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이혜민 기자 = 중국이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서방국가들이 지배해 오던 세계 화폐 제조 시장에서 중국이 이제 시장의 3분이 1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인초조폐총공사(CBPMC)의 화폐 제조 공장들은 요즘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세계 화폐 제조 산업은 사실상 사양 산업이다. 대부분 결제가 현금이 아니라 카드나 모바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중국만 해도 상거래의 90% 이상이 모바일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인민폐는 더 이상 많이 필요하지 않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계를 놀릴 수 없어 지폐 대신 혼인 증명서나 운전면허증 등을 주문받아 공장 가동을 유지해야 하는 등 중국 내 화폐 제조 공장들은 일거리가 없어 가동을 멈춘 곳이 많았다.

이렇게 위기에 빠진 중국 화폐 제조 산업을 구한 것은 바로 세계 각국의 화폐 위탁 제조 수요였다.

지금까지는 서방국가들이 세계 화폐 제조 시장을 독점해 왔다. 위조화폐 방지를 위한 각종 첨단 기술이 필요하므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영국, 독일 등이 화폐 위탁 제조 수요를 독차지했다.

중국 정부도 독자적인 화폐 제조 기술을 일찍부터 개발했지만, 서방국가가 주도하는 세계 화폐 제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엔 역부족이었다.

판세를 뒤집은 것은 바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였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60여 개 국가와 경제 협력 및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이 프로젝트에 힘입어 중국은 '경제 영토'를 넓히고, 일대일로 참여국의 화폐 위탁 제조 주문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가령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2년 후 중국은 네팔에서 루피 지폐 위탁 제조를 주문받았고, 이후 태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 폴란드 등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지금은 브라질 폴란드 화폐도 제조하고 있다.

현재 중국인초조폐총공사는 1만8천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세계 최대의 화폐 제조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전세계 화폐 제조 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화폐제조 산업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중국을 비롯해 대부분 나라가 ‘캐시리스’ 사회가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조폐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중국과 의뢰국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이 같은 신뢰가 통화동맹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SCMP는 전했다.

 

hyemin.lee@nbnnews.co.kr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667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