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복 입은 모습에 아이들 호기심 가득

 

[서울=내외뉴스통신] 김예슬기자 =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피터 토마스 지휘자가 한국의 가야금 연주가와 작곡가를 초청해 교향시 한강 연주, 가야금과 오케스트라 협연과 키즈콘서트를 열어 한국음악에 흠뿍 젖었다ㆍ박세연 가야금 연주가와 탁계석 평론가의 대화로 현지 소식을 전한다(편집부)


탁: 이번 뉴질랜드 오클랜드 초청은 어떻게 이뤄졌는지요?

박: 작년 3월에 오클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피터 토마스가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한국을 방문하셨어요. 그때 국립국악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방문해서 임준희 교수님을 만나셨던게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때 피터 토마스가 한국에서 임준희 교수님 작품 ‘용비어천가’ 악보도 받아오셨대요. 그리고 한국에서 가야금 공연을 보고 그 소리에 매료되어서 언젠가 가야금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으셨대요. 그러고는 올해 이곳 영사관을 통해서 임준희선생님께 다시 연락이 되었고, 임준희 선생님 작품 1곡과 더불어 산조 가야금 협주곡의 연주자도 함께 추천을 부탁드렸다고 해요.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초청받게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탁: 이번 일정을 좀 소개해주세요

박: 21일은 오랜 전통이 있는 오클랜드 타운홀에서, 28일은 타카푸나 지역의 브루스메이슨 센터에서 “Miths & Legends” 라는 부제로 김희조 편곡의 서양오케스트라를 위한 ‘박상근제 가야금 산조 협주곡’을 오클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ASO)와 협연했고요. 26일에는 Epsom Grammar school의 Laye freedman art centre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을 소개하는 워크샵과 가야금 독주회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9일에는 부르스메이슨 센터에서 오클랜드 현지 장애우 학생들과 초중고생들을 위한 ‘키즈 콘서트’ 에서 산조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키즈 콘서트에서는 이전 공연보다 전체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하게 구성되었는데, 아이들의 집중을 위해 산조 중 진양조와 휘모리를 짧게 연주했어요.

가야금 악기에 관심 집중

탁: 워크샵에서는 학생들의 가야금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박: 26일 가야금 워크샵에서는 현지 중고등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악기인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 또 개량된 18현금과 25현금까지 다양한 가야금 악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산조가야금 하나만 가져던터라 산조는 제가 시범 연주를 보이고 나머지 음악들은 아쉽게도 영상으로 대신했어요. 전통음악인 영산회상에서 25현의 민요변주곡과 현대음악, 또 대중적인 영화 ‘라라랜드 ost’ 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가야금의 가능성을 보여줬더니 무척 흥미로워하더라구요. 워크샵을 마친 후에는 퀴즈를 내서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가졌는데요. 가야금이 몇줄인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전통음악은 몇음계인지, 가야금의 부들 이름 알아맞추기등의 질문에서 학생들이 모두 정답을 맞추어서 제가 너무 뿌듯했습니다.

탁: 독주회도 하셨는데 어떤 레퍼토리들이었나요?

박: 26일에 Laye Freedman Art Centre 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했어요. 산조는 이미 워크샵과 공연에서 연주했었으니 정악인 김죽파류 민간풍류와 가야금 창작곡 중 황병기선생님 작곡의 ‘석류집’, 외국작곡가인 토마스 오스본 작곡의 ‘Pieces of the sky’, 도날드 워맥 작곡의 ‘줄타기’를 연주했어요. 전통풍류음악에서 외국작곡가의 현대음악까지 보다 다양한 가야금곡들을 무대 등퇴장 없이 앉아서 곡설명 하면서 연주전에 조율도 바꾸는것을 보여줬더니, 공연이 끝난후에는 관객들이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오셔서 직접 가야금도 만져보고, 궁굼했던 질문도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탁: 악기를 보면서 하는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박: 외국인들은 가야금 줄의 재료가 무엇인지? 조율은 어떻게 하는지? 연주하면서 안족(사실 용어는 모르고 손으로 가리키고요)을 움직이던데 왜 그런건지 등등 궁금한게 많았어요. 또 외국작곡가가 어떻게 한국의 전통악기인 가야금 작품을 쓸수 있는지에 대해 호기심있어 하셨어요.

