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의 '시장 실패' 이론

[대전=내외뉴스통신] 문화정책의 이론 중 시장실패 이론이 있다. ‘문화예술을 시장의 경쟁 원리에 맡기면 시장실패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통예술은 예술시장에서 잘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장에 방치하면 우리는 농악, 판소리 등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기회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의 단절까지 예상된다.

이렇듯 시장실패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정보의 불균형(不均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는 늘 부족하다. 그러한 정보가 시장에서 원활히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의 불균형은 새로운 문화예술의 진입장벽을 높게 하고 소비에 있어 정보 불균형은 새로운 문화예술의 보급과 전파를 어렵게 한다.

일부 기획사 대전예당의 '대관 독점'

지난 11월 16일에 열린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대전예술의전당의 대관 독점현상에 대한 지적이 문화예술계의 화두다. 조성칠 시의원은 2017년 정기대관, 수시대관의 100여 일 중 66건을 대전 소재 3개 기획사가 선점하고 있다고 질책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서 일반 문화예술인들이 대관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인가?

대전예술의전당은 매년 6월, 12월에 다음연도 정기대관 일정을 접수하고 심의·선정을 한다. 그리고 대관 신청자가 없을 경우나 대관 취소가 생길 경우 수시대관으로 진행한다. 정기대관의 경우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선정하기 때문에 별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관과 관련된 대전예술의 전당에 대한 원성은 수시대관에서 항시 발생한다.

수시대관에 대한 정보는 대전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만 한정되어 있다. 또한 신청방법과 심의과정에 대한 절차가 복잡하고, 대관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내부 직원들이 사안에 따라 대관 심의를 벌여 결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 공공기관은 수시대관일 경우에도 일정 기간 신청 공고를 한 후 외부 심의위원 또는 내·외부 심의위원으로 구성해 심의를 진행한다. 또한 그 결과는 공고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한다. 대전예술의 전당은 이 같은 투명성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지난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의 지적이다.

전당의 해명은 "약육강식"

이런 지적에 대해 대전예술의전당 오병권 관장은 “대관을 신청한 단체가 절차에 맞춰서 선정되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수시대관에 대해 기획사의 노하우가 개인보다 많이 있다. 아무래도 대관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개인들이 전당 홈페이지를 기획사처럼 늘 쳐다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대관해 줄 수 있는 공연장이 부족하다. 콘서트 전용홀이 생기면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고 해명했다.

오 관장의 주장은 신청자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하우가 많은 기획사가 대관을 ‘싹쓸이’ 해도 그건 기획사들의 능력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예술의 전당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논리다.

특히 오 관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콘서트 전용홀’이 없는 탓으로 돌렸다. 예술의 전당만으로는 문화예술인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시점에서 해결할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콘서트 전용홀’을 지어주지 않는 대전시를 원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력보다 연장 탓을 하는 요리사와 같다. 오 관장은 ‘콘서트 전용홀’ 조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전시 관계자들에게 요구해 왔다. 오 관장의 주장은 대관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해 온 대전지역 문화예술인·단체들이 들으면 서운할 법하다.

이같은 대전예술의전당의 ‘대관’ 문제도 ‘문화예술을 시장의 경쟁 원리에 맡기면 시장실패가 발생한다’는 이론에 비유될 수 있다.

대전의 여러 예술인·단체들은 부족한 정보로 인해 정보의 불균형이 이뤄졌고, 그로 인하여 특정 몇몇 기획사가 ‘대관’을 독과점(獨寡占)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무대’였다. 그리고 대전예술의전당은 위의 독과점이 존재할 경우 규제를 통해 이를 개선, 바로잡아야 했으나,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기획사 싹쓸이 대관의 해결책은?

해법은 간단하다. 정기 대관 모집일을 대폭 늘리고, 문화예술단체, 문화재단, 대전시 등 다양한 문화생산자들과 정보를 공유해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수시대관의 경우 분기별 수시대관으로 진행하며, 내·외부 심의위원으로 구성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심의 규정·내규를 보완해 독과점 현상을 예방하고, 대전예술의전당 설립목적에 맞도록 대전의 예술인·단체에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특정 단체 또는 기획사가 독점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먼저 이미 제정된 규정의 개정이 꼭 필요하다. 대전예술의전당은 2009년에 제정된 ‘제3차 운영자문위원회 규정’으로 대관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규정에 따르면 ‘정기 및 수시 대관의 경우 신청 후 수시로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공연을 신청하는 단체의 경우 향후 3년간 대관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수시’는 몇 번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시의원의 질문에도 전당은 침묵했다. 이런 여러 가지 엉성한 제도로 인해 노하우가 많은 기획사 몇 곳이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장을 독점하고 있음에도 대전예술의전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분명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또한 지역단체 또는 예술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관 총량제’에 대해 검토할 만하다. 자유시장 경제 원리를 앞세우기보다는 문화예술 생태계의 안정과 상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모든 예술가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남김없이 펼치게 되고, 모든 예술가로부터 명실공히 최고의 공연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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