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제90호...소설 '태백산맥' 의 무대

[보성=내외뉴스통신] 조일상 기자 = 전남 보성군 율어면 유신리에 위치하고 있는 일월사는 전통사찰 제90호로 지정돼 있는 보성(寶城)의 유서 깊은 문화재 사찰이며 절을 품은 존제산은 보성의 3대명산 중 하나로 꼽힌다.

존제산은 근대사의 아픔을 표현한 소설 '태백산맥' 의 무대이며 실제로 ‘태백산맥 조정래 문학비’가 절 앞에 펼쳐진 유신(柳新)저수지 인근에 세워져 있기도 하다.

일월사는 율어면 소재지에서 주릿재를 넘어 벌교읍으로 가는 지방도로의 우측에 위치해 있으며, 속칭 미륵덩이, 혹은 중바위골이라는 골짜기를 올라가다 중바우라는 자연석에 새겨진 마애불와 미완성의 공양상이 조각된 곳에 위치해 있다.

일월사는“해와 달이 공존하여 만물의 생성을 서로 돕는다”라는 뜻으로, 주변의 모든 산봉우리가 둥글게 감싸안은 한 가운데 일월사가 위치한 형국이라 연화지(蓮花地 - 연꽃터)라 불리우며 주변 산세가 우람한데다가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사신수(四神獸)가 일월사를 끌어안은 지세로서 영험한 명당 기도처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일월사(日月寺)는 『신증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1530)』, 『범우고(梵宇攷, 1799)』, 『호남읍지(湖南邑誌, 1871)』, 『조선호남지 권1(朝鮮湖南誌 卷一, 1933)』,『보성지(寶城誌, 1966)』등의 문헌에도 등장하듯, 오랜 역사를 지닌 천년고찰이다. 이러한 사료들을 통해 일월사는 지역의 대표적인 사찰로서 사세(寺勢)가 높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일월사의 창건시기는 보물 제944호 유신리 마애여래좌상의 뒤편에서 출토 된 와편(瓦片)과 자기편(磁器片)들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와편의 절단면이 한 쪽은 내면에서 반대편은 외면에서 절단하는 통일신라후대의 기와제작 방식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기편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청자(靑瓷)를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백자편(白瓷片)까지 출토되어 일월사 터에서 통일신라시대 부터 조선시대까지 지속적으로 법등(法燈)을 밝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월사 경내에는 예사롭지 않은 바위들이 군데군데 신장처럼 서 있고, 그도 모자라 돌너들(돌밭)이라는 이름의 돌계곡이 펼쳐져 있다. 실제로 이 곳은 물이 아니라 돌이 흐르는 형국을 하고 있다.

그 옆쪽으로 보물 제944호 마애여래좌상이 있는데, 이 마애불은 미륵부처(彌勒佛)로 일월사를 대표하는 가장 소중한 성보(聖寶)이다.

미륵불은 도솔천의 내원궁(兜率天 內院宮)에 있다가,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든 뒤 사바세계에 출현하는 부처이다. 그 세계를 용화세계(龍化世界)라 하며 이 세계는 이상적인 국토로 변하여 땅은 유리와 같이 평평하고 깨끗하며 꽃과 향이 가득하고 인간의 수명이 8만 4000세나 되며, 지혜와 기쁨이 가득하여 수많은 보배가 길거리에 있어도 싸움이 없는 곳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미륵불 신앙이 희망의 신앙으로 수용되어 신분과 나이, 성별을 떠나 폭넓게 전승되어 왔다.

미륵불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부지런히 덕을 닦고 노력하면, 현세에는 외호(外護)와 가피를 받아 소원을 이루어지고, 수명이 증장되며 이 세상을 떠날 때 도솔천에 태어나서 미륵불을 만날 뿐 아니라, 미래의 세상에 미륵이 성불할 때 그를 좇아 염부제(閻浮提:사바세계)로 내려와 제일 먼저 미륵불의 법회에 참석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흔히, 집채만한 큰 돌이 많은 산을 악산(岳山)이라고 하는데, 산의 기가 워낙 강해 옛 일월사 인근으로 자리했던 산내암자들은(12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화재로 소실 되었다고 한다. 다만 일월사만이 보물 마애불의 위신력으로 화기를 누르고 사찰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애불 주변에는 황소, 토끼, 돼지, 용 등 십이지신(十二支神)의 형상을 가진 바위들이 자리해 있다. 마애불이 바라보고 있는 정방향에는 저수지가 있어, 만유(萬留)를 품은 대우주(大宇宙)를 존제산 자락에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마애불과 다른 바위들의 구도와 위치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마치, 존제산(尊帝山)이라는 이름이 尊은 위 없이 높은 세존(부처님), 帝는 제왕 즉, 제석천왕이 이 산에 내려와 앉았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일월사는 1800년대 말경 낙안(樂安)의 징광사(澄光寺)와 함께 폐사(廢寺)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뚜렷한 이유는 산록(散錄)이나 문헌에 따로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1970년 말부터 진행 된, 복원불사를 통해 천년을 눈을 감고 있다가 발복(發福)하기 시작한 일월사의 기운과 미륵부처님의 원력(願力)은 가피를 받은 신도들 사이에서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주신다' 는 영험함으로 알려져 있다.

일월사는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쓰러져 간 전몰장병(戰歿將兵)의 고혼(孤魂)을 달래는 영산대재를 해마다 봉행하여 이 지역의 슬픔을 치유하고, 법회와 기도로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올바르게 전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봉사단체를 조직하고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단순히 불교 신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사찰이자, 전법도량으로 활발하게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존제산 일월사의 인근에는 보성녹차밭과 녹차해수탕, 백이산 스파팬션, 태백산맥문학관, 채동선기념관, 낙안민속마을, 순천만 갈대숲, 벌교꼬막 등 문화와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위치해 있다.

한편,부처님과 제석천왕이 내려앉은 산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존제산에 있는 영험한 미륵부처님인, 보물 제944호 마애여래좌상을 친견하고, 마음 속 한 가지 소원을 발원해보는 것도 일월사에서만 느낄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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