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은 백 년 앞날을 내다보고 마련해야 합니다. 그만큼 멀리보고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교육은 나라의 장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나 특정 분야의 이익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뉩니다. 이렇게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 합니다. 고2에 문과냐 이과냐를 선택해야 하지만 본인 생각으로 선택할 리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 문과에 갔다가 학교에서 대학 진학 성적을 생각하여 옮겨가도록 권유하는 바람에 이과로 옮겼습니다. 그때 판단 기준은 오직 대학 진학이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웬만큼 하는 학생은 이과로 가도록 압박을 받았습니다. 제 장래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때에, 제 꿈에 상관없이 골랐고 그 다음 권유에 따라 옮겼습니다. 이제는 이과와 문과 양쪽을 걸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학생은 본인 적성과 장래를 염두에 두고 문과나 이과를 고를까요? 아마 학부모가 좋아하는 분야나 직업을 갖는 길을 택하겠지요. 고등학교에서는 기본 바탕을 형성하도록 다양하게 배워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저도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교육과정을 어떻게 짤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교육과정은 장래 인재를 길러내는 기본 설계도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육과정을 짜고 있나 봅니다. 최근 이 개정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과 논의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설계도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우리가 기르는 인재상이 달라집니다. 우리 사회, 우리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인재를 길러내도록 설계도를 짜야 합니다. 연구위원회 위원 11명의 전공을 살펴보니 교육과정전공자가 위원장을 비롯하여 5명, 나머지는 교육철학 교육사회학 교원정책 직업교육 사회과교육 물리교육입니다. 간사 2명 전공도 교육과정입니다. 전공 분야가 다른 것 같지만 모두 교육학 전공자입니다. 위원회에는 모두 교육학 전공자가 참여하니, 인재교육설계도를 교육학 전공자가 짜는 셈입니다. 교육과정(설계도)을 짜는 일에 교육학 전공자가 적절한 사람일까요?

균형 잡힌 인재를 길러내려면 수학 과학기술 인문 사회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고민하여 교육과정을 짜고(설계도), 교육학자는 그 설계도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연구위원회에서는 위 원천 학문을 반영할 길이 없습니다. 정말 설계도를 짜야 할 사람은 없고, 만든 설계도에 따라 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할 사람이 설계도를 짜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결과는 불 보듯 합니다. 당장 과학교육 비중이 줄어듭니다. 과학 이수 단위는 2009년 15단위였던 것이 2013년 수시개정에서 10단위로 줄어든 뒤, 이제 이번 논의에서 과학 이수 단위는 그대로 둔 채 다른 과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과학 비중은 줄었습니다.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4과목이므로 과목당 평균 2.5시간입니다. 필수 교과인 체육이 10시간인 것과 견주어 과학교육의 중요도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사회 누구에게 묻더라도 과학과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과학과 기술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과학교육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부섭)는 지난 7월 21일 긴급 성명을 내고 "교육과정 재편을 다시 논의하라. 교육학자들로만 구성된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는 당장 해체하고 수학 과학기술 인문 사회 예술 한국사 등 각계 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는 위원회로 새롭게 구성하라. 문이과 교육이 균형을 이루고,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과학 소양교육을 받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외쳐야 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교육에 나라 장래가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본질 문제를 보고, 제 길을 찾길 기대합니다.

고영회

1958년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석사(1998),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자격이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부회장과 대한기술사회장을 지냈고, 지금 성칭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대표, 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를 맡았습니다.
'한글 바로쓰기, 우리 것(고유문화, 예술, 사상)제자리 찾기, 과학기술자 제대로 대우하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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