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외뉴스통신] 김현옥 기자 = 1986년 국수중학교 양수분교로 설립돼 2005년 독립한 양수중학교는 올 초 13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 학교다. 하지만 최근 양수리 일대가 급속도로 개발되면서 학생수가 부쩍 는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이 붙어 있어서 공간 활용과 학생들간의 소통이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 혁신학교의 딜레마로 교육 콘텐츠에 비해서 더딘 시설투자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교육이라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혁신학교에 지정된 양수중학교(교장 권오경)는 상당히 열악한 공간을 체인지메이커 교육으로 극복해낸 케이스다. 변화와 도전, 창조를 모토로 바른 인성과 창의력을 갖춘 사람을 키운다는 목표 아래 초중학교 사이의 공감과 소통을 현장에서 이뤄내고 있다.

마침 학교를 찾아간 날 아쇼카코리아 등에서 취재를 와서 학교가 떠들썩했다. 급식실 1층 어둡고 좁은 통로에 초등학생들이 놀곤 해서 중학생 언니 오빠들이 담벼락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려주기로 한 것이다.

양수중 1학년 학바사(학교를 바꾸는 사람들) 8명의 학생이 좋아하는 그림 캐릭터를 초중학교생을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조사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크롱, 해리, 포비, 에디, 뚱이, 스폰지밥, 징징이 등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꼬박 이틀 동안 작업해 완성하는 날이었다.

1층 로비에서는 2학년 여학생 7명으로 구성된 성평등 동아리 ‘페뮤토’(김윤주 남하영 박수빈 윤지원 박정연 전송현 현정윤)가 남녀 성차별 언행에 대한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접수된 의견은 통계를 내서 학기말에 발표한 뒤 게시판에 성차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예정이다.

이 학교 김인수(49) 선생은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접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 교사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해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교사 위주의 프로그램이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미세먼지를 고민하던 중 환경정화식물 6종 가량을 각 교실에 비치하고 학바사가 관리 중이다. 또 공간 부족으로 탈의실이 없어 창고를 청소하고 개조해 애니메이션으로 멋지게 꾸몄다. 학교 서쪽 담이 없는 곳의 턱이 높아서 초등학생들이 다칠 위험을 감지하고 바람개비를 달아 안전하게 우회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다만 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기 위해 양수역에서 사전조사를 했는데 부정적 의견이 많아 중단했다. 이에 대해 김 선생은 아이들이 하려고 하면 부정적인 단어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일단 해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패도 성장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중학교 학생 450여 명을 책임지고 있는 권오경 교장도 아이들이 체육대회와 축제, 체험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면서 자신에 찬 모습을 피부로 느낀다고 한다. 입학식 때는 워크숍 형태로 반과 선후배 간 친교 나누는 시간으로 선생님과 학교 소개를 학생들이 직접 나선다.

이 자리에서 한 해 동안 지킬 규약을 투표를 통해서 발표하고, 한 학기가 끝날 즈음 전교생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연다. 1학기를 돌아보면서 2학기에 뭘 고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직접 민주주의 장인 셈이다.

김인수 선생은 “할 수 있다는 격려와 동기부여가 아이들의 내면에서 자존감을 샘솟게 한다”면서 “판을 깔아주면 스스로 찾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에게서 되레 배우는 게 많다”고 전했다.

김 선생은 이어 “체인지메이커시티를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려면 스스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며 “학생들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군청, 교육청, 마을공동체가 힘을 합쳐야 양평교육 발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fargo3@nbnnews.co.kr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260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