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조경철 기자 = 한국 경마계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말관계자(마주,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 등)의 가족 및 친인척 채용이 사실로 들어났다. 그동안 카더라로 떠돌던 패밀리 채용이 확인 결과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시을)이 마사회 관계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가족 및 친인척 채용이 관행을 넘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마사회에서 운영 중인 경마장(렛츠런 파크)은 서울 과천, 부산 경남, 제주 등 총 3곳으로 매주 금・토・일에 경마가 진행되어 많은 국민들이 건전한 레저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국 경마의 구조에서 마사회는 경마시설과 규칙을 마련해 경마 시행 및 상금 지급, 마주 등록, 조교사, 기수면허 부여, 말 생산 및 육성 지원이 주요 임무다. 마주는 경주마를 구매해 경주에 출전시키는 개인사업자로 프로야구에 비유하면 구단주에 해당한다.

조교사는 마주로부터 경주마를 수탁받아 관리하는 개인사업자로 감독에 비유될 수 있으며, 조교사에 채용되어 말을 관리하는 말관리사, 그리고 말을 직접 타고 경마에 참여하는 기수(개인사업자)로 구성돼어 있으며, 이를 통상적으로 마방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서울, 부산, 제주 경마장에서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마시합에 참여하며, 편의상 각 조로 편성되어 운영된다.

그런데 마방에 속해있는 마주, 조교사, 말관리사, 기수들간의 관계를 살펴보니, 가족 및 친인척 관계가 상당수 들어났다.

정운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말관계자 총 1102명(2018년 9월 기준) 중, 서울의 경우 64명, 부산 36명, 제주 34명 등 총 134명이 가족 및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운천 의원실에서 실제 확인해 본 결과, 서울의 경우 현재 총 54개조(마방) 중, 최근까지 경기에 참여한 48개조 가운데, 총 27건이 다른 조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 및 친인척 관계였다. 또한 10건은 같은 조에 속해 있는 가족관계였고, 퇴사자 및 현재 속한 조가 불명확한 가족관계도 21건에 달했다.

부산은 총 33개조 중 경기에 참여하는 32개조 가운데, 총 11건이 다른 조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 및 친인척 관계였으며, 12건은 같은 조, 6건은 퇴사자 및 현재 속한 조가 불명확한 가족관계였다.

제주는 총 20개조가 모두 경기에 참여하고 있었고 다른 조가 19건, 같은 조가 6건, 퇴사자 및 현재 속한 조가 불명확한 가족관계가 5건에 달했다. 쉽게 말해 '한국 경마계에 패밀리가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정운천 의원실의 자료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교사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파악하고 제보자의 제보를 통해 취합했기 때문에 서류에 드러나지 않은 가족 관계는 더 있을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정한 승부가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로 가족 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에 경기에 참여하는 말의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마사회법은 승부조작 등 경마비리를 방지하고자 조교사, 기수, 말괸리사 등 말관계자의 마권 구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대중들이 마권을 구매하여 경기에 참여하는 경마가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올곧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생명이지만, 마방에 속해 있는 관계자들이 무분별하게 가족관계로 얽혀있다면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현대판 음서제도로 다수의 취업희망자를 좌절케 하는 적폐이다. 말관련 특성화 고등학교 및 관련 대학 졸업자들이 자신들의 실력대로 취업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채용으로 인해 기회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경마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말관리사 중 관련학교 출신자는 8.6%, 부산 24.7%로 나타났고 제주는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가족 및 친인척 채용으로 인해 근무자들 간의 위화감이 조성되고, 가족 및 친인척들이 우선시 되어 업무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서울 조교사 46명 중 7명이 아들을 자신의 조나 타인의 조의 관리사로 채용했다'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것이 경마계의 현실이다.

정운천 의원은 "건강한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아야 할 경마가 무분별한 가족고용으로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는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정의원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좌절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강조하면서 "한국마사회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말관계자 고용구조에 대한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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