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내외뉴스통신] 김경현 기자 = 2005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중에 ‘싸움의 기술(감독 신한솔)’이라는 영화가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송병태(재희 분)가 일진들에게 일상적으로 폭행을 당하던 어느 날, 목욕탕에서 싸움의 고수 오판수(백윤식 분)를 만나 ‘싸움의 기술’을 배우고 복수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싸움의 기술, 싸움이란 게 주먹질만 하는 게 아니라 인생 그 자체가 누구에게나 싸움이야.” 무엇을 가르치냐는 영애(최여진 분)의 질문에 판수가 한 말이다. 이 말이 전하는 메시지는 말 그대로 ‘인생 그 자체가 싸움’이라는 것일 테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들 모두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최장 330일간 협의) 지정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은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동물국회’를 밤새 연출했다. 그야 말로 법을 만드는 국회의 모습이라기보다 ‘무법천지’와도 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TV를 통해 중계됐다. 그리고 28일 휴일 장외집회로 이어져 ‘독재타도’를 외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유한국당은 싸움의 기술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타도’를 외치며 집권여당과 문재인 정부에 ‘독재’ 프레임을 씌우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프레임 이론’을 창시한 ‘조지 레이코프’도 혀를 차기에 충분할 정도로 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구사하는 싸움의 기술은 지난 시대에나 통했던 ‘옛것’이라는데 있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 독재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의 여부를 떠나 가능할까. 아니, 과연 자유한국당의 독재 프레임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호응할까 싶다. 제아무리 경기불황으로 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있다 해도 자유한국당이 구사하는 싸움의 기술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이 9일 만에 100만 여명을 돌파한 걸 보면.

물론 자유한국당은 나름의 셈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지금의 독재 프레임, 즉 그 여세를 몰아 2016년 겨울과 같은 ‘반정부 태극기시위’를 연출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반정부 시위를 이용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할 것이고.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그런 셈법이 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면 인생 그 자체가 싸움인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구사하는 전 근대적 싸움의 기술에 많은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정치권의 싸움에도 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룰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룰을 지키며 정치를 할 것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싸움의 기술은 오히려 스스로 꽃잎을 떨구는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2019년 1분기 -0.3% 역성장이라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국민의 삶은 온데간데없이 파행되고 있는 국회의 모습을 그저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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