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SK 최태원 선고공판

운명의 날이 밝았다!

재계 서열 10위권 이내 그룹 총수 2명의 형사재판 선고가 26, 27일 잇달아 예정돼 있어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선고공판이 오전 10시에 이뤄지고 내일(27일) 오후 2시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선고공판이 열린다. 두 회장들 모두 이 번 선고로 구속이 연장되느냐 풀려나느냐 중대기로에 서게된다. 회장들의 거취에 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위장계열사의 빚을 계열사에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3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항소심에서는 일부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3년에 벌금 51억원으로 감형됐다.

이후 김 회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1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재판부가 이 기간을 오는 11월7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한화는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뒤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의 무게감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그룹의 명운을 건 이라크 재건 사업과 태양광 사업이 도무지 진척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한화가 김 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의 부재에 따른 그룹의 어려움을 일부 과대 선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최근 배임에 대한 법적 모호성을 지적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실패마저 배임으로 치부하면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책임경영을 하겠느냐는 취지다.

김 회장의 건강 악화와 선장을 잃음으로써 가중된 그룹의 어려움, 그리고 배임에 대한 사법부에 온정을 호소할 경우 대법원에서 원심을 뒤엎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일부 기대도 있다. 그러나 현재 감지되는 사법부의 기류는 지극히 냉랭하다.

당초 10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대법원 선고가 보름 가량 앞당겨진 점도 한화 측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쟁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예상보다 선고일정이 앞당겨졌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최대한의 선처를 기대하고 있다.

27일 오후 2시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형제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말 최 부회장과 공모,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18개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지난 7월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받았으나 법원의 공소장 변경요청으로 변론이 재개됐다.검찰은 펀드출자금 선지급 지시가 최 부회장과 선물투자를 대리한 전 SK해운 고문 김원홍씨(52)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씨가 곧 국내로 강제송환결정이 나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지난달 9일을 선고기일로 잡았다가 이달 13일로 한 차례 선고기일을 연기한 데 이어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지난달 23일 변론을 재개하기도 했다. 7월 31일에는 김 씨가 대만 현지에서 체포되자 최 회장 구속만기 기한을 넘겨 선고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재판부는 김 씨를 증인으로 채택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항소심 과정에서는 최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김 씨의 역할이 부각됐고, 재판장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양형을 정할 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게 원칙”이라는 말을 법정에서 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고 김 씨와의 관계를 청산한 최 회장을 선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실형 유지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비록 펀드 횡령 자체는 항소심에서도 부인하고 있지만 펀드 조성 및 선지급 사실을 시인한 만큼 집행유예를 선고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김 씨가 국내로 송환되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도 김 씨를 범행의 핵심 인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유무죄 여부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아 법리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김 씨를 추가 심리하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6년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SK 또한 한화와 마찬가지로 최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그룹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수직구조에서 탈피, 독립적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사실상의 결정권을 지닌 총수의 부재로 난상토론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상유지가 최대 목표라는 얘기로 흘러나온다.

특히 최 회장이 주도했던 글로벌 신시장 개척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최 회장의 부재로 굴곡을 겪던 ‘우한 프로젝트’는 지난 6월에 되서야 중국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무려 7년만의 결과였다.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합작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나프타 분해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그간 최 회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경영 공백은 당장의 실적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 전반에 큰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구조와 문화의 특성상 최 회장과 김 회장의 공백은 SK와 한화에게 치명타"라고 말했다.

법원이 어떤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지배하던 한국사회에 일대 변화가 올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법의 엄격한 잣대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만큼 SK와 한화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내외뉴스통신=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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