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문화행복론(백범일지)에 따라 공직자가 ‘시’를 생활화해서 공직윤리를 고양시켜 나갈 때 6월에는 ‘현충의 노래(조지훈)’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 ‘비목(한명회)’ 등을 음미해 볼만하다고 했는데(6.20특별기고), 7월에는 단연 이육사 선생의 ‘청포도’ 시를 읊조려 볼만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육사(64)는 일제감옥의 수인번호로서 나라를 잃은 사람이 본명이 필요 없다는 강인한 독립정신에서 나온 이름으로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려온다. 퇴계 선생의 14대 손이고(안동 도산서원 근처에 이육사 기념관이 있음)모계는 임진난 의병장 허씨로서 그야말로 독립의 피가 절절히 흐르는 분인데 그의 생가 포항 해변가 ‘청림동’(문학거리로 지정)을 그리며 읊은 애향·애국시인 것이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읽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하늘 밑 푸른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흠뻑 젹셔도 좋으련, 아희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언제 읊조려 보아도 한 폭의 깨끗한 서양화 같은 선생의 일제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높은 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선생의 시 중에서 가장 낭만적이라서 모든 국민이 사랑하게 되는 ‘국민 시‘인 것이다. 일제감옥을 17번이나 왔다 갔다 하시며 1944년 1월 살을 에이는 추운 겨울에 일제 베이징 감옥에서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조국광복)‘을 기다리며 만40세에 장열히 옥사하시는 모습이 떠오를 때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우리 공직자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청포도’ 시를 외우는 이유이다.

다음 주 글에서는 선생의 웅혼한 독립지사의 기개가 서려있는 시 ‘광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관희

경찰대학 창설교수, 한국헌법학회장, 한국인터넷법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국 법과대학 교수모임인 대한법학교수회장.

저서는 한국민주헌법론Ⅰ, Ⅱ 등 논문 다수이며 최근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공무원을 꿈꾸며’ 라는 애송시선집을 펴내며 ‘백만공무원 시 한 수 외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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