사고가 최근 3년 동안 15만 2000건이다. 이 중 6200여 명이 사망했다.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무단횡단 사고로 인해 법원도 “불법 횡단까지 운전자가 예견해 주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라며, 신호를 무시한 불법 보행자에 대해 보호의 손길을 거두는 추세이다.

’차가 오기 전에 빨리 건너면 별문제가 없을 것‘, ’편해서‘, ’그냥‘ 등 무책임한 무단횡단의 이유들이 핑계밖에 되지 않는 것은 사고 발생 시 이어지는 책임 문제에 대해 누구 하나 거론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호등이 어떤 색으로 빛을 낼 때 길을 건널 수 있는지 배워온 것은 차치하더라도 누군가에게라도 한 번은 들었을 “길 건널 때 자동차 조심해라”는 말을 기억한다면, 자신의 편함과 안일함 때문에 타인에게 씻기지 않을 고통을 남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행자 스스로가 무단횡단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교통 법규를 준수하여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한다.

지금도 반복되는 무단횡단으로 인해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나는 고라니인가 사람인가’를 자문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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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삼산경찰서 갈산지구대 순경 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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