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외뉴스통신] 김현옥 기자 = 평생 반려자인 아내가 호흡기 건강이 안 좋아져 서울에서 3년 가량 불면증에 시달렸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치과의사는 2년 전 양평으로 이주를 결심한다. 공기 좋은데 살아야겠다 싶어 회현리에 터를 잡았다. 다행히 지금은 아내의 건강도 좋아져 예전처럼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라이프치과 최동주 원장(59)은 서울대 치대를 나와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교수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 개원을 위해 발품을 팔아봤지만 자금과 거리 등이 문제였다. 3개월 고심 끝에 양평에 개업을 하기로 결심하면서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나’ 싶었다.

2016년 8월 양평에 온 이후로 최 원장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그에게 사실 시골생활은 남 얘기만 같았다. 하지만 틈틈이 겪어본 양평은 자연풍광은 물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좋은 자원을 가진 도시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 ‘뉴질랜드나 스위스 다보스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름답게 가꾸고 후손들이 자부심을 갖는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다짐하고,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 계획을 세웠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강사 교육이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직원들에게 ‘근거 없는 동기부여’를 강요하는 강의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 작은 실천을 이루는 어떤 손짓을 원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인문학 특강’이다.

우선 2년만 해보자고 한 일이 오는 8월이면 꼬박 24회를 맞는다. 2016년 9월 26일 이권헌 목사부터 다음달 13일 하브르타스쿨 양선희 대표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강사들이 연단에 섰다. 여기까지 오는데 ‘까칠한 재석이’로 유명한 고정욱 작가 등 주변의 도움이 컸다.

재미난 조선역사, 독도이야기, 스케줄관리법, 가수 강원래, 몽실식당 실패성공담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깊어지게 했다. 직원들은 매체를 이용해 광고를 하자고 했지만 최 원장을 손사래를 쳤다. 인문학 소양이 깊어지면 스탭들의 자부심이 높아져 환자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동주 원장은 “2년 동안 우리 스스로 마음이 커져야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 기다려달라고 했다”면서 “지금은 가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수술 시 미처 못 보는 부분까지 스스럼 없이 얘기하는 분위기여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라이프치과는 뼈이식 등 고난도의 임플란트도 척척 해내 외국인 환자도 적지 않게 찾는다. 그래서 ‘양평에서 수준 높은 치과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계로 시선을 넓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학교 동창인 몽실식당 김동운 대표를 만난 것이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둘은 양평을 세계에서 주목하는 도시로 만들자고 다짐하고 얼마 전 ‘양평 일루미’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인문학 특강 시즌2’ 형식으로 양평을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향후 3년 동안 지역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취지다. 첫 강좌는 9월 3일 오후 6시 ‘늦게 온 소포’의 고두현 시인을 초대해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 원장은 장기적으로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진 양평을 마이스산업의 메카로 만들고 싶은 포부도 있다. 양평 일루미를 진행하면서 10년 정도 플랜을 가지고 천천히 준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 출신 의사 동기들의 비정기 모임인 ‘4080포럼’에서 밤 늦게까지 열공을 하고 있다.

최동주 원장은 “양평인 모두가 자부심을 갖는 도시를 만든다면 다보스 못지 않은 곳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인문학 특강이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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