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의 특별함은 지극한 평범함…아이들은 존재하는 그대로 특별하고 아름답다”

[서울=내외뉴스통신] 조영민 기자 = 기억은 존재함의 증거이다. 태초로부터 존재하였으되 찰나도 머물지 않는 시간의 순간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사진은 그 기억함의 증거이다.

어느 날 묵은 짐을 정리하며 발견한 빛바랜 한 장의 사진에는 지난 시간의 기억이 담겨 있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행복했으며, 때로는 즐거웠던, 또 때로는 슬펐던 기억이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살아난다.

이봉진은 지금 카메라 앵글 안에 자신과, 또 누군가의 기억을 담고 있다.

그가 기억하는 처음 꿈은 배우였다.

어렸던 만큼 무거웠던 삶의 무게로 힘들었던 시간, 무대는 유일한 그의 탈출구였다. 뜨거운 조명과 장렬했던 박수는 순간순간 그가 살아내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찬란한 가운데 문득문득 찾아오는 고독과 외로움이 그의 또 다른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고독했던 일상 속에 찾아온 사랑.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그녀와의 만남은 어딘가 비어있던 인생의 퍼즐 한 조각이었다.

“그녀이어야만 했습니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은 사람, 사랑이었습니다.”

사랑하며 이봉진은 새로운 꿈을 꾼다. 이 여자의 남편, 이 여자와 함께 꾸리는 가정.

새로운 꿈을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예술을 한다는 거창은 명분 따위는 없었다.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 이봉진에게 사진은 그저 가정을 꾸리기 위한 번듯한 직업이었고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다.

지극히 평범했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진이었다. 그 안에는 아무런 영혼도,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사진. 그것은 이봉진에게 그저 돈벌이를 위한 것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어느 순간 사진이 특별해졌다. 돌이켜 보면 그날은 첫아이가 태어나던 날이었다.

자신과 꼭 닮은 아들이 태어나던 날,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태어나던 날. 그에게 사진은 특별해졌다.

“아이들이 태어나던 날, 사진을 찍었습니다. 훗날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자신들의 첫 순간을 보여주고 싶어요. 얼마나 아름다웠고, 천사였는지...”

아이 전용 사진관 ‘마이베베스튜디오’는 아이들로 말미암아 특별해진 그의 사진이 완성되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며, 그는 배운다. 그리고 기억한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순수함과 열정을,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난 시간을...

그는 아이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억한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이 되는 시간의 섭리. 이봉진의 사진에는 이 평범함이 담겨 있다.

“제 사진은 지극한 평범함이 특별합니다. 전 굳이 꾸미거나 가식적이길 거부합니다. 아이들은 존재하는 그대로 특별하고 아름다우니까요.”

이봉진은 오늘도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누군가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봉진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사진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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