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외뉴스통신] 김현옥 기자 = 1955년 설립돼 올해 60회 졸업생(연인원 4,799명)을 배출한 지평고등학교(교장 조창애)는 지역의 역사와 함께한 유서 깊은 학교다. 2013년 혁신학교에 지정돼 2017년 우수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을 만큼 양평교육의 버팀목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다.

소통과 존중으로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3지인’(지성인, 지평인, 지구인) 양성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및 체인지메이커 스쿨로도 지정됐다. 올해부터는 다목적 학교 급식실 신축, 마을공동체 어울림공간조성 사업, 도서관 리모델링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사실 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의 가치를 이끌고 가기에는 힘든 점이 많다. 더구나 교통편이 원활치 않은 양평에서는 학생들이 차 시간에 맞춰서 하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안 프로그램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 학교에서 혁신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조윤이(생명과학 담당) 선생은 그야말로 맨땅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체인지메이커에 꽂혀서 교사 연수를 받으면서 마음이 풍선처럼 붕 떠올랐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학생들이 우선 낯선 용어에 대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고, 반응도 시큰둥했다. 조윤이 선생 또한 처음에 의욕만 앞서다 보니 프로젝트만 잔뜩 벌여놓고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기로 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답이 나왔다. 수업이 끝난 후 1시간 가량 버스를 기다리기 까지 쉴 공간을 학생들은 필요로 했다. 문제에 대해 공감을 하자 사용하지 않는 미술실을 고쳐 쉼터로 만드는데 모두가 찬성했다.

몇 차례 회의와 응모를 통해서 딱딱한 바닥과 벽, 먼지투성이 커튼이 누구나 와서 쉬어도 좋을 만큼 안락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작은 성공을 맛본 후 학생들의 생각도 변했다. 전에는 “뭐 해볼까” 하면 고개를 흔들던 아이들도 이제는 “우리가 할게요”로 바뀌었다.

올해는 지난해 실패를 딛고 동아리 형식으로 체인지메이커를 운영하는데, 현재 13명이 참여 중이다. 체인지메이커가 생소한 1학년 학생의 경우, 1학기 시험이 끝나고 2주 동안 실시되는 자율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자인씽킹 캠프’ 참여 후 동아리로 참여케 할 예정이다.

이 밖에 7월 12일 사이언스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오는 13~14일 30명이 참여해 1박 2일 창의캠프로 ‘골드버그 장치만들기 대회’를 개최한다. 13일(금) 1교시부터 6교시까지는 6개 반에서 ‘지평 시네마천국’을 열어 반마다 각각 다른 영화를 상영한다.

점심시간에 운영하는 ‘스탬프마켓’(선생님들이 주는 칭찬 도장으로 물품 구매)에서는 팝콘 등 간식과 음료수 등도 판매해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또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8월 12~14일까지 2박3일 동안 지평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드론캠프’도 호응이 뜨겁다.

특히 양평군에서 최초로 보건간호학과를 승인 받아서 내년부터 1학년 학생 25명을 모집한다. 여기서 공부한 학생들이 지역 병원과 요양원에서 재능을 맘껏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20명의 교사가 95명의 학생과 같이 지내니 자연스레 생활교육이 이뤄져 자존감과 자부심이 높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윤이 선생은 “지평고 학생들의 가장 큰 자산은 대도시 학생들처럼 ‘이거 스펙에 반영되나요’라고 묻지 않는 점”이라면서 “안 돼보다 스스로 선택하게 했더니 실패든 성공이든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체인지메이커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박창경 교감은 “올해는 어울림공간 조성사업을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과 연계시켜서 추진할 예정”이라며 “학교 여유공간을 활용해 주민과 함께하는 북카페를 만들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더욱 힘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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