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박순원 기자 = 재활용품 수거업체의 거부로 불거진 ‘쓰레기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재활용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재활용 산업의 효자재질로 꼽히던 페트병의 재활용이 어려워지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페트병 제조업체들은 현행 재활용 등급분류 잣대를 문제 삼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대다수 국가들이 사용하는 분류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환경부와 재활용업계에 따르면 연간 페트병(무색, 유색, 복합재질) 출고량은 27만 4000여t에 달한다. 고급 페트병(백색)은 고급 스포츠웨어를 만들고, 저급품은 인형내장재, 부직포 등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폐 페트병은 사용처가 다양하지만 갈수록 재활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다양한 색상(형광색 포함)과 재질이 다른 뚜껑사용, 라벨비중과 접착제 수분리 등이 쉽지 않다.

디에스리사이클링㈜ 최재원 회장는 “색을 사용하는 페트병이 많고, 몸체에 붙은 라벨이 분리되지 않아 재활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페트뿐만 아니라 모든 포장재는 처음 만들 때부터 재활용이 잘 되도록 재질·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에 대해서는 권고 사항이 아닌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시행에 따라 생산기업의 재활용 의무이행을 대신하고 있는 한국포장재 재활용 사업 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에 재질·구조 개선제도 운용 임무를 부여했다. 공제조합은 생산기업들을 대상으로 포장재의 재질과 구조에 개선이 필요한 제품과 포장재에 대한 기준을 세워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포장재 재질별로 기능과 형태 등에 따라 등급별로 재활용이 얼마나 쉬운지를 구분해 놓았다. 이 기준에 따라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는 분담금을 깎아주는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있다. 포장재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재활용이 용이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생산자들이 재질구조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도록 한 제도이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다 보니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생산기업들은 재활용만을 생각해서 생산라인과 디자인을 바꾸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하소연한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출시하는 음료 페트병이 재활용이 어려운 등급이지만 기존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렵다”며 “거기에 따르는 인프라 비용 등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제품 포장재인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붙이게 되는 데 국내에서는 비중 1미만의 합성수지 재질은 비접착식과 수분리성 접착식 라벨 모두 재활용 1등급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재활용하기 쉽다.

페트병은 재활용 공정과정에서 반드시 세척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중분리를 통해 라벨 분리의 용이성, 재활용업계의 현황 등을 고려하여 수분리성 접착제 사용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설정했다. 현재 국내 페트병 재활용업체 대부분이 사업장에서 이물질, 잉크(표면인쇄)와 접착제 제거를 위해 세척공정을 거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페트병 재활용을 할 때 이 공정을 택하고 있다.

수분리성 접착제를 사용한 라벨은 이물질 제거를 위한 세척과정에서 몸체와 뚜렷이 분리돼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재활용이 쉽다. 비중이 1미만인 라벨은 세척시 물 위에 뜨게 돼 페트 본체와 분리가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중이 1이 넘는 라벨 재질은 분리되지 않고 페트 몸체와 함께 물에 가라앉아 재활용이 어렵게 된다.

공제조합 연구소 김동섭 소장은 “일본은 비중 1을 넘는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페트병은 업체가 자발적으로 무색으로만 생산하고,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의식이 투철하기 때문에 라벨 비중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 대부분이 라벨과 뚜껑 등을 사전에 제거한 다음 배출하는 것이 습관화 돼 있다. 페트병 라벨은 분리가 쉽도록 절취선을 넣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비중 1 이상의 비접착식(슈링크 라벨) 페트병도 분리하지 않고 대부분 그대로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페트병은 생산단계서부터 재활용이 유리하도록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재활용 시장이 지금까지는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왔는데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위해 각 주체별(정부, 기업, 소비자) 협조와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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