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외뉴스통신] 김현옥 기자 = “장사만큼 쉬운 게 없어요. 고객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 생각하면 돼요”

양평시장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몽실식당’ 김동운(59) 사장은 어렸을 적부터 공부보다는 장사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이 구구단을 욀 때 김 사장은 신문을 떼와 하루 50부씩 팔았다. 그게 재미있었고 번 돈으로 친구들에게 떡을 사주니 따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서울시 서대문구 영천시장 근처에서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정말’ 공부를 못해서 수도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집안이 가난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남대문에서 제법 큰 건물을 가지고 얼음가게를 운영하면서 조선호텔에 납품할 정도로 부유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집에서 살면서 과외를 했는데 졸업할 때까지 한글을 못 때자 두 손을 들고 나가버렸다. 중학교에 가서는 마포 어느 식당 앞에서 구두를 닦았는데, 남다른 손재주로 남들보다 3배 이상 돈을 벌었다. 고등학교에 배정을 받고도 입학을 안 하자 아버지한테 밤새 맞았다.

다행히 어머니가 따뜻하게 품어줘서 크게 삐뚤어 지지 않고 자랐다. 열일곱 살에 새벽 장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만 붙이면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화로를 만들어 많은 돈을 벌었다. 이 일로 송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에 출연하기도 했다.

19세 되던 해 서울 연세대 앞에서 500만원을 가지고 해장국 장사를 시작했다. 5평도 안 되는 작은 가게여서 단체로 오는 학생 손님을 받을 수 없어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어느 날 상복을 입은 손님들이 하나 둘 오기에 뭔가 봤더니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유족들이었다. 그날로 리어커에 뜨끈한 국을 싣고가 200그릇을 팔았다. 1년 만에 거래은행 지점장이 맨발로 나올 정도로 떼돈을 벌었다.

이후 성동구 화양리에서 치킨집, 술집을 해서 큰 돈을 벌기도 하고 흥청망청 쓰다가 사채업자에게 쫓기기도 했다. 다시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남대문 얼음가게에 취직해 1년 만에 빚을 갚고 26세에 성남시에 제법 큰 한정식집을 열었다. 정치에 기웃거리다 식당 일에 소홀하자 17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다 나가버렸다. 이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1990년 양평으로 이주했다.

양평에 와서도 슈퍼를 해서 하루에 가락시장을 2번 갈 정도로 돈을 잘 벌었다. 하루 2~3시간 자면서 한끼만 먹고 일했는데, 큰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이 나왔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슈퍼를 접고 낚시가게를 했다. 이때 낚시춘추 잡지에 기고할 정도로 낚시이론에 푹 빠졌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다단계와 중고차딜러를 하다가 빚만 2억 원 넘게 지고 신용마저 잃었다. 콩나물 천 원어치 살 돈도 없어서 덕평리 뒷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마침 동네에 빈집이 하나 있어 누더기 같은 집에서 재기를 준비했다.

양평에서는 얼굴을 들기 어려워 구리 등지에서 선베이과자를 팔다가 하남에서 막걸리 장사를 했다. 잔 막걸리에 돼지껍데기 안주를 무료로 주자 인기가 폭발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2010년 지금의 몽실식당 자리를 인수해 3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다가 자리를 잡았다.

‘대한민국에서 최고 맛있고 싸게 팔자’는 다짐 아래 전국 고기맛집을 100곳 넘게 찾아 다녔다. 그러던 차에 <몽실언니>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식당이름을 몽실식당으로 지었다. 또 <마켓3.0>을 읽고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식당을 꿈꾸며 유니세프 기부와 서스펜디드 운동에 동참했다.

김 사장은 “처음에는 이런 기부를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했다”면서 “이제는 결과적으로 손님들에게 받은 사랑을 이웃과 함께 하는 방법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40여 년 동안 험하게 살아오면서 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숙제처럼 남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창업자에게 무료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올 봄 몽실식당 1호점을 인천에 열었는데 개점 한 달도 안돼 자리를 잡았다. 10호점을 넘어서면 ‘동운상회’를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100호점까지는 무료로 컨설팅을 해주고 그 뒤부터는 1,000만원 이상을 벌면 유니세프에 0.5%, ‘동운상회’에 0.5% 기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평에 ‘리더십센터’를 만들어서 인성 및 창업교육을 통해 젊은 인재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 5월 출간한 <몽실식당이야기> 시즌2도 기획하고 있다.

현재 몽실식당은 큰딸, 작은 아들을 포함 직원 7명 모두 정직원이다. 주방과 홀을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직원 복지도 여느 기업 못지 않다. 모두 오너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창업을 하면 언제든지 지원을 해주니 찾아오는 손님도 기분이 좋다.

김동운 사장은 “순탄치 않게 살아오면서 ‘장사의 달인’보다는 우리 주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몽실몽실 착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몽실브랜드가 전국에 퍼져 세상의 온도가 1도라도 더 올라가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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