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미래의 모습은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라진 아기 울음소리, 바다생물의 멸종, 일부일처제의 전통적 결혼제도의 폐지, 3D 프린터로 프린트 한 음식과 옷까지. 180도 다른 미래가 ‘삶’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다랐다. ‘이혜민 기자가 전하는 미래예보’ 기획물은 이런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에서부터 편안한 노후 대비까지, 독자들 삶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물이다. 우선 이 기획물은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들과 미래에 새로 생겨날 것들을 각각 3회에 걸쳐 살펴봄으로써 미래에 대한 큰 틀을 볼 것이다. 그리고 5~7회에 걸쳐 인구, 산업, 언어, 정치 등의 세부분야의 미래전망에 대해 분석·예측할 것이다. 더불어 이 기획물에 유엔 미래보고서 자료 활용에서부터 조언까지, 도움을 주신 유엔미래포럼 박영숙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편집자 주-

 

[서울=내외뉴스통신] 이혜민 기자 = 때는 바야흐로 2063년. 평범한 가정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칩 넘버02. 금융-부동산 지식 총 다섯 파트 중 두 번째 파트가 업데이트 중입니다. 2분 6초 남았습니다’ 

“엄마 아직 멀었어요?” 13살 ‘제인KR30’이 목 뒤에 꽂은 손톱만 한 칩을 만지작거리며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2분 남았다잖니. 엄마 이번에 부결된 안건에 대한 회의 있는거 알지? 바쁘니깐 말썽 부리지 말고. 너 좋아하는 메뚜기 튀김으로 점심 식사 준비해 놨으니 챙겨 먹고. 라틴어 칩도 사놓았으니깐 그것도 마저 업데이트 해놓으렴.” 엄마는 모니터와 딸에게 번갈아 시선을 주며 바삐 답한다. 

제인KR30은 부동산 칩 업데이트가 끝나자 잽싸게 ‘셋째 아빠’ 방으로 간다. “식사하세요, 아빠!” “어, 우리 제인30이구나. 이리 좀 와봐라. 여기... 이 집 하고 또... 이 집,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 곳이 좋을 것 같니?” 이번 안건 부결을 포함해 정부 행정에 불만이 쌓인 제인KR30의 가족은 해상도시로 이사할 모양이다. 제인KR30은 대부분의 친구가 머무는 해상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이 기대되면서도 선조들이 부대끼며 살았다는 ‘지구’를 떠나기 어째 섭섭한 마음이다. 

“음... 모르겠어요... 꼭 가야하나요? 아 맞다, 아빠! 제 전기차 ‘폴라틱’ 태양광 충전 좀 해야 해요! 오늘 ‘케빈CA24’를 만나 작별인사를 해야 하거든요...” 제인KR30의 전기차, 폴라틱은 광고 두 개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전이 가능하다. 

‘넘쳐나는 바닷물에서 발견된 고급먹거리에서 이젠 희귀종이 된 오징어를 단독 입수하는 업체입니다. 피부에도 좋고 맛도 좋은 해산물 섭취를 원하는 여러분..’ 멸종한 바다생물 데이터에서만 봤던 ‘오징어’를 취급한다는 업체의 광고에 제인KR30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두 번째 광고에서 해수면 90cm 상승으로 난민 8억 명이 발생해 해상도시 국가 추가 건설이 시급하다는 공익광고를 보며 두 광고가 무언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충전이 완료된 폴라틱에 올라타 케빈CA24에게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약 40년 후의 모습이다.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허상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다가올 우리 삶의 모습이다.

한국 인구는 2050년에는 3,500만 명으로 줄어든다. 의료복지비용이 국가 예산의 70%를 차지하고 출산율 정점을 찍은 2020년 이후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은 출산율 최저, 자살률 최고 등의 수치를 수시로 경신하고 있다.

학령인구도 줄어들어 80%의 초·중·고등학교가 사라지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대학은 2030년에 이미 절반이 사라진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매트릭스’처럼 대부분은 뇌에 칩을 이식해 지식을 업로드한다.  

현재 세계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직업과 산업 분야가 사라진다. 대표적인 예로 언론, 변호사, 회계사, 자동차산업, 그리고 철강 산업 등이 있다. 음식과 옷은 물론 집도 프린트한다. 3D음식물 프린터는 낭비되는 음식물의 80%를 줄일 수 있다. 에너지는 각 가구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패널을 사용한다.

변화는 비단 산업이나 기술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선 먹거리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약 2100년이면 109억 명에 달하는 인구로 육류 공급 부족으로 곤충 섭취가 일반화될 것이다. 평균수명 130세 시대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전 세계를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과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일처제의 전통적 결혼제도가 사라진다. 또한 온라인 정치의 발달로 다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지고, 지구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나 난민 중 일부는 해상도시나 우주 도시로 이주해 살게 된다. 

현재 인류는 공상 영화에 나올 법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변화는 그 속도와 폭이 빠르고 깊어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도태되고 말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 등 면면을 살펴보기 전에 다음회부터 3회에 걸쳐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들’에 대해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박영숙‧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30-2050』, 교보문고, p8-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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