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지방 그룹 회장님의 계열사 사장 선택지
[기자수첩] 어느 지방 그룹 회장님의 계열사 사장 선택지
  • 강일 기자
  • 승인 2019.04.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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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특별시에 걸맞는 산하기관 주력사업 재편 필요
우물 안 개구리 보다 검증된 전문가 삼고초려 해야
강일 기자
강일 기자

[대전=내외뉴스통신] 강일 기자 = 여기 한 지방 중견그룹이 있다. 계열사는 15개, 매출액(예산 규모)은 5조원, 직원은 지사까지 합쳐 얼추 1만명에 이른다. 회장님은 2018년 7월에 취임했다. 처음 회장직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그룹 후계 구도상 장남이 아니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장을 내밀어 당당히 회장직을 거머쥐었다.

회장 취임은 화려했다. 공신들도 속속 그룹 본사나 계열사에 입성했다. 곧이어, 취임 과정의 투명성 문제로 구설수에 시달렸다. 특정 작전 세력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그룹 경영은 겉으로는 평온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종 빨간 불투성이다. 한때 155만명에 육박하던 그룹의 절대 고객은 몇 년 사이 5만 명이나 줄었다. 인접 중견 기업으로 대거 이동한 게 치명적이다. 물리적 거리도 가깝고, 아파트 자산 가치 등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룹 매출액을 좌지우지하던 30~40대 고객 계층 이탈이 뼈아프다. 전체적으로 경기 침체를 가속화한 요인이 됐다. 택시에서부터 자영업자 등 지역내 협력업체 등은 줄줄이 불황의 늪에서 계속 휘청거리고 있다.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계열사가 없다

계열사별 매출액 성과도 저조하다. 주력 공사·공단의 외형적 영업 확장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나마 그룹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였던 몇몇 신규 사업은 수년째 공회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을 관통하는 갑천 인근에 호수공원을 조성한다는 프로젝트다.

부족한 재정은 아파트 단지를 개발해 마련하고, 남은 수익금으로 낙후지역 개발을 진행해 도시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게 선대 그룹 회장 시절부터 구상이었다. 소비자들부터도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아파트에 당첨만 되면 최소 ‘1억원’ 프리미엄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위장전입뿐만 아니라 갭투자자가 몰려드는 기현상을 빚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방향타를 잃고 표류 중이다. 강력하게 밀어 부쳤던 선대 회장이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공은 지금 회장님에게 넘어왔다. 2015년 사업 계획 발표 이후 4년 동안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부동산 투기라고 주장하고, 그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가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도시공사는 이 사업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형편이다. 사업 지연으로 금전적 손실이 눈덩이 커져 울상을 짓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거나 백업해주는 계열사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룹 회장님의 직무평가 결과나 여론이 좋을 리 없다.

대전을 방문한 문대통령(2019.1.24. 청와대 사진)
대전을 방문한 문대통령(2019.1.24. 청와대 사진)

 구호로만, 무늬만 4차 산업특별시?

지난 1월 24일 ‘왕 회장님’이 그룹 본사를 찾았다. 드문 일이자 귀한 발걸음이었다. 회장님은 ‘왕 회장님’을 맞아 설렘이 가득했다. 그룹의 꿈이 ‘4차 산업혁명 특별시’라는 야심찬(?) 비전을 밝혔다.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을 일컫는 D‧N‧A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다. 국가대표 연구 단지로서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대덕특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도록 재창조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전략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날 왕회장과의 만남에서 내실을 챙기지 못한, 말뿐이 잔치였다는 혹평도 있다.

사실 그룹 차원에서 ‘4차 산업특별시’ 조성을 핵심 산업으로 선정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선대 회장 시절부터 그룹의 최대 화두로 삼았다. 그러나 선대 회장이 선거법에 발목이 잡히자 총괄 컨트롤 타워가 흔들렸다. 아니 아예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그룹에는 ICT 관련 전담 계열사가 하나 있다. 당초 이 계열사는 2007년 문화산업 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됐다. 그동안 지역에 기여한 점도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200억원 안팎의 매출액, 직원 수 20명 수준으로 워낙 작았다. 게다가 탤런트 출신을 기관장으로 영입하는 등 지역 발전과는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연히 해마다 그룹 주력 산업을 재편할 때마다 통폐합 논의에 올랐다.

그러다가 지난 정부에서 ‘미래창조’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자, 2016년 뒤늦게 ICT 분야까지 업무를 확대했다. 신규 계열사 사장은 과거 스크린 골프 개발사 등을 운영 했었다. 경영난으로 사업을 정리한 후, 여러 기관을 전전했다. 2달 남짓, 잠시나마 대학 내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 경력까지 감안됐다. 그는 스스로 산학연 모두를 섭렵한 만능 플레이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 계열사 사장은 지난 2월말 임기가 만료됐다.

