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이혜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쌍상호프’를 깜짝 방문해 자영업자, 중소기업체 사장, 청년구직자 등 시민들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호프 타임’을 가졌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퇴근 길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대선 공약을 취임 1년을 넘긴 시점에 비로소 지키게 됐다.

이날 문 대통령의 호프집 방문은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또 민생이 처한 경제 현실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의 만남인 줄로만 알았다가 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등장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퇴근 길 시민들도 호프집 통유리로 문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수로 맞이하는 참석자들을 향해 문 대통령은 “다들 조금 놀라셨죠. 오로지 듣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요즘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제 등이 심각하게 논의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을 듣고자 한다”며 “아무런 메시지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왔다.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 씨가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달라. '아싸'라고 (건배사를) 하겠다"며 건배를 제의했고, 참석자들은 다 같이 "아싸"라고 외쳤다.

이후 본격적인 자리에서 이 씨가 우선 음식점주를 대표해 건의사항을 토로했다. 그는“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줬으면 한다"며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인데 근로시간 (단축), 시간 외 수당, 주휴수당이라 해서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지원되는 자금으로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는 건가"등의 질문을 던졌고, 이씨는 "최저임금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종업원 안 쓰고 가족끼리 하려고 하는 실정"이라면서 "그러다보니 사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일자리 창출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이태희 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의 4대 보험료 공제 문제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IT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씨는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직 기업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업종과 지역별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씨의 건의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문제의 경우 서울 물가와 지역 물가도 다르고, 지역별·업종별로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고용 규모도 다를 수 있다"며 "그에 따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도시락 업체 사장인 변양희 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어렵다며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변 씨는 "젊은 친구들이 커피숍 아르바이트 서빙 이런 데로 가지 도시락을 싸는 건 힘들다고 안 온다"며 "오는 아르바이트생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발표한 이후로는 저녁에 배달이 없다"며 "돈 모으는 건 상관이 없는데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는 안현주 씨는 "석사 공부하고 일을 했는데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으면서 여러가지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제가 일을 하면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니, 아이 기르기가 참 어렵다"고 호소했다.

청년구직자들의 건의사항도 이어졌다.

취업준비생 이찬희 씨는 "이공계지만 언어가 필요하다. 토익스피킹, 오픽을 공부하고 있는데 돈이 많이 든다"며 “현재 자격증 3개를 준비하고, 학원만 4곳을 다니는데 교통비, 식비를 포함하면 87만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자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예정했던 1시간을 훌쩍 넘긴 1시간35분 가량 이어졌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마지막 건배 제의와 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호프타임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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