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 장애는 관객 기반 조성에 치명적 손실

[서울=내외뉴스통신] 김예슬 기자

그림은 눈으로 보는 음식이다. 심미안(審美眼)이 있으면 고급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인 메뉴만 먹게 된다. 그렇다면 음악은 귀로 먹는 음식에 비유할 수 있을까? 서양 레퍼토리는 양식(洋食)이다. 스테이크, 스파게티, 피자를 매일 먹는 것이 서양인들에게는 주식(主食)이지만 한국에 살면서 이것들을 매일 먹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콘서트장에서 열리는 식당은 한식(韓食)과 양식(洋食)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운영된다. 따라서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공연장의 레퍼토리의 95% 이상이 서양 메뉴로만 되어 있다. 귀국 발표회 같은 배워 온 것을 풀어 놓는 논문 발표회 형식의 연주회는  그렇다해도 일반적인 연주회에서 레퍼토리 구성에서 한국 메뉴를 찾기가 어렵다.
 
지난해 교향악축제에서도 한국 작품은 딸랑 3곡에 불과했다.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식단(食單)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창경포럼(창업경영자포럼)의 소비자평가시상식에서 새롭게 문화 소비자 영역이 신설됨으로써 향후 공급자의 일방적인 식단 짜기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에서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방방곡곡 프로그램 역시 티켓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메시아' 등의 종교 레퍼토리가 범람하고,  현충일에 '레퀴엠'을 8.15에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같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서양 곡을 내 놓으면서 정서 장애(障礙)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립합창단이 신년음악회에 ‘천지창조’ 등을 개념도 없이 하는 등의 행태가   국민 정서에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부족과 건성의 상차림을 하는  것이어서 손님들의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다. 대구 지역의  손정희 오페라 예술감독은 “우리 정서, 우리 스토리가 배제된 서양 오페라만을 강요하는 것은 사대주의일 뿐만 아니라 관객 개발에 치명적인 손실이다. 외국 것을 하면 좋은 것이고, 우리 것을 하면 실력이 떨어져 보인다는 캐캐묵은 낡은 인식의 타파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유석 동호인 성악가도 “어릴 적 본 춘향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우리 몸에 녹아들지 않는 아마추어도 외워서 부를 수 있는 메시아, 천지창조, 베토벤 제 9번 합창을 직업합창단들이 수십년을 이토록 경쟁적으로 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며, 예술의 본령이 창조성인데 흉내 내기식의 모방 예술만 한다면 문화주권을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방치된 공연 문화에 이제는 문화 소비자가 나설 것"이라며 소비자 운동을 강하게 펼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탁계석 평론가는 “전문 평가위원과 현장 평가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정확하게 읽어 문화 구조의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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