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로 전면 재정비
- 기존 건물 그대로, 전시‧공연‧마켓‧체험교육 등 정체성 그대로
- 60-80년대 아날로그 감성 오락실‧만화방‧영화관 재현 등

[서울=내외뉴스통신] 강원순 기자= # 경향신문사 맞은 편 경희궁 옆 골목 안쪽,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지금은 터만 남은 옛 돈의문이 갓 지은 ‘새문’이었을 때 그 안쪽에 있다고 해 ‘새문안 동네’로 불렸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1960년대엔 경기고 등 인근 명문고 진학을 위해 가정집을 개조한 과외방이 성행했고, 강북삼성병원 같은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는 골목식당 집결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조선시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건물과 옛 골목길을 간직한 이 작은 마을은 지난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전면 철거될 뻔 했지만 '15년 서울시가 삶과 기억이 잘 보존된 마을 그 자체를 박물관마을로 재생하기로 하면서 마을 내 건물을 최대한 살린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조성했다.
 
서울시는 '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함께 첫 선을 보인 이후 예술가들의 창작‧기획전시 공간으로 활용돼왔던 돈의문박물관마을이 ‘근현대 100년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기억의 보관소’를 콘셉트로 새단장을 완료, 4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30여 개 동의 기존 건물은 그대로 두면서 본래 조성 취지인 ‘살아있는 박물관마을’이라는 정체성을 되살릴 수 있도록 일 년 내내 전시, 공연, 마켓, 일일 체험교육 등이 열리는 ‘참여형’ 공간으로 콘텐츠를 꽉 채워 전면 재정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마을마당 앞 이층집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테마 전시관인 '독립운동가의 집'이 문을 열고, 옆 골목으로 가면 60-80년대 가정집 부엌과 거실, 공부방을 그대로 되살린 '생활사 전시관'이 옛 추억을 소환한다.

당시 영화관을 재현한 '새문안극장'에서는 ‘맨발의 청춘’ 같은 추억의 영화를 매일 상영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옛 새문안 동네)은 '03년 ‘돈의문 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건물을 전면철거 후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는 한양도성 서쪽 성문(옛 서대문) 안 첫 동네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이 동네를 철거‧개발하는 방식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고, '15년에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기존 가옥 63채 중 40채를 유지‧보수하고 일부 집을 허문 자리에는 넓은 마당을 만들었다. 구릉지 지형과 조화를 이룬 좁은 골목과 계단도 기능을 보전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옛 새문안 동네의 역사와 아날로그 세대의 ‘마을전시관’ △한옥에서 배워보는 ‘체험교육관’ △입주작가의 전시와 워크숍 ‘마을창작소’ 등 크게 세 가지 테마로 조성됐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고 독립운동가의 방과 응접실도 재현됐다.

돈의문구락부는 ‘클럽(club)’을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근대 사교모임을 말한다. 20세기 초 한국에 살았던 외국인들과 개화파 인사들의 파티, 스포츠, 문화교류가 이뤄졌던 공간이다.

독립운동가의 집 바로 아랫집에 조성된 ‘돈의문구락부’는 프랑스인 부래상(富來祥·Plaisant), 미국인 테일러(W.W.Taylor) 등 새문안 동네에 살았던 외국인들과, 20세기 초 무도 열풍을 일으킨 ‘무도학관’ 등 근대 돈의문마을을 소개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 곳곳에 포진한 ‘마을창작소’는 마을 분위기와 어우러진 독자적인 콘텐츠를 보유한 개인‧단체가 입주, 각각 자신들만의 개별 공간에서 일 1회 이상 전시, 교육, 체험,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한편, 4.6-4.7 양일 간 마을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새단장 행사가 진행된다. 서울거리공연단의 60~80년대 감성 가득한 음악 공연과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등 추억의 골목놀이가 마을 마당에서 펼쳐지며, 마을 내 전시공간을 돌아보고 지정된 장소에 비치된 도장을 찍어오는 스탬프 투어도 진행된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살아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쌓여갈 기억들을 포함하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며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빠져드는 부모 세대와 오래된 스타일을 새롭게 즐기는 자녀 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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