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북부경찰서 수사과 경제1팀장 경감 이홍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15일 청와대에서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수사 절차에 관해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이건 국민의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서 형사재판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한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임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의 이와 같은 지적은 결코 단순한 의문 제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왜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두 번이나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현행 형사소송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검사, 사법경찰관 양자에게 수사개시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은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개시한 사건이라도 그 종결은 수사를 개시한 사법경찰관이 아닌 검사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312조는 검사,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정하면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만,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공판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심판하는 원리인 공판중심주의에도 반한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영역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인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동일하다.
즉,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경찰은 한해 평균 161만 1,336건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이 중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은 24만 7,403건이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기소하지 않는 처분인 ‘기소유예’ 처분 20만 599건, 형식적 사유로 인한 처분인 ‘공소권 없음’ 처분 1만 9,324건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경찰의 기소 의견이 검찰에서 달라진 경우는 27,480건으로 송치 사건 전체의 1.7%에 해당한다. 검찰이 수사를 반복해서 달라지는 경우는 전체 사건의 1.7%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짚은 바와 같이 검사의 수사종결권의 독점,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차등이라는 문제 때문에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수사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개인적 활동에 종사해야 할 시간에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 조사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어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고, 국가적으로는 서로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조사를 하기 위해 이중으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니 이 또한 국가적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낭비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경찰과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 시민은 혐의가 없다면 경찰이 바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어 피의자의 신분에서 재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혐의가 있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검찰과 차이가 없어 검찰이 굳이 다시 수사할 일이 없이 검찰 본연의 업무인 공소제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구조개혁은 경찰과 검찰 사이의 단순한 갈등 내지 권한 다툼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다수의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잘못된 형사사법제도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도입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이다. 현재 국내 수사 절차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외국의 사례들을 한 번 비교해 보기 바란다. 이중수사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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