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샌드백 마냥 불러다 툭하면 술 심부름, 담배 심부름과 머리와 뺨은 기본으로 때리고 사람들 있는 곳에서 무시하는 말투로 늘 상처를 주었고, 단체 톡방에 장난이었다고 하기엔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모님의 욕과 괴롭힐 작당까지 하였으며 (중략).”

지난 10일, ‘제천 집단학교폭력 및 유사강간’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 글은 게시 하루만에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제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학생의 누나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게재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학생의 누나는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의 항문에 소주병 등의 이물질을 삽입하는 등 유사강간 하였으며, 샌드백 치듯이 피해학생에게 지독한 폭행을 일삼았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폭언으로 피해학생의 신체와 정신 모두를 멍들게 했다고 주장한다. 언론과 인터넷 상에서 화제인 이 사건은 현재 재천경찰서에서 수사 중에 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만큼 더러 과장되고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피해학생 누나의 말은 대체로 사실인 듯하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보기 힘든 고문과도 같은 괴롭힘이 현실에서, 그것도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졌다니 참담한 일이다. 피해학생이 그간 견뎌내야 했을 고통과 가해학생들의 악마와 같은 행태를 두고 보자면 우리 학교가 학교폭력으로부터 얼마나 무방비한 상태에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던 사례였다.

이렇듯 아이들이 저지르는 폭행과 그 잔혹함은 해를 넘길수록 심각해져만 간다. 2018년 1월경, 경기도 김포에서는 20대 남성 2명과 15세 여성 2명이 여고생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끔직한 사건이 있었다. 2018년 11월경, 인천 연수구에서는 중학생 6명이 동급생을 아파트 옥상으로 불러내 폭행하였는데 결국 피해 학생은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심지어 가해학생 중 1명은 피해학생의 패딩점퍼를 입고 포토라인에 선 사실이 밝혀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학교폭력은 이제 피해학생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교육(敎育)’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과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교육’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을 뜻한다. 즉, 지식이나 기술 따위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인격까지 길러 주는 것이 ‘교육’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백과사전적 의미를 따르면,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학생이 온전한 삶을 살아낼 수 있게 지성과 인성 모두를 양성해야하는 책임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교육(敎育)’의 참가치를 온전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학생을 좋은 대학교에 보내야한다는 사명 아래, 주입식 교육이 만연한 것이 우리 학교의 현실이다. 학생의 인성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좋은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것이 좋은 교사의 자질’이고 ‘좋은 학생이란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는 관념 아래, 교육의 의미 중 일부분인 지식 습득만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학교가 참다운 학생을 길러내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우리 학생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학생들이 폭력에 탐닉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명분 때문에, 학교가 인간다운 학생을 길러내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남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경장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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