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1936년 5월 일본 내무성 경보국(警保局) 보안과 발간 ‘외사경찰자료 제9집’과 1937년 조선총독부 경무국 보안과 발간 ‘고등경찰보 제6호’에 항일 무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義烈團)의 ‘정보학개론’(情報學槪論)이 일본어로 번역‧수록되어 있다.

사륙(4 ‧ 6)판 크기 ‧ 등사판 인쇄 ‧ 108쪽 분량으로 알려지고 있는 한글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1935년 5월 15일 중국 남경(南京)에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일명 의열단간부학교) 교관 이춘암(李春岩)이 정보학 강의를 위해 자신의 공작활동 경험과 쏘련 비밀경찰 ‘게페우’ (GPU, KGB 전신)자료, 전임(前任) 교관 강의자료 등을 종합 ‧ 편집한 것이다.

구성은 제1 첩보업무 편, 제2 특무공작 편, 제3 공작실시 편, 제4 통신방법 편, 제5 마취와 암살 편, 제6 게페우, 제7 우편검사 편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예측하고, 민족 최후의 생사를 결판내기 위해선 반드시 전쟁에 참가해야 한다며 국가차원의 정보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국가 정보기관과 부문 정보기관을 구분하고, 첩보의 다양한 출처와 전 ‧ 평시 첩보수집목표도 세분화 했다.

선전공작 ‧ 정치공작 ‧ 준군사공작이 포함된 비밀공작을 특별히 강조했다. 의열단원이면서 중국군 정보장교로 활동하던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 전임(前任) 교관인 국민당 비밀정보기관 남의사(藍衣社) 요원 협중용(協中庸)의 강의 자료를 추가하고, 100여 년 비밀경찰 역사를 가진 쏘련의 ‘게페우 공작이론’도 그대로 접목하였다. 당시로선 선진이론이었고 과학이었다.

미흡하지만 방첩의 중요성도 역설했고, 문서와 통신보안도 빠뜨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진 외국 정보기관까지 소개했다.

‘정보분석’ ‘정보정책’ 등 일부 언급되지 않은 분야가 없진 않지만, 최근 국가 정보학 책자에서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정보분석’ ‘정보정책’ 개념이 비교적 현대적 개념인 점을 고려한다면, 의열단 ‘정보학개론’을 80여 년 전 당시의 ‘국가정보학’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의열단 ‘정보학개론’의 정보사적(情報史的) 가치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첫 째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정보학’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형태 비밀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 1902. 6. 설립)와 임시정부 정보기관인 지방선전부(地方宣傳部, 1920. 6. 조직)의 경우, 기관 자체 사료(史料)는 일부 확인된 바 있지만 정보요원 교육 자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1910년 국권 상실이후 한국 청년들이 군사간부로 양성되던 국내외 전(全) 군사 교육기관 중 ‘정보학’ 명칭의 과목이 최초로 강의된 곳이 ‘의열단간부학교’이고, 그 때 사용되었던 교재가 바로 의열단원 이춘암이 편찬한 ‘정보학개론’이다.

둘 째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특무공작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유일한 자료다.

일본은 근대적 국가로서 청 · 일 전쟁, 러 · 일 전쟁, 그리고 1차 세계대전에서도 승리한 막강한 제국주의 국가였다. 종전의 독립운동 방략(方略)으로 조국 광복을 얻기란 불가능했다. 근대적 조직을 갖춘 막강한 일본군을 물리치고 식민 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한 방략은 오로지 특무공작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출현한 것이 1930년대 초반 ‘한인애국단’ ‘의열단간부학교’ ‘한국특무대 예비훈련소’ 등이다.

이 후 독립투쟁 교육의 중점은 특무공작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독립운동단체에서 특무교육을 실시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구체적인 교육내용은 찾기가 쉽지 않고 강의 교재는 더더욱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상황에서 특무공작의 사상적 배경 ‧ 조직 ‧ 대상 ‧ 범위 ‧ 기법, 특무 공작원의 채용 ‧ 훈련 ‧ 규율 등을 체계적으로 기술해 놓은 의열단 ‘정보학개론’의 정보사적 사료가치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2017. 12. 18. 서울 코리아나 호텔(7층)에서 개최된 한국국가정보학회 2017년 연례 학술회의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통일연구회 연구위원 장석광

-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21세기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안보통일연구회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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