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최규남

[내외뉴스통신] 올해도 어김없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은 찾아왔다. 그 6월 초순에 들어 있는 현충일 아침에 아파트 베란다에 조기(弔旗)를 내 걸면서 저의 눈 안으로 들어온 건너편 아파트의 창밖에 가물에 콩 나듯이 내 걸린 조기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런 광경을 호국 영령과 애국 열사들이 만약이지만 하늘에서 보고 계신다면 얼마나 섭섭함을 느끼셨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유별을 떠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강원도 양구 최전방에 위치한 ‘도솔산’에서 6·25 당시 먼저 산화(散華)하신 전우들의 이름을 목매어 부르면서 눈물짓던 해병대 노(老) 장군님의 모습이 홀연히 떠올랐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분의 성함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분명하게 생각나는 것은 그분이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해병대 장군이셨다는 것과 그분이 6·25 당시 소속되어 있던 우리의 해병대 제1연대가 ‘도솔산 전투‘에 투입되어 북한군 2개 사단을 상대로 17일간의 혈전(血戰)을 벌인 끝에 대승을 거두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병대원이 전사하였지만 눈물짓던 해병대 장군 본인은 전투 중에 중상을 입어 급히 후방으로 이송되면서 살아남게 되었고, 군 생활을 하면서도 그 때의 전우들을 못내 잊지 못하다 전역을 목전에 둔 시점에 양구 도솔산을 찾아오셨다는 사실이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무적해병(無敵海兵)이란 구호는 바로 그 도솔산 전투에서 생겨난 말이며 지금도 우리의 해병대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군가로 부르고 있는 ‘하늘의 우뢰소리 땅 위에 아우성/불바다 피투성이 새우기 몇 밤/이 나라 해병들이 명예 걸매고/목숨 내건 싸움터 도솔산일세' 등의 내용을 담은 ’도솔산의 노래’는 도솔산 전투의 정신을 후배 해병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산화한 전우들을 그리워하시던 그 老 장군의 애달픈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 역시 36년 전 도솔산이 위치한 그 최전방 사단에서 지뢰사고가 났을 때 부하들을 구하고 순직한 동기생 故 조00 대위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이 있기에 그 분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이 필자로 하여금 국가안보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면서 청춘을 보내게 만든 단초가 되지 않았을 까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서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국가를 위해 산화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와 관심이 점점 더 소홀해지고 옅어져 가고 있는 듯이 느껴져 안타깝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최전방 산간오지와 해안에서 그리고 하늘과 바다에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밤잠을 설치고 계시는 모든 군인의 명예를 손상시킬 수도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는 표현이 별다른 거부감도 없이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양심이란 단어의 뜻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국민의 신성한 의무인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에 불과한데 이러한 사람들에게 양심이라는 말을 붙여 준다면, 자칫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분들을 ‘비양심적 병역 수행자’로 오인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의 명예와 사기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표현 하나하나가 그것과 연관된 사람들의 명예와 사기를 드높일 수도 있고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어떤 의도가 없다면 앞으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는 표현보다는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자’ 등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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