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외뉴스통신] 김현옥 기자 = 착한 목수 제페토가 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인형 피노키오는 요정의 도움으로 학교에 가지만, 서커스단에 현혹돼 고생을 하다가 제페토에 의해 구출돼 결국 사람이 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양평군 지평면 대평2리에도 꾸며내기를 싫어하는 착한 목수 김용재(50) 씨가 살고 있다. 동화와는 달리 아내와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지만, 늘 자신만의 나무인형을 깎아서 세상에 내놓고 싶은 ‘한국의 제페토’ 같은 사람이다.

경상북도 영주가 고향인 김씨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여의었다. 고등학교 1학년 자퇴를 한 뒤 직업훈련원에서 건축 배관 용접을 배워야 했다. 남들은 한창 공부할 시기인 열 여덟에 인천의 한 가구공장에 취직한 그가 처음 한 일은 일본 신사에 사용하는 수출용 불단가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남들보다 손재주가 좋았지만 돈을 더 벌고 싶어 20대 초반에 가구대리점을 운영했다. 월 수입이 수천 만원에 달할 정도로 벌이가 좋았지만, 지인에게 가게를 맡긴 것이 화근이 돼 4년 만에 손해만 보고 사업을 접었다.

노점에서 빵을 구워 팔면서 재기를 노리다 선배가 운영하는 가구공장에 다시 취직해 유명 브랜드 가구의 조각을 전문으로 했다. 선배의 권유로 가구 도매업을 하면서 샘플을 서너 개씩 트럭에 싣고 4층까지 직접 나르면서 영업을 했지만, 싸늘한 반응에 운전석에서 눈물 흘린 날도 많았다.

한달 동안 한 개도 못 팔자 포기하려는 순간, 주변에서 그의 성실함과 가구를 수리하는 능력을 보고 고객을 많이 소개해줬다. 이번에는 직접 가구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지만 공교롭게 IMF가 닥치면서 가진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

다시 밑바닥부터 가구 영업 일을 하면서 재기를 모색하던 중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2002년 재팬다이쇼에 참가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중소기업 제품 전시회장에서 우연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목공교육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직접 시범을 보이자 반응이 뜨거워서 1주일 간 교육을 했다. ‘이게 천직이다’ 싶어 경비 150만원을 모두 털어서 DIY 관련 책을 구입해 귀국 후 공장을 정리하고 2006년 양평에 터를 잡았다.

1,200평 땅을 구입해 집을 짓고 목공학교를 세웠는데 처음에는 인기가 좋았다. 장애인 학생 두 명과 6개월 가량 교육을 함께 했는데, 나무를 통해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이 마냥 좋았다. 아마도 틀에 짜여지지 않은 그 만의 소통 방법 때문이리라.

실제 정해진 프로그램 없이 즉흥적으로 해달라는 것을 해주는 것이 소마공방 목공교육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대기자가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외진 곳에 있는데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안 하다 보니 발걸음이 점점 줄었다.

현재는 생계를 위해 공사현장에서 목수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가평군 프리마켓에서 도마 쟁반 액자와 나무로 만든 자전거, 블루투스 스피커 등 소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때 도마가 제일 인기여서 소마공방의 효자품목이 됐다.

이곳 도마는 원목을 구입해 제재소에서 절단한 후 7년 이상 자연건조 시킨 나무 만을 사용하니 뒤틀림 등 변형이 없고 향도 오래간다. 도마 재료는 월넛, 캄포(녹나무), 편백, 참죽, 메이플 등 종류 별로 다양하다. 주위에서 인터넷 판매를 하라고 하지만 값싼 재료, 건조기간도 짧은 나무를 사용하는 업체와 경쟁력에서 안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양평에서의 그의 삶은 여느 마을 주민들과 다름이 없다. 올 겨울엔 마을 진입로에 눈이 많이 내려 혼자 치우고 곡괭이로 빙판을 깨는데 근처 요양원 원장, 옛 이장, 동네 형들이 지나가다 보고 같이 거들 정도로 마음을 나누며 산다.

김용재 목수는 “나무를 만지는 일을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했는데 지금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목공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전시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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