그룹 성장 동력은 ICT 계열사가 가장 중요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24일 ICT 계열사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섰다. 14명이 응모했다. 여기에는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인물들도 보인다. 직전 사장 A씨, 현 계열사 고위 간부 B씨, 그룹 내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공로연수에 들어간 C과장 등이다. 전현직 임직원과 그룹 과장이 모두 지원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 두고 호사가들은 입방아다. 원래 직전 기관장 A씨는 연임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룹 방침이 ‘무조건 연임’을 허락하기 보다 신규 지원을 종용했다고 전한다. 똑같은 제로베이스 조건에서 다시 선택을 받으라는 것이다.

결국 A씨는 2월 말 퇴임식을 마치고 계열사를 떠났다가, 후임 사장 공모에 다시 응했다.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임기 만료 1~2개월 전에 후임 기관장 선출 절차에 들어갔어야 맞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후임 사장 공모만 몇 달 늦어졌다.

A씨에 대한 3년간 경영성적표는 이미 공개됐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정부의 ‘떡고물’을 얼마나 얻었는지, 조직 내외부적으로 점수를 얼마나 땄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타 지역 그룹 계열사와 실적을 비교하는 일도 당연히 해야 한다.

B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 또한 지금껏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지원했다. 그동안 업무 성과는 이미 검증됐다. 사장 선출 절차 과정에서 그가 가진 업무역량과 비전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관피아? 구관이 명관인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것인가?

C과장은 일명 ‘관피아 법’으로도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 취업제한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민간 기업·공직유관단체 등에 취업할 수 없다. 

더구나 C과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그룹 본사에서 이 계열사를 감독하는 자리에 있었다. 프런트에서 감독을 하다가, 은퇴 후 다시 선수단에 들어와 주장 완장을 차겠다는 꼴이다. 신임 사장 자리를 놓고, 자신이 감독하던 전 사장과 일합을 겨뤄야 하는 각이다.

그룹 회장님 “본사 간부 산하 기관 재취업 불가”

한편 이 계열사는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어 홍역을 치렀다. 감사원은 사장 외 별도로 상임이사 제도를 신설해 운영한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타 시·도 계열사 모두 상임이사 직제를 두지 않고 있다며 폐지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그룹 회장님은 취임하자마자 본사에서 퇴직한 간부는 산하 계열사 재취업 불가를 천명하기도 했다. 회장님은 2018년 10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본사 고위 간부들의 낙하산식 산하 계열사 채용을 지양하고, 전문가 중심의 채용을 약속했다.

당시 회장님은 국감 답변을 통해 “간부들은 본사에서 정년을 마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산하 기관은 전문가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여러 그룹에서 국장급은 산하 계열사 사장 또는 상임이사로, 과장급은 본부장 또는 사무처장으로, 직원은 팀장으로 재취업했다. 이 그룹 또한 마찬가지다. 그룹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산하기관 재취업자를 내정해놓고, 5급 승진 예정자 선발 계획에 이 인원을 산입해오다 정부합동감사에 적발돼 기관경고를 받기도 했다.

사장 공모에 지원자가 많은 이유는?

이번 이 계열사 사장 공모에는 역대 최대 1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한다. 첫째, 계열사 사장을 뽑는데 회장님의 의중이 실린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룹 주변에서 사전 내정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다. 둘째는 그룹의 신규 성장 동력으로 ICT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됐다는 점이다. 많은 ICT 전문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한것으로 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지방 그룹의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이다. 그룹은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할 수 있는 대덕특구와 인적·물적 재원을 잘 갖추고 있다. 계열사 간 일부 중복되는 사업 영역이 있지만, 그룹 콘트롤 타워에서 충분히 조정 가능한 일이다.

그룹 ‘회장님’이 취임한 지 벌써 1년을 앞두고 있다. 그룹의 앞날에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4차 산업혁명 특별시’는 한낱 지방 그룹의 호접몽으로 끝날 것인가? 장자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었던 것처럼 5G 시대에 가상현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뽑는 그룹 ICT 계열사 사장은 ‘원 오브 뎀’이 아니다. 역할에 따라 10개 계열사 중 ‘갓 오브 갓’이 될 수 있다. 아니 그 이상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일수도 있다. 진짜 검증된 전문가라면 삼고초려 해서라도 영입해야 된다.

이제 그룹 내 계열사 사장 선택지도 얼마 안 남았다. 회장님에게 솔로몬의 지혜와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참, 다들 아시겠지만 어느 지방 그룹은 대전시. 계열사는 대전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다.

 

ki005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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