교향시 한강에 뜨거운 갈채

탁: 임준희 작곡가의 ‘교향시 한강’이 오프닝 곡인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요.

박: 네. 임준희 선생님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받고, 저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데요. 이곳에서도 역시 반응이 좋았어요. 특히 힘찬 오프닝의 관현악과 한국의 민요 아리랑 멜로디가 교민과 현지인들에게 큰 감동을 준거 같습니다. 피터 토마스 지휘자는 매우 활발하고 유머스럽게 매 곡마다 설명을 하면서 청중들의 호응을 끌어냈답니다. 곡이 끝나자 멀리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아있는 작곡가(서양 클래식 작곡가들은 대부분 작고했으니까요)가 왔다고 소개도 했고요.

탁: 임준희 작곡가님은 뉴질랜드와 동시에 호주 시드니에서 '라 메르 에 릴' 앙상블이 ‘독도 오감도’를 연주했고. 한 달 전엔 프랑스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티켓 매진과 기립 박수를 받았다하니 드디어 K- 클래식에 물꼬가 터지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박: 탁선생님과 춘천 산토리니에서 임작곡가님의 ‘댄싱산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된 것 같습니다. 늘 앞장서 길을 열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탁: 이번 뉴질랜드 연주에서도 객석을 가득 매운 청중에게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박: 네. 21일 공연은 오클랜드 타운홀에서 있었는데 1,500석 가량되는 객석이 모두 매진으로 만석이 되었구요. 28일도 1200석이 넘는 부르스메이슨 센터가 전석 매진되었다고 하네요. 특히 이번에 국악기인 가야금이 오클랜드에서 서양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는 것이 최초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교포분들도 너무 반가워하셨고, 한국전통음악이 혼자 연주하는것도 좋지만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음악을 받쳐주니 새롭고 더욱 멋있다고 극찬 해주셨어요.

K-클래식 시장 확장성 확인

탁: 누구라도 이국(異國)에 대한 호기심은 막을 수 없는 것 같군요.

박: 네. 제 독주회는 사실 현지에 아는 분도 없고, 홍보가 많이 되지 않은터라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거라 기대 안했어요. 하지만 정말 가야금이 궁굼하고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몇몇의 소수 분들만이라도 와주신다면 그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연주해야겠단 생각이었습니다. 전해들은 얘기로는 정말 감사하게도 제 공연을 보려고 공연 1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린 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제겐 감동이었지요.

이곳 뉴질랜드에서의 받은 감동이 하나 더 있어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때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전통음악 산조와 서양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협주하는것이 사실 쉽지 않았어요. 외국인들이 단 몇번의 연습으로 생전 처음 듣는 한국전통음악의 장단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게 오선보 악보 하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호흡을 맞추려고 무대에서 협연자의 시야를 배려해서 피터토마스가 지휘자단상에서 내려와 자리를 앞으로 옮겼어요. 서로 눈빛을 교감하며 지휘하고 연주했지요. 나중에 사진으로보니 지휘자가 조명 스팟에서 아웃되었더라고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피터에게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고, 또 감동이어요. 오로지 오케스트라와 가야금의 자진모리 호흡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던거죠.

탁: 아이들의 놀라움은 더 했겠어요

박: 키즈콘서트에서는 가야금 산조 앞 프로그램이 도레미송을 아이들이 xylophone으로 직접 연주하고 댄스타임에 무대와 객석의 아이들이 모두 일어나 춤도 추며 엑티브한 분위기였는데, 쪽진머리에 한복 입은 제가 등장하고 산조가 연주되니 동양의 악기가 마냥 신기한듯 귀기울이며 집중하고 봤어요. 또 느린 진양조로 시작해 아이들이 지루해질 때쯤 빠른 휘모리로 넘어가니 지루해하지 않고 다시 집중할수 있었던거 같아요.
이번 공연을 보면서 저는 피터 토마스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또, 무대와 객석에서 서로 함께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보고 또 한번 배우고 감동받았습니다.

탁: 우리의 전통과 오늘의 창작 현대음악이 어디를 가도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우리가 남의 것 배우는 것에 너무 기울지 말고, 우리음악을 소개하고 또 외국인들에게 연주법도 가르치는 새로운 음악세상이 열리는 것 같아 기쁩니다. 잘 마무리 하시고 작곡가님과 함께 금의환향ㅎㅎ~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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