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니스트 박상욱] 가장 완벽한 예술
[문화 칼럼니스트 박상욱] 가장 완벽한 예술
  • 편집국
  • 승인 2019.04.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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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문화 칼럼니스트
박상욱 문화 칼럼니스트

[박상욱 문화 칼럼니스트] 화약은 액체나 고체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적, 화학적, 전기적 자극 등에 의해 급격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다량의 빛과 열, 가스등을 발생시킨다.

화약은 약 9세기경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명됐고, 13세기 이탈리아의 상인이자 탐험가 ‘마르코 폴로’(Marco Polo)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됐으며, 15세기에 접어들면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됐다. 이후 16세기에 들어와서는 사람들이 유희적 목적의 불꽃놀이(Fireworks)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18세기에는 불꽃놀이에 음악을 함께 사용했다.

또 19세기에는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새로운 재료가 첨가되면서 더욱 화려하고 다양한 불꽃이 개발됐다. 현대적 의미의 음악과 불꽃이 어우러진 불꽃놀이는 1960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됐고, 199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국제불꽃경연대회’가 처음 시작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꽃놀이는 13세기 고려 시대 후반부터 등놀이를 할 때, 화약이나 기타 폭발물을 사용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규보(李奎報)의 섣달그믐날 폭죽을 터뜨리며 놀던 모습을 읊은 시, 1356년 나라에서 서북면(西北面) 방어 군(防御軍)의 병기 사열 당시 총통(銃筒)을 발사 시험한 기록, 이색(李穡)의 산대잡희(山臺雜戱)를 구경하고 읊은 시 등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또한 1413년 서울에 온 일본 사신이 불꽃놀이의 요란한 소리와 불꽃에 놀라 도망치기까지 했으며, 1539년 외국 사신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불꽃놀이의 종류에는 국가에서 대규모로 행한 화산대(火山臺)와 민간에서 흔히 하던 줄불 그리고 딱총 놀이 등이 있다.

화산대와 같은 대규모의 불꽃놀이는 중단된 지 이미 오래이나 줄불이나 딱총 같은 것은 지방에 따라 전승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유희를 위한 놀이뿐만 아니라 궁중이나 민가에서 집안 곳곳에 불을 밝혀 복(福)을 받으려는 수세(守歲)의 풍속과 어둡고 음침한 곳에 은복(隱伏) 한 여귀(厲鬼)나 악귀를 내쫓기 위한 나의(儺儀)의 의미를 담고 있다.

2017년 롯데월드타워 불꽃쇼(좌), 2018년 부산불꽃축제(우)
▲2017년 롯데월드타워 불꽃쇼(좌), 2018년 부산불꽃축제(우)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3대 불꽃축제는 한화그룹에서 2000년부터 사회 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울세계불꽃축제’, 불과 빛의 도시 포항의 대표적 여름 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 부산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매년 가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진행되는 ‘부산불꽃축제‘가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오늘은 이 아름답고 황홀한 전율을 선사하는 불꽃축제 뒤에서 수백만 관람객들의 탄성과 감동을 자아내게 만드는 숨은 기획자 한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부적으로 오랜 시간의 노력 끝에 회사를 설득, 지금까지 18년째 한화그룹 불꽃 프로모션 사업팀에서 불꽃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이장철 프로젝트 매니저다.

프로젝트 매니저의 일은 참으로 다양하다. 콘텐츠 기획, 장소 선정, 음악 선곡, 불꽃 디자인, 각종 인허가, 관람객들의 동선 및 의전, 안전관리 그리고 각 파트별 연출 및 예술 감독들과 스텝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 불꽃축제의 처음부터 끝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장철 프로젝트 매니저
이장철 프로젝트 매니저

 몇 번의 간곡한 인터뷰 요청에 어렵사리 약속이 잡혀있던 날, 갑작스레 우박을 동반한 비 소식에 필자는 그만 약속한 시간보다 한참을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미안하고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약속 장소를 살펴보던 중 구석에 조용히 앉아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던 기획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렵게 시간 내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덕분에 밀린 일들을 방금 다 끝냈습니다.”

