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여 동안 진상 조사 없이 ‘구렁이 담 넘어 가’

[대전=내외뉴스통신] 최정현 기자 = 한국철도공사(사장 오영식, 이하 코레일) 사내 게시판에 ‘성희롱·성추행 관련 폭로’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된 일에 대해 4개월여가 흐른 14일 코레일 측은 해결은커녕, 여전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한 기업문화 조성’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나몰라’식 행태를 보이는 코레일에 대해 직원들 뿐 아니라,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4월 23일 모 인터넷신문이 해당 사실을 보도하자, “문제의 게시물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문제를 일으킨 역장에 대해서는 응당 조치를 취하겠지만,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해 거짓으로 게시물을 올렸다면 강력한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레일은 당시 게시됐던 글이 자발적으로 삭제 된 것을 이유로 더 이상 진상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코레일 홍보실 관계자는 해당 게시글 폭로 이후 코레일 측의 조치내용을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틀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블라인드앱의 코레일 카테고리인 ‘공기업 라운지’ 게시판에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게시자가 작성한 5가지 정도의 성희롱 및 성추행 관련 글이 게시됐다.

이 게시물은 일상 근무시간 또는 회식 후 모임 등에서 코레일의 남자 간부 또는 일반 직원이 여성 직원을 향해 벌인 추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어느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코레일 기업문화 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 비하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내외뉴스통신이 코레일 직원을 통해 입수한 당시 게시글 캡쳐 내용을 보면, ‘역장이 역무원에게 “00씨 남편은 너무 행복하겠다. 00씨 가슴이 커서”’라며 노골적으로 희롱해 모욕감을 안겼다.

또 ‘노래방 가서 번호 누르고 있던 직원 엉덩이에 밀착해서 성행위 흉내. 보고 있던 남직원들은 다 웃음’이라고 폭로했다. 함께 노래방에 있던 여직원이 당했을 불쾌감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명찰 똑바로 해야지 하며 손가락으로 가슴 누름’이라며 남자 직장 상사가 직급이 낮은 여직원을 추행한 사실도 폭로했다.

이밖에 ‘보고하는데 이걸 왜 두꼭지로 했어?? 00씨 꼭지는 꼭 두꼭지야??하며 처웃음’ ‘볼펜 줍는 여직원 뒤태를 훑어보고 다른 직원들에게 “누가 또 볼펜 좀 떨어뜨려라”’ 등 남자 직장 상사가 대수롭지 않게 저지른 성희롱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게시글은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제2의 피해를 우려한 게시자가 글을 삭제하면서 사라졌고, 코레일 측의 박약한 해결의지로 인해 사실관계 파악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코레일의 한 직원은 “당시 이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많은 직원이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이 세워질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내용에 대한 코레일의 조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 형식적으로 진행돼온 성희롱 예방 교육이 효과가 없었음을 알게 하는 사건들이다”고 혀를 찼다.

한 대전시민은 “코레일은 공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맞다. 건전하지 못한 기업 문화가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미투가 전국을 휩쓸고 간 지금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한 공기업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이 게시글의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전국 역장 및 간부 직원들은 전체 모임에서 사실 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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