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지상낙원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는 1516년에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좋다' 또는 '없다'라는 의미를 지닌 'u'와 장소를 뜻하는 'topia'를 합성해 만든 말입니다. 유토피아에서 ‘u'를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인류가 갈망하고 있는 지상낙원을 뜻하지만, '없다'는 의미에 초점을 두면 우리가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과 환상의 세상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에 관련된 화두 중 하나인 ‘바이오토피아(Biotopia)’는 생명공학(Biotechnology)의 어두인 ‘bio'와 지상낙원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에서 ’topia'를 근원으로 만들어진 용어로 생명공학기술에 의해 열릴 수 있는 풍요롭고 행복이 넘치는 미래 사회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개개인이 쾌적한 환경에서 평등을 누리며 사는 바이오토피아가 열릴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예’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바이오토피아가 새로운 생명공학기술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에만 초점을 맞추어 논의된다면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홍역, 콜레라, 페스트, 인플루엔자, 광우병, 신종플루 등 많은 질병들과 전쟁을 겪어왔으며, 최근에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는 전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에 대한 답을 바로 찾기는 어렵지만 그 기반에 생명공학기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복제동물이 속속 탄생하고 있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유전자 감식, 장기 이식, 맞춤의학 등 생명공학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이 생명복제나 유전자 치료 등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며 대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생명공학기술을 통한 바이오토피아의 실현이 우리가 희망하고 있는 시대적 요구라면 반대적 개념인 디스토피아(dystopia)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바이오토피아를 위해서는 생명윤리에 어긋나게 성행되고 있는 일부 첨단 의료에 대한 대중의 올바른 인식도 필요합니다.

인간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 생장하고, 짝짓기를 통해 자신과 같은 후손을 만들며 노화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삶의 과정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공통된 소망에 부응하여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해 있고,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도 생물과 무생물이 엄격한 자연 질서 속에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는 세상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생체분자나 세포는 일정하게 놓여있을 수 있는 공간과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안정적으로 존재합니다. 이와 같은 ‘생명의 원리’를 기반으로 일상에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만족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바이오토피아의 세상은 미래 사회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바이오토피아를 위해서는 유기체를 이루는 세포들의 상호 작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구성원 하나하나와 전체의 목적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개개인의 독자성이 인정되며, 개인 간의 접촉(스킨십)을 통해 소유 욕심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따뜻하게 사는 진정한 삶의 모습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급변하는 디지털정보생명과학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주요 원칙인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갈 기본 질서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그 질서를 이끌어 가는 기본 원칙은 바로 생명의 원리에 담겨 있고, 생명의 원리가 적용되어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사회가 바로 바이오토피아입니다.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환경오염이나 기후 변화 또는 최근에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에볼라바이러스 등에 대해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쾌적한 환경에서 평등을 누리며 공평하게 분배받고 사는 희망을 상징하는 바이오토피아의 실상은 어떨까요. 미래 사회에서 가난한 자와 부자는 물질적 소유에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특히 생명공학기술의 측면에서 점점 더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대국들이 생명공학기술, 디지털기술, 나노기술 등을 이용한 빠른 발전을 통해 약소국들을 식민국가로 지배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정보생명과학 시대를 맞이하여 누구나 행복감을 느끼며 장수를 누릴 수 있는 참된 바이오토피아를 실현하는 나라가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될 개연성도 매우 높습니다.

생명체에서 ‘생명의 원리’를 순리로 따르는 세포들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참되려고 노력하며 공평한 사회적 순리를 실현하는 바이오토피아를 기대해봅니다. ‘유토피아’나 ‘바이오토피아’는 멀리 있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바로 각자의 머리와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업.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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