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인터뷰] 살아있는 트로트 전설 설운도 ③

▲ 힘들었던 시기를 되돌아보며 잠깐 생각에 잠긴 설운도 씨/ 한성현 기자

[서울=내외뉴스통신] 이덕용 한성현 기자 = 설운도 씨는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노래 방송 프로그램은 많은데 중장년층을 위한 노래 프로그램은 너무 부족하다고 역설한다.


- 나이 들면 들수록 트로트가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에 뭐가 무섭겠어요. 오직 젊음의 특권으로…모든 게 신기하겠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 마누라한테 바가지도 긁혀 보고 상사 눈치 봐보고 해야 세상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되겠죠. 그 정도 돼야 노래의 가사 소절이 가슴에 와 닿겠죠. 10~30대가 젊은 음악에 심취해 있어도 40대가 넘으면 트로트 안 좋아할 수가 없어요. 아쉬운 건 트로트 방송이 너무 없다는 거에요. 그건 방송이 잘못하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인구분포도로 볼 때 어느 정도는 중장년과 노년층을 위한 편성이 돼야 하는데 너무 젊은 층 위주로 방송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어요. 나이 먹은 사람들이 볼 프로가 없어요. 방송이 시청자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방송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것은 고쳐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줘야 해요. 가장 친근한 게 텔레비전이잖아요. 교양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를 통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프로 많이 만들어줘야 되는데, 그 황금 시간대 전부 다 예능이에요. 이게 어떻게 보면 물이 썩는 거죠. 이러다 보니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아이들이 안보도 모르고 분단된 의미를 몰라요. 방송이 오직 시청률 올리는 데에만 신경 써요. 그런 방송을 만들기 때문에 시청자가 외면하는 거에요.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시청률 높은 것 아시죠? 시청자들이 그런 프로에 목말라 있어요. 이것은 방송이 시청자들의 욕구를 못 채워주고 있다는 거죠.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변하지 않아요. 물론 K-POP도 있어야죠. 다만, 젊은 층과 중장년·노년층이 고르게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트로트엑스가 그런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그래서 감사하죠. 나이 많은 사람은 억지로 프로그램 시청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어요. 그 사람들은 충성도가 높으니까요. 트로트 방송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면 좀 신선하게 바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트로트 프로그램은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고정관념을 못 깨면 안 되요. 젊은이들이 트로트를 아나요? 그런데 어떻게 그들을 트로트 가수로 만들겠어요. 지금 시대에 맞는 뉴트로트 방송을 만들지 않으면 방송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에요."


- 그래서 설운도 씨 같은 분들의 역할이 더 중요한 듯합니다.


"대한민국에 수천만 명이 있는데 트로트 프로그램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등 두 개 있어요. 이 프로들이 안 없어지고 아직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요? 마니아가 살아있어서겠죠. 그 사람들이 끊임없이 요구하고 원하니까 트로트라는 장르가 없어지지 않는 거에요. 설운도가 왜 존재해요? 나를 지지하는 팬들이 지켜주니까 내가 존재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끝이죠. 이것을 방송하는 사람이 알고, 정치하는 사람들도 방관하지 말고 신경 좀 써야 합니다."


- 말씀하신 부분을 정책적으로 구체화하고 실현하려면 정치권으로 들어가야 하실 것 같은데요. 혹시 정치 쪽은 생각 없으세요?


"저는 아니에요. 저는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하는 거죠. 우리가 정치한다는 것은 정치에 대해서 상당히 다양한 지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정치 개념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전문분야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는 평생 이쪽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권 사람들이 궁금한 점, 또 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도와줄지 모를 때 잘 설명해서 대중가요를 이해하도록 하고 그 사람들이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인 듯해요."


- 히트곡이 많으신데 그중에서 가장 애정 가는 노래는?


"첫 번째는 '잃어버린 30년'이고 두 번째는 '누이'입니다. 제가 누이가 둘이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리 집안이 어릴 때 어려웠어요. 그 당시 누나들이 학교 갔다 오면 동생을 엄마처럼 돌보던 얘기에요. 먹고 싶은 것 참고 동생에게 나눠주던 그런 사랑스러운 누이들이죠. 세월이 흘러도 아무리 잘 산다 해도 어린 시절 키운 누나에 대한 추억을 다 가지고 살 거에요. 그래서 '누이'라는 노래가 더 사랑 받았고 유행을 안 타고 꾸준히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 '누이' 탄생 비화가 있다고 하던데요?


"장인 돌아가셨을 때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제 팬이라고 하셔서 평소 갖고 다니던 데모테이프를 하나 드렸어요. 나중에 일이 있어서 장인어른 집에 내려갔을 때 우연히 그 택시 기사분을 또 만난 거에요. 신기하죠. 그 기사분이 택시 고객분들한테 그 데모테이프를 들려주고 어떤 노래가 좋으냐고 계속 물어보셨나 봐요. 그중에 '누이' 노래가 가장 좋다는 응답이 많았나 봐요. 그래서 '누이'가 11집 주제곡이 됐고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죠."