-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처음 사회생활의 시작은 한화그룹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불꽃축제를 처음 본 순간, 그래 이거다! 이게 바로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매력은 제가 한 모든 일들에 대한 결과치가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수고스러움이 다 사라진다.

- 일을 하시다보면 어려운 점도 많으실 텐데......?

주말에 주로 행사가 진행되다보니, 휴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 많이 없다는 점 그리고 어렵다기보다는 축제를 진행하면서 아름답고 멋진 불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객 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데, 워낙 많은 분들 찾아주시다 보니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해도 항상 아쉬운 부분들이 발생하곤 한다. 또 야외에서 진행되다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 받게 되는데, 모든 준비를 다 해 놨다 비가 와서 행사 일정 연기되기도 하고 정말 예상하기 힘든 많은 변수들이 많이 있다

-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던데......?

불꽃축제 전체를 유료화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비록 100만명 이상의 많은 관객 분들이 불꽃축제를 찾아주고 계시지만, 지금처럼 1년에 단 하루나 이틀 정도의 단발성 행사만을 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중심의 문화축제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과 축제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람객들이 그 지역에 긴 시간 상주하면서 잠도 자고, 음식도 사먹고 또 기념품 구매도 하면서 축제를 즐기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꽃축제를 즐기기 위해 타 지역이나 멀리 해외에서 오시기도 하는데, 정작 외지에서 온 관람객들은 관람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지속적인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부 자리에 한해 부분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고 또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보다 높은 수준의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비용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 불꽃축제 수준은 어느정도 인가?

과거에는 광복절과 같은 국가 기념일에 피날레 형식으로 불꽃을 쏘아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또 불꽃놀이를 보기위해 장시간 기다리는 동안 보조수단으로 일부 컨텐츠들이 기획됐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기획해서 준비하고 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강과 63빌딩을 배경으로한 아름다운 도심형 불꽃축제로 아기자기하면서 여성적이고 이쁜 불꽃들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포항국제불빛축제는 불꽃경연대회 형식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경쟁보다는 페스티벌 형태로 조화로움에 더 중심을 두고 해외의 실력 있는 불꽃 업체들의 다양한 연출을 볼 수 있다. 또 부산불꽃축제는 2005년 APEC 경축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는데, 광안리의 넓은 바다와 광안대교라는 랜드마크를 활용해서 와이드하고 크고 남자다운 불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축제들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 매니저님과 같은 직업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많은 후배들이 참여했다 버티지 못하고 돌아갔다. 눈으로 볼 때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많이 힘이 든다. 남들 쉴 때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장에서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많고 또 무엇보다 계획하고, 확인하고, 실행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은 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나 불꽃의 화려함에 기대지 않는 열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컨텐츠만으로는 지속적인 발전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금의 문화들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고와 특화된 기술들의 복합적인 융합을 통해 탄생된 것들이다. 그렇기에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과 상대방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관련 분야에 관한 지속적인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계획이 있다면?

지금까지 늘 새롭고 다양한 불꽃 프로그램, 안전하고 효과적인 기술 개발, 특히 불꽃과 조명, 레이저, 영상 등 멀티미디어와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새로운 스타일의 ‘불꽃쇼’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많은 문화컨텐츠들이 있지만, 아직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저는 특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지만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경계나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상설 컨텐츠를 개발하고 싶다.

전세계인들의 문화 국경을 넘어, 그 우수성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컨텐츠를 만들고 이 컨텐츠를 관광상품화 해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꽃 뿐만아니라 4차 산업에 어울리는 미래융합적인 복합 컨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주민들과의 협력, 공공의 지원 그리고 창작자와 기획자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1903~1969)는 “불꽃놀이는 예술의 가장 완전한 형태다. 완성의 순간에 보는 이의 눈앞에서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가장 완벽한 예술을 이루기 위해 자투리 시간도 허용하지 않고, 언제나 새롭고 창의적인 컨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 이장철 프로젝트 매니저와 같은 숨어있는 기획자들이 있기에 불꽃축제에서 들려오는 관객들의 함성은 언제나 늘 새로울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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