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이혜민 기자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발효에 맞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회담이 끝난 뒤 “두 장관은 양국의 현재 상호관계에 만족하고 향후 우호를 증진하기를 희망했다"면서 "중동과 국제사회의 최근 상황과 양국의 이해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8일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의 발표는 여느 국가 간 외무장관회담 발표처럼 평이했으나, 양국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의장 성명이 채택된 후 곧바로 이란으로 향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뒤 이뤄진 터라 시점상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북한은 서방이 일방적으로 지원한 이라크에 맞선 이란을 도우면서 양국은 '혈맹' 수준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또한 제3세계 국가의 모임인 비동맹운동(NAM)의 주축일 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긴밀히 협력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이렇듯 반미 진영의 전통적 우방인 양측은 한때 미국에 '불량 국가'로 지목돼 제재를 당했지만, 6월 북미회담을 기점으로 두 국가는 정반대의 입장에 놓이게 됐다.

최근 ‘교착 상태’라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과 급속히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와 달리 이란은 3년 전 핵합의로 다소 해빙됐던 미국과의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에 이은 제재 복원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 '굴레'를 벗으려 하는 북한이 다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리 외무상의 방문을 두고 미국과 팽팽하게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북한이 '미국에 모든 것을 의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미국의 최대 적성국인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방문이 리 외무상의 요청에 따른 것이어서 이런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제재를 벗어나고 싶은 북한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이란과의 긴밀한 군사·경제적 관계에 변화를 예고하는 방문으로도 보는 의견도 있다.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같은 듯 서로 다른 처지에 놓여 있는 북한과 이란이 '동병상련'의 생각인지 '동상이몽'의 모양새인지는 아직 가늠키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리 외무상은 8일 로하니 대통령, 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을 만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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