- 장인어른 상 당하셨을 때 꽃길을 해주셨다고…


"장인 어른께서 저를 무척 좋아하셨어요. 제가 가면 몸도 안 좋으신 분이 사위 왔다고 마당까지 뛰어 나오셨어요. 저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장인 어른이 우리 아버님 같았거든요. 동네방네 우리 사위 설운도라고 자랑하시고요. 제가 사위값해야잖아요. 그때 정말 감사했던 게 그 많은 분이 조화를 300~400개 보내왔을 거에요. 집에서 영구차까지 길게 꽃길이 만들어졌죠. 그렇게 보내드리니까 난 아주 좋았죠."


- 그때 부인 이수진 씨가 너무 감사했다고 하시던데요.

"네. 우리 집사람이 우리 집 제사 너무 잘 지내요. 그 이유가 내가 처가 제사 한 번도 안 빠졌거든요. 이게 상대성이에요.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을 줘야 해요. 그러니까 도망갈 일이 없죠.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가라고 밀어내도 안 가죠.(웃음)"

▲ 설운도 씨는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성현 기자

설운도 씨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 아버지 사업 실패로 고교 때 연탄배달도 하셨다고요.

"그때 당시 가수를 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어요. 아버지는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안타깝게 타계하셨어요. 어머니는 결혼 전 공무원과 교사 생활을 오래 하셨어요. 우리를 낳고 그만두셨는데 가세가 갑자기 기울면서 어머니도 일을 안 하실 수 없었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데뷔 뒤에도 힘들었던 시기가 있으셨죠. 일본에는 언제 가신 거에요?


"일본에는 84년부터 87년 말까지 있었어요. 그때 거의 유배 간 것이나 다름없었죠. 데뷔 뒤 83년 만에도 승승장구했는데 매니저에게 문제가 생겨서 매니저먼트를 못하게 됐어요. 국내 무대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등 '홀로서기'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건너갔죠. 밤에는 친척 집에서 하는 클럽에서 일 도와주고 낮에는 노래 공부를 했죠. 일본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편한 점도 있습니다. 한국으로 3년 만에 돌아와 아내를 만나고 나서 발표한 노래가 '여자여자여자'였습니다."


- 결혼 뒤에 위기는 없으셨나요?

"사람이 위기가 없을 수가 없죠. 제가 힘들고 어려운 경험을 겪어서 웬만큼 고난 아니면 잘 이겨낸 편이죠. 전 순간의 감정이 인생을 망친다고 봐요. 남자라는 게 뭐에요? 가정이 힘들고 어려워도 가정을 안고 가야 하잖아요. 사소한 말다툼이나 개인감정이 가정을 깨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부부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는 거에요. 이렇게 소중한 게 어딨어요. 내 감정으로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죄악입니다. 결혼했을 때 이미 세상의 반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이 사람은 나의 소유물이고 나를 따라와야 한다 생각하니까 상대 무시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거에요. 결국, 가정 파탄을 만들고 부부 사이를 깨는 것은 자신이에요. 그래서 애들 부모 없이 자라게 하는 거에요. 제대로 된 사람들은 이혼 안 해요. 가정의 소중함을 알고 웬만하면 인내하고 사는 거죠. 가정은 가장이 책임져야죠. 가정이 모든 잘못을 가장이 책임져야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와 자식의 문제점을 가장이 안고 가야죠. 자기 혼자 잘 살겠다고 내팽개치고 말고요."


설운도 씨가 지인들 사이에서 '부부 클리닉 전문가'로 알려진 대로 가족과 결혼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고 따뜻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 어머니가 사기를 당한 적 있으신가요?

"어머니가 내 말을 안 듣고 사기를 당하셨죠. 어머니는 귀가 얇으시고 사람이 너무 좋아요. 어머니가 평생 고생하신 이유가 남이 아픈 얘기 하면 정이 많아서 다 내주세요. 그것 때문에 애를 먹었죠. 커피숍이 지인의 말의 속아 덜컥 계약했는데 사기였어요. 어머니가 가계수표 돌림 막기로 버티다가 안 되니까 나한테 말했는데 액수가 천문학적이었어요. 그 뒤 집에 압류 들어오고 빨간 딱지 붙고… 그때 그일은 집사람한테 아직도 미안하죠. 그 일을 겪고 난 후 어머니는 당뇨병에 합병증까지 와서 현재까지 고생하고 계세요"


- 그래도 잘 극복하셨네요.

"제가 워낙 객지 생활을 많이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봐서 끈기가 있어요. 제 장점은 강한 자에게는 무지하게 강해요. 흔들리지 않죠. 다만 약자한테는 또 약하죠. 바람직하지 않고 '아니다' 싶으면 아예 옆에 가지를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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