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박수진 기자 = "우리는 서로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인하기" 최근 개발된 '원나잇 계약서'라는 애플리케이션에 등장하는 문구다. '원나잇' 이후의 법적 문제 발생 예방을 위해, 성인 남녀가 잠자리를 갖기 전에 미리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것이 이 앱의 개발 취지다.

앱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을 받고, 앱을 열면 '나는 이 사람과 사랑하기 때문에,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하며, 강제적이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문구가 나온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서명한 뒤, 카카오톡으로 이것을 공유하면 끝이다. 4월 출시된 이 앱은 현재 1,000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앱의 개발자 문 씨는 "성인 남녀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원나잇'이라는 게 불법이거나, 불건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원나잇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 앱을 통해 그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했다"며 개발 의도를 설명했다.

문 씨의 말처럼, 최근 우리 사회는 '원나잇'에 대해 전보다 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원나잇’의 전제 조건인 ‘서로 간의 합의’에서, 합의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분명 합의 후에 이뤄졌던 성관계가, 상대방이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하루아침 만에 강간죄 혐의를 받게 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결국, ‘원나잇 계약서’ 앱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이 앱을 억울하게 성범죄 가해자가 되는 사례에 대한 방어책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원나잇’ 이후 하루아침에 성범죄자가 되는 걸 원치 않았던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 앱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성범죄 가해자가 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다른 어떤 범죄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강간죄(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타인을 간음하는 죄)를 예로 들면, 강간죄의 처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해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매우 높은 수준의 처벌 강도다.

여기에, 강간죄 같은 성범죄에는 보안 처분이 함께 선고된다. 20년간 성범죄자로 신상정보가 등록되어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며, 특정 기관 취업 제한, 일부 국가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추가적인 규제를 받는다.

이렇듯, 강도 높은 처벌로 인해 사람들은 성범죄에 연루되는 것 자체를 꺼린다. 이러한 사회적 두려움이 곧 ‘원나잇 계약서’라는 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앱이 강간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앱에는 구체적인 조항이 삽입되어 있고, 특히 마지막 조항에는 계약의 효력이 영구하다는 언급까지 있어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성폭력 등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

IBS성범죄법률센터 성폭력 등 형사사건 전문 유정훈 대표 변호사는 "앱상에서 이루어진 계약서가 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협박에 의해 작성되었다던지 다른 사정에 의해 강제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더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무죄를 입증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억울하게 강간죄에 연루된 경우에는, 형사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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