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외뉴스통신] 김현옥 기자 = 추읍산 자락에 자리잡은 개군중학교(교장 김영민)는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 온갖 나무와 꽃, 그리고 관중석이 딸린 너른 잔디운동장이 반긴다. 입구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배치도만 봐도 이 학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1967년 설립인가를 받아 2012년 야구부 창단, 2015년 혁신학교 지정, 올해 48회 졸업생 37명(총 4,467명)을 배출한 양평 사학의 명문이다. 총 6개반 118명 학생(야구부 40명 포함)이 19명의 선생님과 함께 ‘서로 돕고 행복한 학교 문화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현장중심 창의적 수업을 실현하고 있다.

김두현(52) 선생은 자리에 앉자마자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대한 소회를 열정적으로 토해냈다. 그는 지난해 교사 연수에서 체인지메이커를 접하고 이른바 ‘체빠’가 됐다. 가까이 이천부처 화천, 평창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돌며 입소문 난 선생님을 찾아 배우고 또 배웠다.

애초에는 진로교육에 기반한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1년 여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놀라운 변화를 봤다”고 말했다. 작은 문제도 누군가 해주길 바라고 나서지 않던 학생들이 이젠 직접 스스로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생자치회 5개 동아리 연합모임인 ‘어깨동무’에서 면사무소 주변 다방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짧은 치마가 지역공동체 정서를 해친다는데 공감을 했다. 학생들이 업소 주인들을 직접 만나고 면사무소, 경찰서 등에 찾아가 노력한 결과 지금은 개군면에서 야한 옷차림이 사라졌다.

올해는 지난 4월 개군산수유축제에서 주차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5월에 학생 6명이 진로체험센터 및 꿈D락과 별빛누리를 방문해 체인지메이커 송 녹음과 안무 연습을 했다. 문주은 학생이 ‘트러블메이커’에 맞춰 개사하고 박현지 우다연 학생이 안무를 맡은 체인지메이커 송은 오는 10월 체인지메이커캠프에서 선을 보일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삼성2리 김홍열 마을위원장의 ‘전통주만들기’에 참여해 고두밥을 쪄 효모와 누룩을 넣고 혼합하는 전 과정을 직접 실습했다. 또 배차시간이 띄엄띄엄 있는 교통불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군수면담, 경기도청 방문, 이후 청와대신문고까지 두드릴 예정이다.

김 선생은 “그 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아이들이 하고 있다”며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역사회 문제로 관심 영역을 넓힌 것이 눈에 띄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평읍의 별빛누리, 꿈D락, 용문면 와락, 지평면 날개카페 등 청소년문화공간을 방문한 이후 학생들이 “개군면에는 왜 이런 시설이 없냐”며 현재 가칭 ‘개락’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교내 소란에 대해 아이들이 나서서 토론한 결과, 캠페인 후 고쳐지지 않으면 급식 시 맨 마지막에 먹게 하자는 방안을 내놓자 떠드는 학생이 싹 줄었다.

아예 내년부터는 1학년 대상 자유학기제 선택과목으로 체인지메이커를 정규 교육과정의 하나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 첫 시도로 알려졌다. 현재 관련 교재를 8월말까지 만들어서 교육청 승인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한 학기 5시간 동안 이뤄지는 체인지메이커 활동은 8명의 학생이 학내문제를 개선하는 자율동아리와 8명의 학생이 지역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창의적체험동아리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학내문제는 체육관 히터설치, 도서관통로 개선, 급식실 비가림막 설치 등이 제기됐다. 지역문제는 개군면 청소년 문화공간 ‘개락’ 만들기, 위험한 도로 파인 곳 및 버스 배차 시간 개선 등이 숙제다. 이 밖에 학생자치회에서 음식물 반입과 양심가게 운영에 관한 대토론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두현 교사는 “체인지메이커를 하면 할수록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자신감이 솟구치는 것을 보게 된다”면서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시키는 과정에서 자칫 기존 어른들의 관행에 조금은 어긋나더라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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