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거울은 춤”
[서울=내외뉴스통신] 김경의 기자 = 한결 민향숙 교수(문화재청 궁능활용심의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는 춤꾼 한혜경(67)의 인생에 대해 이미 우리 전통춤계에서는 ‘전설적인 여성춤꾼’으로 자리매김 돼있다고 평가한다.
민향숙 교수는 “그녀를 한마디로 압축 표현하면 ‘전통 십이체장고춤의 아름다운 예맥, 우리시대 대표 여성춤꾼 한혜경’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정(林晸) 한혜경 선생은 이화여자대학을 졸업한 이후 같은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늦은 나이에 세종대에서 늦깎이 무용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전통춤계에서 엘리트 춤꾼으로 알려져 있다. 5세부터 현재까지 전통춤을 계승하는데 전념해온 그녀는 가장 전통춤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춤꾼으로 우뚝섰다.
그러나 그녀의 춤인생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그야말로 수많은 크고 작은 산과 고갯길을 돌고 돌아오면서 그녀의 춤에는 그녀만이 담고있는 인생의 애수가 치마자락, 버선발 디딤에 가득 담겨져 있다.
그녀의 전통춤에 대한 애끓는 열정은 우리시대를 지나 미래시대에 우리춤 문화유산으로 길이 남을 교본으로서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민 교수는 말한다.
“그녀의 춤사위가 최고조에 다다르면 가슴을 번뜩이게 하고 눈시울마져 적시게 하는데, 그 멋과 맛으로 많은 마니아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어 민 교수는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이 묻어있는 그녀의 춤에는 한 치의 말이 필요가 없다”며 “똑부러지는 칼날같은 대쪽같은 성격만 아니라면 이미 오래전에 많은 곳에서 그녀를 모셔갔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올해 5월 민 교수는 남원춘향제에서 한혜경 선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선생은 여전히 자신의 춤인생을 ‘쑥맥같은 인생’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또 그녀가 스스로 ‘춤꾼 외길 인생의 정서가 나를 지탱하는 정서’라고 하는 담담하게 표현하는 독백과 따뜻한 미소에서 겸손함을 배웠다고 한다.
민 교수는 1991년 겨울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서울무용학원 2층 연습실에 걸려진 그녀의 춤 사진을 기억한다고 회상한다.
이 자리에서 한혜경은 “나의 전통춤 인생 60년 동안 전통춤 길을 올곧게 온 것이 결코 헛된 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통춤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춤꾼에게 그녀가 추는 전통춤에서 보여주는 맛과 멋은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회고한다.
이어 “홀로 걸어 온 외길 춤인생을 되돌아보니, 인생의 어렵고 행복한 이야기를 한결같이 춤으로 이야기 했다”고 회고한다. 또한 “이제까지 60평생 왔지만 인생을 삭힌 된장같은 춤이 나에 운명이었던것 같다”라고 하며 수줍게 웃음지었다고 한다.
되돌아보면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춤꾼 한혜경은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험난한 춤꾼의 길을 선택했다. 결국 그녀는 춤에 대한 무안한 애정과 전통을 계승한다는 자긍심으로 지탱해왔다는 것이 민향숙 교수의 평가다.
한혜경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춤을 더 잘추고 싶은 마음에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물위를 걷는 발걸음으로 춤사위를 익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화여대에서도 열심히 춤을 익혔다. 익숙하지 않았던 창작방식의 교육 덕분에 오늘의 한혜경의 춤이 탄생될 수 있었다는 것.
대학 졸업후 평탄하지 않았던 인생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춤에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한영숙, 이매방 선생에게 전통춤을 사사했고, 정재만 선생과 함께 전통춤을 익혔다고 한다.
그녀는 “만일 이매방선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내가 있었을까?”라고 할 정도로 그녀의 춤은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스승의 교육 방식과 그 모든 것이 한혜경의 전통춤을 만들고 꽃피운 과정이었던 것.
전통춤 종목을 다양하게 온몸으로 습득한 결과, 그녀의 춤의 결정체는 십이체장고춤으로 집결된다. 수많은 국내외 무대에서 십이체장고춤의 진가를 인정받고 이 춤을 보존하기 위해 (사)한국십이체장고춤보존회를 설립, 예맥을 이어가고 있다.
“관객에게 감동과 흥을 주는 한혜경의 춤은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내면에 흐르면서 절제성 있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한을 토해내듯 추는 그녀의 춤사위에는 우리민족의 전통과 한국적 정서를 쉽게 풀어서 우리시대의 벅찬 감성과 감동으로 풀어내고 있죠.”
장고장단을 치면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의 땀과 눈물은 가슴으로 적셔지며 자연스럽게 추는 춤이 최고의 전통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남겼다고 민 교수는 말한다. 십이체장고춤은 그렇게 탄생한 춤이다. 살풀이춤을 추며 춤인생을 곰삭히며 장고춤을 그녀의 춤인생사의 정점으로 그녀의 분신처럼 전승되고 있다는 평이다.
십이체장고춤연수회 올해로 26회가 개최됐다. 십이체장고춤의 후학교육이 활성화되었고,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혜경은 그동안 연수회를 펼쳐오면서 춤추는 자신의 삶을 더 많이 사랑하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그녀는 오는 17일(남산국악당) 자신의 춤인생 60년사(67세)를 맞이하는 개인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기력도 감각도 느슨해지기전에 힘이 남아있을 때, 저의 춤에 대한 열정을 담아 춤을 추려고 한다”는 말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민 교수는 말한다.
한혜경은 그녀만의 춤으로 수많은 눈물을 흘리고 웃으며 오늘에 왔다고 한다. 그녀의 십이체장고춤은 미래세대 우리춤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며, 춤꾼 한혜경의 춤이야기는 대중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맺힐 것이라고 민 교수는 거듭 이야기한다.
그녀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먼저 고인이 된 원로, 동료 춤꾼들을 회상하며 그분들이 남긴 정신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겸손함과 존경을 표하며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남은 시간을 한혜경의 춤을 당당하게 전승하는 행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혜경 선생은 그녀의 춤인생에 함께 했던 스승, 동료, 제자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걸었던 춤인생 60년사의 이야기를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승무 △살풀이춤 △흥지무(한혜경류) △허튼산조 △십이체장고춤으로 구성된다.
기존의 전통춤 종목과 그녀만의 춤으로 풀고 엮어낸 전통춤과 십이체장고춤이 함께 올려진다. 그녀는 자신의 춤인생 60년사를 ‘거울과 같은 나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민 교수는 “한혜경의 춤으로 전통춤을 전하며, 한혜경의 춤으로 대중들을 힘나게하며, 한혜경의 춤으로 세상에 희망을 전하려고 한다”며 “한국대표 전통 여성춤꾼 한혜경 선생에게서 우리춤의 미래를 보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오래오래 그녀의 춤을볼수 있다는 것은 우리시대 가장 큰 축복”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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