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두 가지 명제, 그리고 그를 통한 한 가지 ‘진리’에 대해 감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명제1: 패러다임의 전환은 우스운 것에서 출발한다>

‘3D 프린터로 실크 블라우스도 뽑고, 아침에 먹을 빵도 뽑고, 직장 근처에 오피스텔도 뽑을 것이다’

대뜸 무슨 엉뚱한 말이냐고.

하지만 ‘토마스 쿤’ 이 말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렇게 우스울 수도, 엉뚱할 수도 있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으로까지 그 간의 과정들. 모든 패러다임의 전환은 ‘납득하기 힘든’ 명제에서 출발한다.

다빈치 연구소의 토머스 프레이 소장은 한국전력 같은 대규모 전력 공급기업들이 2020년경에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같은 경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활용한다 . 이는 소규모 마을 단위의 전력 네트워크로 개인이 집에 다양한 에너지 자가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자급자족하되, 전력시장을 만들어 사람들 간에 모자라거나 남는 전력을 쉽고 값싸게 사고팔도록 돕는다.

이밖에도 태양광 외에도 전 세계의 6%를 차지하는 늪지의 미생물로 에너지를 얻는 생체연료전지, 바람이 많은 아프리카의 풍력 터빈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바다의 조류와 파도의 힘을 이용한 발전소도 5년 안에 세워질 전망이다.

‘에너지=전력’이라는 공식이 자동으로 머리에 탑재돼 있을 정도로 너무나 친숙한 전력이 2년 내에 사향길이라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인 선언이다. 하지만 위의 현상들은 마치 생계유지의 전부였던 ‘벼농사’가 ‘공장업무’로 돌연 바뀌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변화의 폭은 크지만 곧 실현될 것이란 의미다.

<명제2: 지는 해를 슬퍼 말라. 뜨는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사라지는 산업이 있으면 이를 대체할 것이 온다.

지지 않을 것만 같던 철강산업이 지고 있다.

강철보다 단단하고 실리콘처럼 유연하며 열과 충격에 강한 첨단 소재는 많은 업계의 드림(dream)이다. 특히 환경오염을 줄이고 우주를 개발하는 데에는 이런 신소재가 필수다. 현재 그 가능성을 보이는 것들이 나노기술로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graphene), 카르빈(carbyne)이다. 이들이 완전히 개발되면 철강산업을 일시에 추락시킬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탄소나노튜브는 6개의 탄소가 육각형을 이룬 관 형태의 신소재로, 1991년 일본 전기회사 부서 연구소의 이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발견했다. 전기도율이 구리와 비슷하고,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으며, 강도는 철강보다 100배나 뛰어나다.

그래핀은 상온에서 구리나 실리콘보다 100배 높은 전류량과 빠른 속도, 강철의 200배에 해당하는 기계적 강도를 갖는 탄소 신소재로 그래핀 제조산업은 세계의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가령 일본은 2010년에 이미 14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했고, 영국은 그래핀 상용화를 위해 60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한 바 있으며, 싱가포르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그래핀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5년 간 약 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 역시 그래핀 소재 부품 상용화 개발로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2018년까지 국비 471억 원, 민간 785억 원 등을 투자할 전망이다.

이어서 2020년경에 변혁을 가져 올 분야는 3D 프린터다. 3D 프린터는 흔한 거라고? 모르시는 말씀.

‘미래예보’ 1편에서부터 필자는 3D 프린터로 ‘별의 별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 3D 프린터가 가장 먼저 사용될 곳 중 하나는 치기공 분야다. 환자를 위한 맞춤형 틀니와 임플란트용 치아 제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미국 정부는 3D 프린터가 가져올 또 다른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다.  3D 프린터는 21세기를 변화시키는 4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아웃소싱을 인소싱으로 바꾸는 사회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창조경제 열풍을 타고 100만 원대 가정용 3D 프린터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국내 치과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 기기를 비치한 곳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은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제조업에서부터 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 장기 등의 프린트도 실험 중에 있다.

대체에너지, 철강산업, 그리고 3D 프린터의 ‘화려한’ 반란. ‘패러다임의 전환은 우스운 것에서 출발한다’, ‘지는 해를 슬퍼 말라. 뜨는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

두 가지 명제와 함께, 2020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종합해 보니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어 비판했던 이문열 작가의 책 제목이 불현 듯 떠오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참고문헌: 박영숙‧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30-2050』, 교보문고

 

hyemin.lee@nb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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