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정주진] 김원봉의 이념적 정체성
[안보칼럼-정주진] 김원봉의 이념적 정체성
  • 편집국
  • 승인 2019.04.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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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최근 김원봉에 대한 서훈이 추진되면서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를 좌편과 우편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재단하기 힘든 것은 그가 무정부주의와 중국 공산당 및 국민당을 넘나드는 광폭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해방이 되자 서울로 귀국했으나 서울이냐 평양이냐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평양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한때 평양정권의 영웅이 되었다가 권력투쟁에 밀려 김일성에게 희생당했다.

그에 대한 서훈 논란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시기 그가 걸었던 이념적 편력을 되짚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1919년 11월 만주에서 비밀결사체인 의열단을 만들어 독립운동을 시작할 때 그의 이념은 무정부주의였다. 단재 신채호가 그와 뜻을 같이 했다. 신채호는 김원봉의 부탁을 받아 일제에 대한 암살과 파괴의 정당성을 설파한 ‘조선혁명선언’을 써주었다.

일본 정부 뿐 아니라 모든 권력을 부인한다는 무정부주의에 빠져있던 김원봉이 공산주의를 접한 것은 황포군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중국 국민당의 장교 양성기관이었던 황포군관학교는 주은래가 1924년 말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정치부 부주임을 맡으면서 좌경색채가 짙어졌다.

김원봉이 1926년 1월 황포군관학교 제4기로 입학했을 때 학교내 좌우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마침내 학교장이었던 장개석은 1926년 3월 학내 좌파활동을 금지시켰다. 이러한 시기 김원봉은 주은래의 지도를 받으면서 그와 가까워졌다.

한편, 황포군관학교에서 김원봉은 훗날 중국 국민당의 실력자로 부상하는 동기생 ‘등걸’과 인연을 맺게 된다. 만주사변(1931.9)은 김원봉과 등걸의 사이를 밀착시켰다. 중국 국민당의 젊은 엘리트들은 항일 비밀운동을 목적으로 1932년 2월 삼민주의역행사를 조직했다. 흔히 ‘남의사’로 불리는 이 조직은 일제가 망할 때까지 중국 국민당의 비밀정보기구로 맥을 이어갔다.

남의사가 설립될 때 실무 책임자 자리인 서기를 등걸이 맡았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김원봉은 등걸에게 의열단에 대한 재정적, 교육적 지원을 요청하여 장개석의 승낙을 받았다. 김원봉은 남의사의 원조를 받아 항일 공작원들을 양성했다. 이 시기 김원봉이 입은 군복과 군모는 중국 국민당의 제복이었다.

중일전쟁(1937.7)은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연합을 가져왔다. 항일이라는 공동의 목표아래 좌우가 연대하는 제2차 국공합작이 성립됐다. 김원봉으로서는 이제 중국 공산당과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중국 국민당도 한국 독립운동 진영의 통합을 촉구하고 있었다.

중일전쟁을 계기로 김원봉은 조선의용대를 결성(1938.10)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 3개 지대가운데 2개 지대가 중국 공산당 근거지인 연안으로 넘어갔다. 김원봉은 연안으로 넘어가지 않고 중경에 남아 임시정부 군무부장을 맡았다.

그때 그가 중경에 머물렀던 실질적인 이유는 주은래가 중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황포군관학교의 스승인 주은래는 그 당시 제2차 국공합작의 중공 대표로 국민당 정부가 있던 중경에 체류하고 있었다. 김원봉 이외 해방공간 거물간첩이었던 성시백, 조선의용대 정치부 주임이었던 김성숙도 주은래와 협력하고 있었다. 그 당시 김원봉이 주은래를 비롯 연안에 있던 김두봉과 은밀한 거래를 유지했던 정황에 대해서는 김준엽이 자신의 자서전에 묘사해놓고 있다.

이처럼 김원봉은 일제 시기 남의사로부터 활동자금을 지원받으면서도 중국 공산당과 협력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 그가 해방 후 국공 내전에 휩싸였던 중국에서 공산당의 승리가 가까워오자 북행길에 오른 것은 그에게는 자연스런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서울을 버리고 평양을 선택한 그에게 서울에서 굳이 서훈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든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21세기 전략연구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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