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성백선

[내외뉴스통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환경은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불어온 한반도 주변의 변화 바람은 주변국들의 숨 가쁜 외교전과 우리 국민의 뜨거운 평화 열망이 넘쳐나 한반도가 들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20세기 냉전의 유물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의 운명을 판가름 지을 경천동지할 신호탄임은 분명하다. 이는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그러나 이러한 갑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면밀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유럽식 교육을 받은바 있는 젊은 김정은이 그나마 깨인 시각으로 김일성 시대부터의 염원인 ‘이밥에 고깃국 먹는 날을 위해’ 그야말로 북한 주민들의 배고픈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개발을 추진하려는 전략적 변화인지, 아니면 그동안 줄기차게 진행되어 왔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전술적 제스처인지는 좀 더 진척 사항을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예정되어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하루아침에 연기하는가 하면,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4월 27일을 전후하여 북한 해커조직 ‘히든 코브라(Hidden Cobra)'가 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대규모 해킹공격을 하였던 점 등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대화와 북미회담 등이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는 이즈음, 김정은이 코스프레하고 있는 김일성 시대의 북한 대화행태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 아·태지역 부국장 등을 역임한 척 다운스(Chuck Downs)는 '북한의 협상 전략(North Korea's Negotiating Strategy)'이라는 책자를 통해 1970년대 대화에 임했던 북한의 협상전술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처법까지 제시하고 주목된다. 

다운스는 1970년대 남북조절위 한국대표로 참석하였던 이동복 대표의 집필을 인용하여 북한의 협상 전략을 다음의 다섯 단계로 분석하고 있다. ①협상테이블로 나감 ②합의 도출 ③합의조건에 대한 이견 제시 ④합의 취소 ⑤남한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 전가. 또한 송종환 대표의 논문을 인용하여 “첫 단계에서 북측은 상대방을 협상테이블로 유인하여 세부사항을 차후에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둘째 단계에서 북한은 상기의 원칙적인 합의를 멋대로 해석하여 유리한 방향으로 세부합의를 이끌어 내려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일방적으로 회담 중단을 선언하는 동시에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을 남측의 책임이라고 비난한다”고 북한의 협상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즉 “북한은 최초단계에서 거창한 제안을 내놓고 다음으로 협상태도를 경직시킨 다음 마지막에는 상대방이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는 것이 북한의 협상패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 패턴 속에서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외교적 목표를 추구하였다. 북한은 적당한 시기를 포착하여 그때마다 수용적인 자세와 비타협적인 자세, 호전적인 자세와 평화애호적인 태도, 호언장담과 애원을 교묘히 연출하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과정 그 자체는 북한이 멋대로 붙인 조건에 따라 교착상태 혹은 강제할 수 없는 합의로 끝났으며, 교착상태에 빠질 때면 어김없이 오직 한 가지 주제, 즉 주한미군 철수와 남한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이라는 전제조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북한이 외국군 철수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목표는 공산주의가 손쉽게 한반도 전역의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놀라운 것은 전문가들이 너무도 자주 그리고 너무도 쉽게 북한의 목표를 망각하고 북한의 제안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발판 구실을 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진다는 점이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척 다운스는 북한과의 대화에 임하는 서방측에게 “서방세계의 결의가 신뢰성 있고 단호할 때면 어김없이 북한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동안의 협상실패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에게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위협을 가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북한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인 우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였으며, 굳이 협상하지 않아도 되지만 북한에게 평화를 애걸하는 등 모든 협상에서 서방측은 전술적, 전략적으로 다양한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지적도 함께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남북대화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척 다운스는 상기 책자를 통해 향후 대화에 임할 미국 협상대표단에게 “북한 정권이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타협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혁할 것이며, 협상을 통한 합의 정신에 충실할 것이라는 비이성적 기대를 갖지 말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인식하는 잘못된 가정을 버리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협상대표단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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